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9. 22:49ㆍTV series
덱스터: 뉴 블러드 (2021)
원작 : 제프 린제이의 <덱스터>
제작 : 마이클 C. 홀
출연 : 마이클 C. 홀, 제니퍼 카펜터, 줄리아 존스, 조니 세쿼야, 알라노 밀러, 잭 알코트, 클랜시 브라운
덱스터 뉴 블러드 줄거리
죽음을 조작하고 홀연히 떠난 후 8년이 지난 시점. 덱스터 모건은 아이언 레이크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 중이다. 마이애미를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잃고 난 뒤 다신 살인을 하지 않겠다던 결심을 잘 지켜가고 있는 중이다. 평화롭고 느리게 흘러가던 중, 아들 해리슨이 나타났다.
하다못해 오프닝 시퀀스의 장면까지 손색없는 미장센이었던 <덱스터>를 정말 좋아했다. 어린 날의 나는 "아. 저런 살인자라면 같이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을 만큼 덱스터는 정말이지 매력 있는 연쇄 살인마였다. 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열심히 학습한 웃는 얼굴을 장착한 뒤 도넛을 한 아름 들고 경찰서로 출근할 때란..
범죄가 탄로 날 위기가 생길 때마다 신이 도운 것처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코드에 부합하지 않다고 해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살인을 저질렀다.
덱스터는 시즌 8 파이널 에피소드에서 사랑하는 동생 데보라가 자신 때문에 사망한 뒤, 연인 한나에게 아들 해리슨을 맡기고 스스로의 죽음을 조작한 뒤 홀연히 떠났다. 자신을 기억하는 이, 혹은 사랑하는 이가 하나도 없는 곳에서 외롭고 쓸쓸히 살아가는 삶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그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면서, 법의 심판을 받지는 않았어도 그가 여태껏 저질러왔던 행위에 대한 정당한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 덱스터와 어울리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덱스터가 돌아왔다.
마이클 C. 홀이 출연함과 동시에 제작을 맡았다. 그는 8년 전의 결말이 아쉬워 새로 돌아온 뉴 블러드 시리즈에서 만회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럴 거면 도대체 8년 만에 왜 돌아왔냐는 평가도 많던데, 개인적으론 이번 시리즈 역시 덱스터와 어울리는 결말이었다고 본다.
※ <덱스터: 뉴 블러드>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이거 맞아..?
더운 도시 마이애미에 있던 덱스터는 이번엔 총인구가 27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시골 아이언 레이크의 잡화점에서 근무 중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덱스터가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뭐야? 이거 맞아? 왜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
주위엔 친절하고 나이스 한 사람이 넘쳐난다. 거기에 핫한 경찰 여자 친구까지 있다. 법의학자 덱스터 모건이 아닌 잡화점 점원 '짐 린지'로서 사는 삶은 지루하고 따분해 보였지만, 행복해 보였다.
전 시즌에서 덱스터의 곁에 있던 아버지 해리 대신, 이번엔 뎁이 함께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뎁 말이 전부 맞았다. 뎁이 하란대로 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해리슨도, 연쇄 살인도.
그렇게 오랫동안 잘 참아냈는데. 결국 덱스터는 8년의 공백기를 깨고 다시 살인을 해버렸다.
꼭 그런 것 같아.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참고 참고 참아도 터지는 순간은 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억누르다가 발현된 욕구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이런 레이크에서 첫 번째 살인을 진행한 후 그는 너무나도 쉽게 올드 덱스터로 돌아가버렸다.
아들 '해리슨'
아기 해리슨이 등장했다. 한나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뒤 보호 가구를 전전하다가 덱스터를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해리슨 곁에 자신이 없는 것이 가장 최선인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를 애써 모르는 척했지만, 피가 어디 그렇나.
이번 시리즈의 부제는 "뉴 블러드"였다. 블러드는 피라는 뜻도 있지만, 혈통이라는 뜻도 있다. 이름 자체에 해리슨의 등장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해리슨은 영민하지만 위험해 보였다. 덱스터처럼 갓난아기일 때 친엄마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도하였다는 것도 같다. 덱스터가 리타의 죽음 이후 해리슨에게 가장 걱정하던 것도 그것이었다. 피 속에서 태어난 자신이 사이코 패스가 된 것처럼, 혹여 아들 해리슨도 자신과 같은 성향을 띄게 될까 봐.
