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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닝쇼 시즌1 결말 리뷰 l 올해 최고의 미드 더 모닝쇼 시즌1 결말 리뷰 l 올해 최고의 미드

더 모닝쇼 시즌1 결말 리뷰 l 올해 최고의 미드

2022. 9. 26. 18:00TV series

더 모닝쇼
감독 : 미미 리더
제작 : 제니퍼 애니스턴, 리즈 위더스푼
출연 : 제니퍼 애니스턴, 리스 위더스푼, 스티브 카렐

 

더 모닝쇼 시즌1 줄거리

미국인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아침 TV 뉴스쇼에서 인물들 간 벌어지는 이야기

 

※ 애플티비 <더 모닝쇼> 시즌1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더 모닝쇼를 보고 생각한 것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방관한 책임이 모두에게 있었다.

 

추석 연휴에 몰아봤던 <수리남>이 떠올랐다. 극 중 하정우는 도대체 수리남까지 가서 뭘 하는 거냐고 와이프가 추궁하자 "내가 평소에 하던 일이지. 먹고사는 일. 우리 먹고사는 일 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가 한국에서는 단란주점에서 웨이터로 근무하며 돈을 벌고.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려던 게 어그러진 후 전요환을 잡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에게 마약을 먹이는 걸 보고 대의를 위해 모르는 척을 하면서 그는 와이프에게 그런 말을 했다. 먹고사는 일을 한다고.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모두에겐 선택권이 많이 없다.

내가 겨우 노력해서 얻은 것을 내팽개치기엔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더 모닝쇼>는 후반부에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8화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뷰어들에게 섹슈얼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할 수 있으니 그와 비슷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청자들은 주의하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서 해나(공교롭게 이름이 같다)가 강간당하던 장면이 오버랩됐다.

 

해나는 똑똑한 스태프를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게 유능한 여성처럼 보였다. 그렇게 똑똑한 여성이. 자신의 성 결정권이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얼마나 무력하게 될 수 있는지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나가 미치에게 성폭행당하던 장면은 조직 속 위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이슈가 있었을 때 피해자의 입장이 잘 짐작이 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예시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불편할 수가 있나. 이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있나 싶을 만큼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곳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 혹시나 싶어 이곳을 얼른 벗어나고 싶어 하는 해나. 그런 해나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고 있으면서도 그가 지닌 힘으로 해나의 의지를 찍어 누르는 미치.

 

해나는 너무 당황하고 놀라 몸이 굳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사고가 아예 정지가 된 것처럼 보였다. 강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다. 너무 무서워 굳어버린 거지.

 

조직 속 위계의 고하가 있는 자가. 내 커리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가. 내 인생을 뒤흔들 만한 파워가 충분한 자가. 나에게 그런 짓을 할 때 반기를 들고 거부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해나를 보며 알았다. 오히려 칼을 들고 위협하는 괴한에게 저항하는 것이 더 쉬웠을 거다. 청자인 내 입장에서도 그 장면은 너무 공포스러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브래들리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2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그날이 해나에게 화석처럼 선명히 새겨진 것 같았다. 아마 단 하루도 그날을 잊은 적이 없었을 거다. 클레어와 함께 있는 순간에도 약을 먹으면서 며칠 밤을 새우는 걸 보여줬는데 그것 역시 단순히 각성 상태로 깨있기 위함이라기보다 그가 지고 있는 고통이 너무 커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애슐리를 보며 자신을 떠올렸을 거고,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고통받는 이들을 보며, 침묵을 택하고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한 자신이 경멸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한 여죄를 씻고자 클레어와 얀코를 보고 인사부에 고발했을 수도 있다. 혹시라도 직속 후배인 애슐리가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될까 봐.

 

8화는 정말이지 기이했다. <더 모닝쇼>는 첫 화부터 미치의 성스캔들이 폭로되고 미치가 쇼의 앵커자리를 박탈당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큰 권력을 지녔는지는 대사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는데, 2년 전 미치의 생일날을 그려낸 에피소드를 보고 알았다. 

