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1. 18:05ㆍTV series
언커플드 (uncoupled) 2022
제작 : 대런 스타, 제프리 리치먼
출연 : 닐 패트릭 해리스, 티샤 캠벨, 브룩스 애슈맨스커스, 에머슨 브룩스, 마샤 게이 하든, 턱 왓킨스
언커플드 시즌1 줄거리
뉴욕에 거주하는 마이클은 연인 콜린과 17년째 동거 중이다. 그런데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중 갑자기 콜린이 자신의 짐을 홀랑 빼고 이사를 가버렸다. 그와 살았던 집에서 홀로 남겨진 그는 가장 되고 싶지 않았던 40대 싱글 게이남이 됐다.
최근 이렇게 재밌는 시리즈를 본 적이 없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던 작품이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 재밌었던 작품.
뭐랄까. 오늘날엔 영화나 시리즈에서 게이가 등장하는 게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거의 판타지 수준의 작품이거나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서 소모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언커플드>는 현실에 단단히 기반하여 핍진성이 꽤나 느껴지는 작품이었고, 소비되는 역할이 아니라 중심 캐릭터였기 때문에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동성애자가 등장하기 때문에 혹여라도 대사 하나 단어 하나에서도 불편한 감정이 일 수도 있는데, 설사 게이에 대한 욕이나 농담이어도 게이들이 그런 말을 스스로 하기에 불편하긴 커녕 유쾌하고 재밌다. 게이도 헤테로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
열정이 많아 자칫하면 불장난처럼 느껴질 20대 30대의 연애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계획하며 진지하게 상대를 만날 40대 50대의 중년 게이의 사랑이라는 점도 나는 몹시 좋았다.
※ 넷플릭스 <언커플드>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마이클과 콜린
솔직히 콜린이 너무 했다. 17년이나 함께 살고 이별에 대해 일언반구 말도 없이 짐 빼서 홀랑 나가버리다니. 이런 이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누구든지 마이클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관계를 시작하는 것 만큼 끝맺음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어떻게 일방적인 이별로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했던 연인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가 있나.
콜린 같은 사람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평소에 서운하거나 맘에 안 드는 거 말 안 하고 꽁하고 갖고 있다가 그게 점차 축척돼서 터져버릴 것 같으면 감정 정리 차근차근하면서 종국엔 관계 정리하는 타입이니까. 상대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서운하게 했는지 짐작도 어려울테니.
둘의 이별 이유를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긴 했다. 둘이 커플 테라피를 받을 때 마이클이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여놓는 점이라든가. 상의하지 않은-아마도 콜린이 원하지 않았을-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준비한 것도 그렇고. 이제 콜린은 50이 되었는데 콜린의 의사는 제대로 묻지 않은 채 결혼 없는 동거 생활만 유지하고 싶어 했던 것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차치하고서도 콜린이 잘못했다. 마이클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긴 했어도 콜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미래에 그가 없을 거라는 걸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듯 했다. 콜린이 마이클에게 서로의 관계에 대해 상의했었더라면 그는 기꺼이 노력하고 맞췄을 사람이었다.
어찌 됐든 간에 저런 이별은 정말 최악이다.
다양한 유형의 게이 등장
마이클은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부동산 중개인이다. 전 연인이었던 콜린은 헷지펀드 매니저라고 했다. 마이클의 게이 친구들 중 하나는 웨더맨이고 하나는 아트 딜러이다. 직장 동료 수잔과 상류층 고객 클레어를 제외하면 모두가 40-50대의 중산층 남성이다.
치열하고 가난했을 20대 30대를 거쳐, 이제는 돈과 명예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사람들이다. 그러니 더더욱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시간과 돈을 투자해 아름답게 가꾸는데 퍽 진심이다. 게이들 전용 앱을 통한 원나잇 스탠드도 거리낌이 없다.
게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릴 스테레오타입이 있는데 이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나잇대,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외모의 몹시 매력적인 게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등장한다. 마이클이 잠깐씩 만나는 친구들도 그렇고, 그의 친구들이 만나는 연인들도 그랬다. 특히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빌리가 데려왔던 똑 부러졌던 의과대 1학년생이라던 깜찍한 게이가 그랬다.
이 시리즈는 완벽한 게이물인데, 등장하는 친구들, 동료들 중에서도 게이가 꽤 많았다. 그래서 완전 게이사이어티 같았다. 오히려 헤테로는 수잔과 클레어 뿐이어서 그들이 마이너한 느낌.
40대 50대여도 완벽할 수 없어
50은 하늘의 뜻을 안다고 '지천명'이라고 했다.
근데 뭐랄까. 40, 50이 돼도 인간은 아이 같은 것 같다. 내가 40, 50이 된다고 갑작스레 어른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마이클과 콜린도 마찬가지다. 마이클의 친구인 스테인, 빌리, 조나단스, 수잔도 마찬가지. 아. 그리고 마이클의 고객인 클레어까지.
뭔가 철없고 멍청한 짓은 이삼십 대'만'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사오십대도 충분히 저지른다는 거지. 난 그것이 괜히 훗날의 나에게 부담이 덜어져서 좋았다. '아.. 사십오십이 돼도 사람은 미성숙하고 저만큼의 중년이 되어서도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점차 조금씩 성장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즌1 결말
<언커플드>에서 마이클이 싱글로서 '잘'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이상적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콜린과의 이별 후에 누군가를 충분히 알아가고 사랑할 시간이 없이 곧바로 다른 이에게 정착해버리는 것도 이 시리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끔 처음 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기도 했고 데이트 비슷한 것도 했지만 더 깊은 인연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싱글이기를 두려워했던 그지만, 파이널 에피소드에선 무언가 홀가분해지고 이전보다 훨씬 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수잔은 오래전 유럽여행에서 만났던 카이의 아빠를 봤고,
콜린은 이제 와서 자신이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고-아마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스텐리는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았고
빌리는 꽤 맘에 들어 쎄컨 데이트를 신청했던 20대 의대생 상대에게 팩폭으로 두들겨 맞아 만신창이가 됐다.
개인적으로 마이클이 콜린을 받아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무책임한 이별을 해놓고 무슨 자격으로?!
50을 먹고도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이별을 저질러버리는 콜린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경악했으며 마이클 곁에 수잔, 빌리, 스텐리 같은 친구가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이클 참 잘 살아온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언커플드>는 게이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연인들에게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서사라고 생각한다. 저나이되면 친구가 더더욱 자산일테니.
언커플드 시즌2 정보
이렇게 떡밥을 많이 뿌렸는데 시즌2 안 나오면 곤란해.
서칭 해보니 아직 넷플릭스 측은 언 커플드 시즌2를 컨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응이 꽤 좋았기 때문에 시즌2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싶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을 맡았던 대런 스타와 <모던 패밀리>의 제작을 맡았던 제프리 리치먼이 공동 제작을 맡았다. 화려한 연출진이기 때문에 이만큼의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
모처럼 재밌는 시리즈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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