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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티비 추천 미드 더 모닝쇼 애플티비 추천 미드 더 모닝쇼

애플티비 추천 미드 더 모닝쇼

2022. 9. 19. 17:44TV series

더 모닝쇼 (THE MORNING SHOW) 2019-
제작 : 제니퍼 애니스턴, 리즈 위더스푼
감독 : 미미 리더
출연 : 제니퍼 애니스턴, 리즈 위더스푼, 스티브 카렐

 

더 모닝쇼 시즌1 줄거리

오랫동안 미국의 아침을 책임졌던 더 모닝쇼의 남성 호스트인 미치 케슬러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난 뒤 그의 파트너인 알렉스와 스태프들.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방송국은 부차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특히 미치와 함께 15년간 쇼를 진행했던 알렉스는 미치의 미투 파문으로 프로그램이 존폐의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제와 급격히 달라진 오늘. 졸지에 처하게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HBO에서 방영했던 <뉴스룸>이라는 시리즈를 좋아했다. 첫 에피소드 오프닝 시퀀스에서 인기 있는 뉴스의 메인 앵커인 주인공이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보수당을 지지하면서도 왜 보수당이 질 수밖에 없는지를 논리 있게 어필하는데 짧은 순간인데도 몹시 압도당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뉴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을 다룬 서사를 좋아하게 된 것이. <뉴스룸>은 사람들 앞에서 전면적으로 얼굴을 내놓고 쇼를 진행하는 사람.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쇼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수많은 고급 인력으로 탄생한 집단 지성의 산물 같았다.

 

그리고 애플티비 오리지널 <더 모닝쇼>다. 뉴스룸이 미국의 현안에 대해. 그리고 과거의 아픔에 대해. 미국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 무언가에 대한 서사를 다뤘다면, 더 모닝쇼는 보다 범용적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전부 음흉했고 악랄하며 영리했다. 뺏긴 지위를 되돌리기 위해. 제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머리 굴리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현실에서도 그렇듯, 더 모닝쇼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흑과 백으로 나눌 수가 없었다. 명백히 회색 경계에 있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난 이런 사단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온전한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다.

 

알렉스 레비


더 모닝쇼 통틀어서 가장 부차적인 피해를 크게 입은 자를 꼽으라면 바로 "알렉스 레비"다. 15년 동안 미국의 아침을 책임지며 미국인의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졸지에 텔레비전 허즈밴드를 잃은 가여운 여인이 됐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방송국 입장에서는 미치도 이렇게 된 마당에 제멋대로이던 알렉스를 신선한 다른 캐릭터로 대체하고 싶다. 그러나 알렉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알렉스가 영리한 사람이라고 느낀 에피소드가 있다. 내 의지대로 공동 호스트를 고를 수 없다면 그만하겠다고 말하자,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방송국 측에선 그만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떼(?)가 먹혀들어가지 않다는 걸 인지한 후 알렉스는 그가 염두하고 있던 브래들리를 공동 호스트로서 대중에게 소개한다. 벼랑 끝에서 영리한 패를 던진 것이다.

 

알렉스는 협의되지 않은 행동을 한 뒤 임원들에게 불러가 잔소리를 듣는데 그들의 얼굴은 블러 처리가 된 듯 흐릿하고 성난 목소리는 웅얼대며 들린다. 알렉스에게 방송국장과 임원들은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말을 모두 흘러가게 둔 뒤 알렉스는 똑 부러지게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얼마나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인지. 너네가 나 아니면 뭐라고 되는 줄 아냐면서.

 

알렉스의 말을 듣고 회의실 안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알렉스의 말이 맞다는 걸 안 것이다.

 

알렉스는 모닝쇼 내에서의 주도권을 뺏길까 봐 두려워한다. 미치와 공동으로 진행하던 때에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방송에 약간의 불만을 갖고 있던 터라 이번엔 자신의 영향력이 보다 크기를 바란다. 안중에도 없던 브래들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자리에 앉혀놓고도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마다 전전긍긍한다. 

 

세대가 바뀐다는 느낌. 주류가 바뀐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피부로 느꼈을 이가 알렉스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여성상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알렉스는 절대 대중에게 자신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릴 수 없다. 그것을 감추려 안간힘이지만 그의 표정에서 그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알렉스 레비 역할을 맡은 제니퍼 애니스턴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프렌즈>에서 철부지 레이첼 역할을 맡았었다. 그는 프렌즈 통틀어 가장 많이 성장한 캐릭터였고 그렇기에 '아메리칸 스윗하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녀는 소녀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여서 50대의 알렉스를 보며 자연스레 20대의 레이첼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브래들리 잭슨


불같은 성격. 다혈질 그 잡채.

