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2. 21:20ㆍTV series
※ 이상한 변호사 우영후 14회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봄날의 햇살과 권모술수
이번 화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늘 심술궂고 권모술수를 일삼던 권민우 변호사가 왜 그렇게 됐는지 당위성을 부여하는 서사를 준 것이.
이전에 우영우 리뷰를 쓰면서 봄날의 햇살인 수연이가 늘 영우에게 손을 내밀고 잘 챙기는 것을 보면 수연이는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올바른 양육을 받으면서 넘치는 사랑을 받고 컸을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고 내면이 단단한 수연이가 타인에게 예쁜 시선을 건넬 수 있는 것일 거라고.
실제 극 중 수연의 아버지는 부장 판사다. 수연은 고등 교육을 받은 부모님 밑에서 그 어떤 경제적 부족함 없이 컸을 테다.
그리고 권민우 변호사. 권민우 변호사의 개인사는 오늘 처음으로 나온 거였다. 왜 저렇게까지 할까. 왜 저렇게 음흉할까. 왜 저렇게 치사하고 후지게 굴까. 그 모든 것을 단숨에 알게 해 주는 에피소드.
수연과 함께 있을 때 권민우 변호사는 부모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이직을 묻는 전화였는지 아니면 돈 문제에 대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입으로도 '가장'이라고 했고, 그에게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 거다. 물론 그건 수연이나 영우한테도 중요하지만, 그 둘은 아직 가장은 아니니까. 부모라는 비빌 언덕이 있으니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다. 먹는 것, 입는 것이 풍족해야 예절도 알고 명예도 알고 부끄러운 것도 안다는 뜻이다. 즉 내 배가 불러야 남이 배곯는 소리도 듣는다는 소리다. 우선 내가 여유가 있어야 남이 배가 고픈지 아픈지 볼 여유도 있는 것이 아니겠나. 왜 저 정도까지 못나게 굴까 싶었는데 권민우 변호사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다. 저 정도까지 저열하게 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단 2개의 에피소드만을 남겨놔서일까. 권민우 변호사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권민우 변호사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추후 권민우 변호사가 분명 성장 아닌 성장을 할 것 같긴 하다. 여태껏 비열한 모습만을 보여줬고 타인의 약점-출생의 비밀(?)-을 쥐며 겁박까지 한 전적이 있지만 왜 때문인지 추후 영우의 상황이 까발려지는 상황이 왔을 때 그의 인생에서 아마도 처음일 선한 선택을 할 것만 같다.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
사건을 맡아 단체로 제주도로 가게 되면서 영우는 준호의 누나 부부 내외를 만나게 됐다. 준호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영우를 보고 당황스럽기는 해도 최대한 조심들 하시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그 장면에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오버랩됐다. 조제는 하반신에 장애가 있다. 그의 연인인 츠네오는 지인들에게 조제를 소개할 때 조금 부끄러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주 미세한 것이지만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츠네오는 다가오는 명절에 그의 가족들에게 조제를 소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조제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것을 조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준호는 영우와 함께 있을 때 우연히 친구와 마주쳤을 때도. 누나 부부에게 영우를 소개해 줄 때도. 단 한 번도 먼지 한 톨만큼도 영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대학 동기들은 준호가 대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을 자주 갔다고 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가 회전문 앞에서 주저하는 것을 보고 선뜻 도움을 줬던 사람이기도 하다. 누나 얘기를 들어보면 집안 환경 때문에 되고 싶던 변호사도 포기하게 된 것 같은데 저런 환경에서 저렇게 올곧고 바른 어른이 된 것이 참 대견해.
당연히 동생이 평범한 사람과 만나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던 귀한 동생이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 하고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상대를 만났다고 하니 속이 터지는 게 당연하지.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영우의 아버지는 영우에게 준호가 내 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참 어렵다 정말.
본디 누구를 사랑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자신이 있어야만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날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인 것도 당연한 전제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관계에서 사랑 혹은 행복 같은 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니까.
영우는 영우의 방식대로 준호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준호라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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