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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운테스 l 품위 있는 나이 듦에 대해 영화 카운테스 l 품위 있는 나이 듦에 대해

영화 카운테스 l 품위 있는 나이 듦에 대해

2022. 2. 8. 18:27Film

카운테스 (The Countess) 2009
감독 : 줄리 델피
주연 : 줄리 델피, 다니엘 브륄, 안나마리아 마링카, 세바스티안 블롬베르크

 

카운테스 줄거리 ( ※ 스포 포함)

16세기 루마니아, 악명 높은 엘리자베스 바토리 백작부인의 서사를 담고 있다. 막강한 부와 예쁜 외모로 다른 귀족들에게 질투의 대상이었던 그는 우연히 파티에서 젊은 귀족 이스트반과 사랑에 빠진다. 바토리 백작 부인은 그를 사랑하면 할수록 자신의 노화가 증오스러워지며 견딜 수 없어진다. 이스트반이 튜르조 백작의 계략으로 바토리를 떠나게 되자 바토리는 그가 자신을 떠난 이유가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고 아름답지 않아서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 버렸다. 우연히 처녀인 하녀의 피가 자신의 얼굴로 튀었을 때, 피부가 젊어지고 투명해진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그때부터 처녀의 피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한다.

 

 

루마니아 귀족 부인의 이름까지 알 만큼 유식하지는 않은데, 바토리 백작 부인만큼은 워낙 악명이 높아서 알고 있었다. 젊어지기 위해서 처녀의 피를 받아 목욕을 했다는 바토리 부인의 이야기가 생경한 이들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리라.

 

바토리 백작 부인은 상당한 미인으로 전해진다. 거기에 국가를 통치하는 가문이었기 때문에 공녀급 신분이었으므로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성을 유지했다. 남편인 나더슈디 페렌츠 백작이 사망한 뒤에 바토리 부인은 44세에 차흐티체 성의 유일한 주인이 된다.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아시는 그 이야기다. 바토리 부인의 일기를 토대로 총희생자가 612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수천 명이었다고 하기도 한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이다 보니 바토리 백작 부인이 모함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왕이 돈을 빌릴 정도로 돈이 많은 과부였기 때문에 마녀로 몰아서 죽여버렸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그런 것을 다루고 싶지는 않고 바토리 부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영화 <카운테스>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품위 있는 나이 듦에 대해


영화 카운테스가 실제 바토리 부인의 삶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처녀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피로 목욕을 했다는 서사를 유지하면서 그가 그토록 젊음을 갈망했던 확실한 연유를 부여했다.

 

바로 '사랑'이다.

 

고작 40대의 바토리 부인은 아름답다. 20대는 가질 수 없는 완숙미와 고혹미가 있다. 그런 그가 하필이면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넘은 '이스트반'과 사랑에 빠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스트반은 정말 바토리 부인을 사랑했다. 그들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이유는 튜르조 백작의 계략 때문이지 이스트반의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다. 사랑을 잃은 바토리 부인은 자신이 버림받은 이유를 젊지 않아서라고 정의 내렸다.

 

갈수록 예민해지는 그가 거울을 볼 때면 유독 거칠고 건조한 피부에 주름이 강하게 도드라지며 부각된다. 그의 실제 피부보다 훨씬 더 나이가 보이게끔 연출했다. 바토리 백작 부인이 처녀의 피로 피부를 닦아낼 때는 그의 시선을 그대로 빌려온 것처럼 이전보다 투명하고 흰 피부로 변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젊음과 늙음은 프레임 속에서 보다 명징하게 구현된다. 영화 <은교>가 떠오르기도 했다.

 

바토리 부인은 자신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고 그 안에 이스트반의 머리칼을 집어넣어 다시 꿰매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죽이고 싶지만 자신을 보러 온(실은 잡으러 온) 그를 단숨에 집에 들이고 같은 침대에 누울 만큼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바토리 부인이 정말 사랑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히 노화가 지긋지긋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연유에서건 그가 한 행동에는 당위성이 부여될 수 없다.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지독한 방법으로 살해를 했고 그것이 다다. 늙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는 안다. 나의 경우엔 나의 외형이 노화되는 것보다, 나아짐 없이 꾸역꾸역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그게 제일 두려웠다.

 

영화는 은근히 지루했다. 성속에 주로 있는 백작 부인의 삶은 그의 새까만 의상만큼 단조로웠고, 처녀를 잡아들이고 살해하고 피를 뽑아내는 자극적인 장면에 영화는 집중하지 않는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백작부인의 내면을 조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이지만, 시퀀스 자체가 자극적이지는 않다. 이스트반의 내레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바토리 백작부인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이유를 어떻게든 찾으려 발악하는 바토리 부인에게 손톱만큼의 연민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론칭된 <서울체크인>을 보고 간단하게 리뷰를 남겼다. 효리 언니를 보면 나의 30대가 40대가 50대가 두렵지 않다는 논지였다. 언니는 자신이 늙었다고 얘기하면서도 그것에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나는 언니가 40대이기 때문에 40대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을. 언니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해서 이번 프로가 마무리되고 나면, 앨범을 꼭 내줬으면 좋겠다.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나이에 걸맞는 어른이 되고 싶고. 예쁘게 나이 들고 싶다.

그래서, 꼭 예쁜 할머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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