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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스포 후기 l 마블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이유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스포 후기 l 마블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이유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스포 후기 l 마블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이유

2022. 1. 26. 12:01Film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1)
감독 : 존 왓츠
주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마리사 토메이, 알프레드 몰리나, 제이미 폭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줄거리

대중에게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이 알려진 피터 파커는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받는 걸 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았다. 마법 주문을 걸던 중 멀티버스가 열리게 돼 평행 우주 속 닥터 옥토퍼스를 비롯한 다른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빌런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블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확장된 세계관을 다룬 로키나 완다 비전도 기꺼이 봤을 만큼 마블 캐릭터 하나하나를 사랑한다. 마블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좋고 메시지가 좋다. 

 

마블의 새로운 영웅이 될 스파이더맨의 트릴로지 시리즈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누군가의 서포트가 없어도 오롯이 설 수 있는. 마블을 이끌어 갈 영웅이 된 느낌이다.

 

2002년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2012년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7년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이번 노 웨이 홈을 보기에 앞서 지난 스파이더맨을 다시 한번 보았다. 비슷한 느낌의 스파이더맨은 재미가 없으므로 같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이지만, 캐릭터의 특성이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변주해오면서도, 스파이더맨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고양된 마음을 지닌 상태로 쓸 것이므로 이번 리뷰는 굉장히 주관적인 리뷰가 될 것이다. 두서가 없을 것이고 횡설수설할 것이다. 이미 마블빠들이 하나하나 속속들이 해석해놓은 글이나 영상이 지천에 있을 테니, 나는 이번 마블 시리즈에 탄복했던 것들에 대해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는 이유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무기가 '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기본적으로 선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게 조금 더 도드라진 느낌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선하지만, 선하다는 느낌보다 너무 지나치게 도덕적이라는 느낌이 강해 답답한 마음이 조금 든다면, 스파이더맨은 상대를 갑갑하게 하지 않으면서 선한 인물이랄까.

 

왜냐면, 나는 선 역시 재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아 똑똑하고, 음악에 소질이 있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을 기프트라고 한다면, 나는 선한 것 역시 같은 기프트라고 본다는 것이다. 선한 것은 귀한 것이고, 선하게 산다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가 선하기 때문에 많은 마블 팬들이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는 말답게, 그가 평범한 사람인 것도 스파이더맨을 매력적인 히어로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벗으면, 천재, 억만장자, 스타크사 대표라는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지녔다면, 스파이더맨 수트를 벗은 피터 파커는, 미드타운 과학고에 다니고 퀸즈에 거주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가 된다.

 

자신을 드러냈던 토니와 달리,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이중생활을 하는 것도 스파이더맨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하면서 비범한 것. 

 

마블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이유


졸지에 멀티 유니버스가 열려 스파이더맨과 연관됐던 평행우주의 빌런들이 전부 등장하게 되는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들이 죽는 것이 결과적으로 세상에 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죽은 것이며, 마땅히 자신들의 세계로 보내서 원래대로 죽음을 맞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의 운명이 그렇다는 것이다.

 

"왜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지?"라는 닥터 옥토퍼스의 말에 엠제이는 "피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응. 피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Fate라는 말을 나는 굉장히 싫어한다.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것들을 질색한다.

믿지도 않거니와, 거기에 은연히 종속되어 스스로에게 한계를 짓고 규정짓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MCU는 시리즈를 통틀어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는데, <로키> 시리즈에서도 운명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로키가 원래의 타임라인을 이탈한 변종이 되어 시간 관리국에서 변종 로키를 잡으러 오는데 그때 시간 관리국의 직원이 "너는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죽을 운명이니 너는 그렇게 살다가 죽어야 한다. 그게 네 운명이다."라는 논조로 말한다.

 

그때 스스로 얼마나 의아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마블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건, 마블답지 않았다. 종국엔 직원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변종 로키에게 "로키. 내가 틀렸어. 넌 뭐든 할 수 있어. 뭐든 될 수 있고."라고 말하는데, 그제야 이게 MCU의 세계관이지 싶었다.

 

난 이것이 마블 시리즈 전체를 꿰뚫는 명징한 논제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선택에 따라 스스로를 규정한다는 것. 어쩌면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담뿍 사랑하는 이유다.

 

토비, 앤드류, 톰


이번 시리즈는 스파이더맨 멀티 유니버스로 지난 20년 동안 스파이더맨으로 활약했던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등장했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던 토비와 MJ를 구해내고 아마도 그웬을 떠올려 눈물지었을 앤드류를 보면서 울컥했던 분들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물론 모두 달랐지만, 그들 셋을 뭉뚱그려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들이 선하다는 것. 부족하고 허술하고 가끔은 일탈을 하고 순간적으로 악해질 때도 있었지만, 결국 선함으로 늘 돌아왔다는 것.

 

지난 20년간 스파이더맨 역사를 통틀어 하나로 통합한다니.. 이것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헌정과 같았다. 주책맞게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어.

 

피터가 사랑하는 안트 메이를 죽게 한 그린 고블린을 죽이려 할 때 그를 막아선 건 또 다른 피터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고 복수를 해보았지만 그것은 해결 방안이 아니며, 그때의 선택이 얼마나 자신을 짓누르는지 이미 아는 선배의 혜안이고, 옳은 선택을 하도록 돕고 싶었던 마음이었다고 본다. 그것 때문에 토비는 부상을 입었을 지라도.

 

그래서 스파이더맨인 것이다.

쓸데없이 착하고 선한 거.

 

누구나 마땅히 가져야 할 두 번째 기회


원래가 사람을 잘 끊어내는 타입이다. 사람한테 그다지 정이 없고, 믿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버릇처럼 하나를 알면 열을 알아라고 말하며 내 선택을 은근 정당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누군가가 실수를 할 때 예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도 내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고, 나 역시 커다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결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관대해진 만큼, 타인에게도 관대해졌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빌런들은. 그리고 마블 시리즈에 등장했던 빌런들은. 순수악은 없었다고 본다. 크든 작든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당위성이 있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빌런이 된 이들이었다. 우리 모두 실수는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는 피터의 논리는 나를 퍽 웅장해지게 만들었다.

 


데어데블 시리즈의 맷 머독이 등장했고, 쿠키에선 베놈이 등장했다.

놓친 게 아무래도 많아서 한번 더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이렇게 야금야금 차기작에 대한 스포를 하고 떡밥을 던져주는 것이 나는 무척 좋다.

 

정말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만연하게 늘여놓는 글을 써버렸다. 아마 이렇게 긴 글을 다 읽어주는 분도 없을 거고, 그저 나 혼자 너무 즐거운 마음에 의식의 흐름대로 써버렸다. 

 

1학년 2학년 3학년의 피터 파커를 그린 트릴로지 시리즈가 끝남과 동시에, 이젠 토니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더라도, 해피의 도움 없이도, 안트 메이의 보살임이 없이도, 피터는 피터 파커로서. 그리고 스파이더맨으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든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곧 다시 가까워질 것이고, 마블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차기 히어로가 될 것이다. 얼른 어른이 된 피터가 보고 싶어. 벌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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