 

말 그래도 그는 왕이었다. 일요일인데도 늦은 밤 그의 50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전 스태프가 모여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다니. 작은 왕국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절대 권력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늘 염려해야 하는 북한의 기쁨조를 떠올렸다. 미치는 모닝쇼의 왕 그 자체였다. 그가 그 수준으로까지 강력한 지위를 지녔을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8화를 보고 나자 왜 이런 사달이 났는지 조금 더 쉬이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스태프, 모든 출연진들이 미치의 기분을 살폈다. 그의 역린을 거스르지 않고자 모두가 긴장한 채 억지웃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거대한 연극처럼 말이다. 끔찍했다. 미치는 가게에 전시된 초콜릿을 고르듯 자신의 왕국에서 잠자리 상대를 골랐다.

 

동료의 고통을 알지만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던 사내 분위기.

부당한 일을 당했어도 그에게 반기를 들 수가 없었던 분위기.

시도 때도 없이 저속하고 야한 농담을 해대도 불쾌함을 표현할 수 없고 애써 웃을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 이것은 성공한 상대 파트너인 알렉스에게도 해당된다.

 

미치와 알렉스가 공동 호스트이기 때문에 비교적 비슷한 지위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알렉스는 스태프보다 파워가 있었을 뿐이지 미치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가 더럽고 불쾌한 농담을 하는데도 억지웃음을 지었던 알렉스를 보고 꽤 놀랐다.

 

스토리상 해나가 안 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해나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고 이것이 더 모닝쇼 스태프 모두에게 트리거가 된 것 같았다. 특히, 알렉스에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만, 바로잡을 기회가 분명히 주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참된 어른은 자신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는 것을.

 

브래들리가 미치와의 인터뷰를 진행할 거라고 알렉스에게 언질을 했을 때 알렉스가 하는 말이 비겁할지언정 일리는 분명 있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을 차치하고 세상에는 미치와 그런 미치를 돈이 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돈으로 입막음하는 프레드 같은 인물은 어느 조직에도 있을 것이며 비슷한 류의 부당한 일은 이미 만연하여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해나의 죽음을 전해받은 당일 아침. 알렉스는 대본에 없는 방송을 진행한다. 더 모닝쇼가 얼마나 곪아 있는지. 호스트인 자신이 성공한 여자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을 얼마나 눈감아왔는지. 자신 역시 책임이 있다는 것에 대해 대중에게 고백한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얀코와 클레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미치의 성스캔들이 터진 직후라 사내 연애가 들킬까 봐 두려운 얀코와, 아직 근무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아-세상을 잘 몰라- 무서운 게 없는 클레어는 직장 내에서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얀코와 스킨십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둘이 사랑하는 것은 진심이지만, 그 둘 모두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와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몹시 두렵다.

 

해나의 고발로 둘의 관계가 알려지게 된 후 얀코는 이제야 떳떳한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한편으론 기뻐하지만, 클레어는 그렇지 않다. 나이 많은 상사와 연애를 한다고 했을 때 동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을 다른 이들을 보며 경험으로 체화했기 때문이다.

 

비로소 야외에서 하게 된 첫 데이트에서 헤어지자 말하는 클레어에게 얀코는 이해한다고 말한다. 늘 조심스러운 건 얀코였고, 늘 겁 없이 행동했던 건 클레어였는데 말이다.

 

다음날 해나의 죽음을 알게 된 후 방송국으로 달려온 클레어는 얀코를 보자마자 안긴다. 그때 얀코는 클레어를 꼭 안아주는데 그게 너무 멋있었다. 때로는 편견 때문에 진실한 사랑이 의심받기도 한다. 선의의 사랑이 사내 연애라는 이유 만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기에 얀코와 클레어의 서사를 넣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부당함이 틀렸다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관습과 행태가 아래로 흐르듯, 가장 최고계급에 있는 자가 부패를 저지르며 비리를 덮고 악습을 일삼을 때 그 조직은 쉬이 곪아버리고 만다. 

 

이상. 그리고 가치관. 대의. 어젠다 같은 것 만으로 모든 책임의 결과를 개인에게 전가하며 모든 것을 감수한 채 정의롭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궁극적으로는 조직과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시즌2에서는 미치가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 자신이 꽃뱀에게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인격과 삶을 파괴한 범죄자였다는 걸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벌레같은 사람에게도 용서를 구할 기회는 주어야 할 것 같아서. 그게 맞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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