친구인 이선을 총기 난사 미수 사건으로 엮고, 경기 중 상대의 팔을 꺾은 것 등을 볼 때 그의 예감은 적중한 듯 보였다.
메인 빌런 '커트'
자기들끼리는 알아보는 그런 게 있나 봐.
덱스터가 커트를 보고 자기과인 걸 알았듯이, 커트 역시 덱스터가 그렇다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물론 해리슨에게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도 간파했을 것이다.
인구가 3천 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실종되고 있는데도 요즘 같은 세상에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게 의아했다. 25년이나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는다니..
커트는 '티타늄' 덕분에 아들을 죽인 사람이 덱스터라는 것을 알았고, 그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스스로 처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근데, 뭐, 누가 덱스터에게 당해내겠나.
온당한 결말이라고 느끼는 이유
덱스터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작은 코드를 놓치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실낱만큼 의심해도 그는 알아차렸다. 그런 그가 너무나 안온한 삶을 살아서인지 총명한 기운이 죄다 사라져 버린 모양새다.
자신을 의심하고 차근차근 단서를 끌어모으는 여자 친구를 전혀 의심하지 못한다. 그에게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데도 덱스터는 정말 순진하리만큼 눈치채지 못했다.
덱스터 모건이라는 진짜 이름. 마이애미 출신. 주삿바늘과 같은 몹시 사소한 것들로 그의 여자 친구는 덱스터의 여죄까지 모두 밝혀냈기 때문에.
혼자였다면 모든 게 다 들켜버렸어도 또 홀연히 도망쳐 전혀 다른 곳에서 짐 린지 같은 흔하고 멋없는 이름을 사용하며 새로운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그랬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니까.
해리슨이 덱스터의 목숨을 끝내버렸다는 것이 과하게 느껴졌지만, 덱스터 본인 스스로도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해리슨이 마을을 떠날 때 덱스터가 한나에게 썼던 편지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는데 해리슨에게 위험한 징후가 보이게 되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죽어야, 해리슨이 사니까.
해리슨은 어쩌면 덱스터 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얼마든지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덱스터가 말하던 코드라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그는 알아차렸다.
이것은 둘이 함께 커트를 살해할 때도 등장하는데, 덱스터가 커트에게 25년 동안 여자들을 네 욕구에 의해서 살해했으니 이런 너를 처단해야 한다고 말하자, 커트는 그런 같잖은 이유 때문에 살해를 하냐고 비웃는다.
나는 그때 해리슨이 덱스터의 모순을 알아채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커트와 덱스터의 살인 행위는 다른 타깃을 하고 있을 뿐 저마다의 정당한 이유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물며 가출 소녀들을 타깃으로 범행을 진행했던 커트도 본인 스스로는 그 소녀들을 '구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여주는 게 천국이라는 뉘앙스로.
청년이 아닌 중년으로 돌아온 덱스터는 이전과 같았다. 덱스터 특유의 세련된 OST. 절제된 미장센. 그리고 그의 독백과 함께 등장하는 데보라. 모든 것이 이전 덱스터 시리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아, 조용히 잘 사는 덱스터 이렇게 죽여버리려고 8년 만에 돌아왔나 싶은데 그가 저질렀던 죄를 생각하면, 응. 이게 맞는 것 같아.
덱스터 뉴 블러드 시즌2
덱스터가 사망했어도 이번 시리즈 제작자들은 이미 시즌2를 계획해놨다고 한다. 다만, 쇼타임이 시즌2를 제작할지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원했던 것처럼 그냥 평범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저 어머니의 사망.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평범하지 않았던 유년기 때문에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난 것이고, 덱스터의 패러독스를 알아챌 만큼 영민한 아이니까, 그냥 평범하게. 덱스터와는 전연 다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새삼 그런 생각을 했다.
8년 별 거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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