열정과 소신은 있지만 그런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는 곳은 변두리 방송국뿐. 그마저도 툭하면 잘려서 퇴사와 이직을 반복한 이력서.

 

그러니까, 브래들리는 로또를 맞은 셈이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과오를 대중에게 고백할 만큼 배짱이 있을지언정 말이다. 그리고, 재밌게도 그렇게 솔직하고 문제 있는 모습이 그의 챠밍 포인트가 되어 점차 대중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방송국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고 사전에 협의된 스크립트가 아니라, 그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을. 대중이 듣고 싶을 말을 한다.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속이 타지만, 대중들은 환호한다.

 

솔직함이 그의 최고의 장점이다. 홧김에 바텐더를 덮치기도 하고, 늘 그랬듯 어리석은 선택을 또 할 테지만 그러면서도 본대 없이 정의로운 그의 모습을 사람들이 사랑할 테니.

 

미치 케슬러


가장 흥미로운 인물을 꼽으라면 '미치'다. 그러니까, 미치는 자신의 잘못을 아는데 모르는 척 잡아떼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지위와 위계를 이용한 일방적이었던 관계가. 힘의 레버리지가 명징히 존재하는 자에게 했던 섹슈얼적 행동들이 모두 합의됐었고 그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했었기 때문에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지가 곤란하게 된 알렉스는 미치를 찾아가 15년간 텔레비전 허즈밴드였던 네가 나를 졸지에 이렇게 만들 수가 있냐면서 따지는데 그때도 미치는 마치 알렉스가 이성으로서 그를 사랑하고 있는데 다른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서 질투가 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말한다. 꼭 나사 하나 빠진 사람 같이.

 

미치는 자의식이 굉장히 강하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가 유쾌하고 프랜들리하며 만인에게 사랑을 받던 인물이란 것은 알겠는데, 그는 그것을 너무 과잉 해석해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이성적으로 좋아할 거라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내가 허벅지를 꽉 쥐면 좋아하겠지.
오랄 성교를 요구하면 좋아하겠지.
나와 키스를 하면 좋아하겠지.

 

미치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 마땅히 그를 비난했을 테지만, 그에게도 분명 선량하고 좋은 구석이 있었다. 더 모닝쇼 통틀어 가장 회색지대에 있었던 인물은 바로 그였다.

 

그가 젊었을 때는 그가 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죄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고 진심으로 억울해했다. 그는 그대로였고, 세상이 바뀐 것일 테다.

 

그때는 문제 될 것이 없었던 행위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탄탄히 고착된 악습


이런 사달이 난 것이 시스템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했다.

 

미치를 괴물로 만들었던 그 시스템. 더 모닝쇼의 왕이나 다름없던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도 그 아무도 저지하지 못했던 그 시스템. 

 

그런 상황을 겪고 있었으면서 인사과에 고발하지 않았다는 단편적인 이유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더욱 틀렸다.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직군. 그리고 방송국이라는 폐쇄적인 필드. 인사과에 신고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리 전무하고, 오히려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혀 다른 방송국에도 이직이 어렵게 되어 아예 직업적 커리어가 끝장날 수도 있다. 그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고발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이유로 동료 스태프들이 미치의 루머가 사실임을 알고 있었어도. 동료가 고통받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묵인하며 모르는 척했던 것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악행을 알면서도 쉬쉬했던 것을 일개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 역시 가혹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고 모든 총대를 메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서.

 

권위를 쥐고 있었던 알렉스에게도 묵인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 모두가 잘못했다. 하나 침묵을 통해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개인들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탄탄하게 고착된 악습이 문제 아닐까.

 

더 모닝쇼 시즌 3 정보


현재 더 모닝쇼의 시즌1 에피소드 5화까지 보았다. 

2021년에 시즌2가 방영되었고 2022년 올해 하반기에 시즌3가 릴리즈 될 예정이다.

 

에피소드 하나당 한 시간 내외인데 보는 나도 뇌를 꽤 많이 써야 해서 하루에 한 에피소드 이상 시청하는 것이 불가하다. 현재 시즌1의 절반까지 보았는데도 이 시리즈가 너무 훌륭해서 추천글을 쓰고 싶었다. 추천글 치고 너무 장황하게 말하긴 했는데, 이런 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환장할 스토리다. 

 

알렉스가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지킬 지.

브래들리가 뉴스쇼의 새 호스트로서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지.

스태프들이 느끼고 있을 죄의식이 방송국 내 분위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미치가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한방을 갖고 있을지.

 

그래서모든 에피소드를 다 시청한 후 이 시리즈가 나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주었는지 다시금 리뷰글을 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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