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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해석 결말 l 왜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을까 영화 her 해석 결말 l 왜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을까

영화 her 해석 결말 l 왜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을까

2022. 2. 3. 17:08Film

Her (그녀) 2013
감독 : 스파이크 존스
출연 :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애덤스, 루니 마라, 올리비아 와일드,

 

Her 줄거리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일을 하지만 자신은 아내와 이혼을 앞두고 별거 중인 채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고 어쩔 수 없이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

 

 

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근데 그만큼 아팠던 영화였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서 다시 한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보지 못했다. 2014년에 봤으니 햇수로 7년 만이다. 나름 큰 용기를 낸 것이다. 그때는 스물에 가까웠고 지금은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계속 곱씹으면서도, '나 나이 먹었나 봐...'란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왜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을까.

 

내가 가장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건 '사만다'였다. 

 

물론 테오도르에게도 했다. 에이미에게도 했고, 캐서린에게도 했고, 딱 하루 만났던 아멜리아에게도 했고 보이스팅 상대에게도 했다.

 

이번 리뷰엔 주제넘게 '해석'도 붙여봤다. 이번 후기는 엄청 길어질 것 같아.

 

 

※ 영화 Her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만다


솔직히 사만다는 반칙이야.

'하이'라고 하는 순간부터 반해버렸다고. 목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이고 예쁠 건 뭐람.. 

 

AI를 등장시킨 영화는 꽤 많았다. 다만 보통의 영화에서는 AI에게 인류가 공격을 받거나 전복당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AI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가장 감정이입이 많이 됐던 캐릭터는 사만다였다. 그는 OS니까 여성 혹은 남성이라고 정의 내릴 수도 없다. 그렇지만 그의 목소리가 여성의 목소리였고, 남성인 테오도르를 사랑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여성에게 감정이입이 쉬운 나는 그에게 몰입을 해버렸던 것 같다. 어떤 것이든지 하나하나 무서운 속도로 학습하던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사만다가 정말 사람 같다고 느낀 순간이 여러 번 있었는데,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자고 있는 테오도르의 잠을 깨울까 봐 염려를 하면서도 늦은 밤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다.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돼서는 얼른 당장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나는 안다. 그 초조함, 불안함,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서의 안도감. 

 

가장 슬펐던 순간은 이사벨라를 이용해서 셋이 관계를 가질 때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테오도르는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럭저럭 몰입이 됐던 것 같은데 얼굴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가 결국 끝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못 할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테오도르


가장 내 감정이 변화한 인물을 꼽으라면 '테오도르'다.

 

7년 전 나는 테오도르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경멸했다. 테오도르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장치가 전 부인 '캐서린'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테오도르의 문제가 무엇인지 캐서린이 적나라하게 또박또박 읊어주거든.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사만다는 AI고 사람의 성향과 감정을 읽고 행동하는데 능하다. 어떤 결함이 있는지 알고,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지 안다. 그러니까.. 이해심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이와의 사랑이라면, 일종의 도피라고 봐도 문제가 없었다. 누군가 장기간의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으니까 쉬운 선택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좀 다르다.

 

그를 경멸하지 않는다. 테오도르는 부족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이다. 사만다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성장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사랑의 순기능이다. 누가 요구하지 않았어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고 싶은 것.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해 사랑하는 사람 속을 썩이고, 결국 나가떨어져버리게 만들었던 테오도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 감정을 온전히 꾸밈없이 말하는 법부터 배웠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테오도르는 한 번도 사만다와의 연애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친구와 동료에게도, 전 부인 캐서린에게도 자신의 여자 친구 사만다가 사람이 아니라 OS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사실 나는 캐서린의 반응이 가장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랑 연애한다고? 참 너답다. 하긴. 너는 진짜 사람이랑 관계를 맺는 것보다 네가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인물인 컴퓨터랑 사귀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라고 하는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이니까.

 

하나 테오의 동료 커플은 사만다와 함께 더블데이트를 즐긴다. 둘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즐거워 보였고 테오도르를 별스럽게 보지 않았다. 에이미는 OS와의 연애가 어떻냐고 묻는다. 그것은 호기심이지 경멸의 시선이 아니다.

 

물리적인 공간과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 것


말 그대로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부를 수 있고, 함께 있을 수 있다. 사만다의 목소리와 나누는 대화 만으로 그들은 깊은 사랑에 빠지는데, 문제는 사만다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있지만, 사실은 혼자다.

둘은 사랑하니까 관계를 갖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OS여도 상관없을 것 같다가도, 나와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순간 몹시 무력하게 만들어버려 깊이 침잠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사만다가 공기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호흡이 바빠진 채 이야기를 한들, 그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같이 나이들 수 없는 것이다. 사만다와 테오도르에겐 그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가도, 그게 전부인 것 같은, 거대한 간극이 있다.

 

사만다가 업그레이드로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무수히 지나가는 사람들 틈 속에서 테오도르는 문득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는지. 자기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묻는다.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 속. 그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 배신감과 절망감에 빠져있는 그의 마음을 나는 왠지 전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멜리아와 보이스팅 상대에게 까지도


테오도르는 아멜리아와 아주 짧은 데이트를 했다. 아멜리아는 아름답고 유쾌하고 지적인 여성이다. 아멜리아는 테오도르와 키스를 할 때도 자신이 어떤 키스를 좋아하는지 똑똑하게 말하면서, 하룻밤 데이트 상대로 소비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아멜리아는 지겨웠을 것이다. 40 언저리의 그녀는 누군가와 재미 삼아 불장난을 하기엔 너무 지쳐버린 것이리라 생각했다. 의미 없는 관계. 하룻밤의 관계를 갖는 건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끝이 뻔한 관계가 아니라, 진짜 누군가와 진짜 관계를 맺고 싶은 거.

 

오프닝 시퀀스에서 테오도르와 보이스팅으로 잠깐 만났던 여자는 고양이 시체로 자신의 목을 졸라달라 했다. 상대야 어쩌건 말건 실컷 좋아하다가 절정에 다다르면 전화를 툭 끊어버린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갖는 건 됐고, 가볍게 소비하고만 싶은 것이다.

 

누군가와 진짜 관계를 맺고 싶은 아멜리아의 마음도, 라이트 하게 소비하며 해치우고 싶은 보이스팅 여자의 마음도, 나는 어째선지 다 알 것 같았다. 정말 알기 싫은데, 알 것 같았다. 짜증 나게.

 

정말 중요한 것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게 했다. 이것은 이 영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줄곧 생각해오던 것인데..

사람들은 물리적인 게 제일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정말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그렇다. 

 

영화 속 배경은 2025년. 겨우 3년 후다. 사람을 혐오하면서도 누군가와의 진실된 소통을 갈구하는 머저리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남자 친구가 너무너무 너무너무 보고 싶다.

당장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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