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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버드 결말 실화 리뷰 l 순수악 그 잡채 블랙버드 결말 실화 리뷰 l 순수악 그 잡채

블랙버드 결말 실화 리뷰 l 순수악 그 잡채

2022. 8. 15. 12:47TV series

블랙 버드 (Black Bird) 2022
원작 : In with the devil
출연 : 테런 에저턴, 풀 윌터 하우저, 레이 리오타, 그렉 키니어, 세피데 모아피

 

줄거리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리즈다. 마약 판매로 10년의 형기를 받게 된 지미 킨은 FBI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연쇄 자백러이자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래리 홀에게서 자백을 받아낸다면 그의 모든 형기를 없애주겠다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지미 킨은 FBI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애플티비 <블랙버드>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평범한 이가 순수악인 자를 맞닥뜨리게 될 때


올해 본 범죄 스릴러 중에서 가장 수작이었던 작품. 여섯 개의 에피소드는 전부 과함 없이 정제되어 있었다. 사건의 잔혹함 보다 인물들 간의 심리 묘사가 주가 되는 클래식한 정통 범죄물이었다.

 

트루 디텍티브나 파고 같은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작품들이 범인을 상대하는 수사관들의 서사였다면 블랙버드는 비수사관과 범인 간의 긴장이 주가 된다. FBI가 등장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래리 홀을 상대하며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지미다.

 

꼼짝없이 10년을 갇혀 살아야 했던 지미에게 그 정도의 리스크는 충분히 질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고 본다. 최저 보안 시설에 있던 그가 래리가 있는 최고 보안 시설 교도소로 이전하고 난 뒤 래리 홀의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것과 더불어 교도소 내에서의 정치질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꽤나 발생하더라고.

 

지미 역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을 자신의 치부를 래리에게 털어놓는 그를 보면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제 팔 하나를 내어주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매력적인 외모, 누구에게나 친근한 스타일인 그지만, 래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보통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래리 홀도 그가 그렇게까지 된 당위를  주는 서사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범죄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래리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사이코패스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했다.

 

그는 출생부터가 남다르긴 했지만, 그런 아버지 밑에서 크지 않았다면 래리가 그런 악마가 되진 않았을 것 같아.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5화이다. 에피소드가 끝나기 직전 래리는 자신이 어린 여자 아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살해하고 처리하였는지를 지미에게 털어놓는다. 그의 얘기를 덤덤히 듣고 있는 지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지만 애써 숨기며 웃어 보인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지미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분노의 눈물이다. 지미는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까지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다. 패밀리 비즈니스로 마약 사업을 하던 자고,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물질적으로든 성적으로든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던 자였다.  

 

그러니까 적당히 악하고 적당히 선한 지미는 보통의 사람이다. 그런 자가 10대 여자 아이 수십 명을 잔혹하게 폭행 후 살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으로서 온당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독방에 갇힌 뒤에도 래리가 소녀들을 매장한 스폿을 그려낸 지도를 잊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벽에 그려낸다. FBI 요원들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도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팬과 종이였다. 

 

아직도 암매장한 시신은 단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래리 홀은 쌍둥이 동생의 설득으로 자백하여 라이퍼로서 지금도 형을 살고 있다고 한다. 지미는 출소 후 개인 사업을 하고 있고.

 

지미도 지미지만, 래리가 정말.. 정말 소름이 끼쳤다. 그 특유의 나른하고 매가리 없는 말투랑 늘 동공 풀리고 힘없는 얼굴.. 살인을 자백할 때 우습고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 그때 당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기된 표정. 으....

 

마지막 에피소드는 래리의 피해자 중 한 명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가 얼마나 꿈이 많았던 소녀였는지.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던 친구였는지. 래리 홀에게 살해당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에피소드여서 더욱 먹먹한 감정이 일었다.

 

앞서 말했듯 <블랙 버드>는 올해 릴리즈된 작품 중 손에 꼽히는 수작이었다.

정통 수사 범죄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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