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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il)" 디스토피아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il)"

디스토피아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il)"

2020. 4. 14. 10:54TV series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Handmaid's Tail)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1985년도에 출간한 캐나다 출신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디스토피아 장르의 드라마이다.

 

*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 또는 안티 유토피아로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공동체/사회를 가리키는 말.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2017년 방영이 시작되었으며 현재 시즌3까지 방영하였고 제작사이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훌루(hulu)는 2019년 출간된 마거릿의 핸드메이즈 테일 속편인 The Testaments(증거)를 기반으로 후속 시리즈를 계획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2017년 에미상 8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준 역할을 맡은 주인공 엘리자베스 모스는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였다. 

 

 

 

 

 

※ 극의 설명을 위한 최소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핵전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한 미국에서 미국 기독교의 극우주의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하였다. 길리아드라는 나라를 만들고 전체주의적인 국가로 바뀐 상태에서, 가장 밑바닥의 삶을 사는 핸드메이드의 삶을 다룬 내용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원작 소설이 있으면 꼭 읽는 편이기 때문에 시즌1을 보고 나서 바로 원작 소설을 구입하여 읽었다. 우리나라 번역본은 "시녀 이야기"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화자인 준의 내레이션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소설의 느낌이 칼라로 표현하자면 무채색이다. 문체가 굉장히 무미건조하다. 마치 이 소설이 너무나도 메말라서 있는 힘껏 쥐어짜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드라마가 흥미 있으신 분들은 원작 소설도 읽어보시길.

 

 

 

미리 말씀드리자면 유쾌한 내용의 드라마는 아니다.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극의 초반부 쿠데타가 성공하고 나서 모든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이유 없이 해고되고 갑자기 모든 여성의 계좌가 동결되는 장면이 굉장히 급박하게 진행되는데 정말 공포스러웠다. 물론 이후의 이야기는 더 공포스러웠다. 여성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 역시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펼쳐진다.

 

 

 

먼저 핸드메이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길리아드는 성서를 극단적으로 해석하여 '타락한 여성'을 규정하고 그런 여성들을 핸드메이드로 착출 한다. 

 

 

그들이 말하는 타락한 여성비 기독교인, 재혼한 여성, 미혼모, 동성애자, 자신들과 같지 않은 기독교 교파의 지지자, 자신들과 반대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착출 돼서, 길리아드 지배층의 집에 배정된다. 임신을 위해 핸드메이드의 가임기에 맞춰 '의식'(그들 말로는 세리머니란다)을 치른다.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한번 품어보지도 못하고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 집의 부인에게 아이를 주어야 한다. 출산을 마친 뒤 다른 집으로 배정되어 같은 일을 반복한다.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될 때까지. (그들에 따르면) 의식은 순전히 성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며 쾌락을 위한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계급에 따라 옷의 색깔이 나뉜다. 물론 외적인 꾸밈을 위한 일련의 행동 모두 국가로부터 금지되었다. 핸드메이드는 어디서도 눈에 잘 뜨이는 빨간 옷을 입는다.

 

 

 

 

 

핸드메이즈 테일의 중심에 있는 준


준/오프레드 역할을 맡은 엘리자베스 모스

 

 

주인공이다. 남편 루크와 딸 한나와 캐나다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실패하였다. 출산의 경험이 있고, 남편인 루크가 이혼하고 준이랑 결혼한 것이기 때문에 재혼한 여성이므로 핸드메이드가 되었다. 프레드 워터포드 사령관의 집으로 배정되었다.

 

 

 

 

평범하게 사랑하는 남편과 예쁜 딸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이럴 때도 있었는데..

 

 

 

그로테스크한 세리머니


이게 무슨 어이없는 상황인가 하실 텐데 핸드메이드가 아이를 출산할 때의 의식이다. 아이를 낳는 건 핸드메이드지만 그 뒤에서 마치 부인이 아이를 낳는 것처럼 산통을 겪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의식을 치르면서 아이를 낳는다. 빙 둘러앉아 부인들과 핸드 메이드들은 무사히 예쁜 아이를 출산하게 해달라고 기도드리는 거다. 

 

 

핸드메이드와 사령관이 한 달에 한 번 의식을 치를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진은 갖고 오지 않았다.

 

 

 

인물 간 관계


 

준과 세레나

 

난 이 둘의 관계가 가장 독특하다고 느꼈다. 세레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세레나 때문인지 프레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둘은 가질 수 없다)그래서 핸드메이드인 준이 있는 것이다. 세레나 입장에서 준은 자신에게 아이를 낳아줄 사람이니 당연히 고마운 존재임에도 혐오한다.(같은 신분의 부인들과 함께 있을 때 핸드메이드를 가리키며 매춘부라고 표현하더라. 핸드메이드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님에도) 준과 세레나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지만,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로 서로를 이해하기도 한다. 

 

 

 

준의 아이인 홀리를 캐나다로 망명 보낼 때 세레나가 허락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거다. 여성으로 태어난 홀리가 길리아드에서 사는 것보다 캐나다로 망명 가서 사는 편이 훨씬 나을 것임을 스스로도 알았기 때문에. 근데 기어코 홀리를 찾아오겠다고 무슨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거야? 개인적으로 세레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캐릭터가 일관성이 너무 없다.

 

 

 

 

프레드와 세레나

 

추후 시즌이 되면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 프레드와 세레나의 모습도 보여준다. 방송 출연 등 바쁜 와중에도 임신을 위해서 가임기마다 무척이나 노력하는 세레나를 잘 보여주고. 세레나는 그때부터 아이를 무척이나 낳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내가 놀랐던 건, 쿠데타 전의 프레드는 정말로 세상 다정하고 부인밖에 모르는 남편이었다는 거다. 그 둘이 얼마나 행복한 부부였는지는 잠깐의 에피소드만 보여줘도 알 수 있겠더라. 그랬던 프레드가 쿠데타가 성공하고 사령관이 되자, 그렇게 돌변할 수 있는 건가.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원래가 악한 건지 아니면 상황과 환경이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부인을 농락하고 폭행하고 바보 만들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길리아드에서 여성들에게 내리는 형벌


 

길리아드에서 여성은 나설 수 없다. 가장 높은 신분인 '부인'의 신분에서도 예외는 없다. 길리아드는 신체를 상하게 함으로써 벌을 내린다. 눈을 하나 없애거나. 입을 꿰매거나 아니면 화학적 거세를 하거나. 생물적인 부분은 없애지 않는다. 그들에게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은 귀하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거세를 할지언정 임신을 못하게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죄를 지은 핸드메이드를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 일꾼으로 보내기도 한다. 

 

 

 

그나마 세레나는 고위급 신분이었기 때문에 눈을 파내거나 입을 꿰매는 대신 손가락을 자른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이다. 남편인 프레드는 자기 부인 손가락이 잘리는 걸 보고 있었다. 오죽하면 준이 분노로 바들바들 떨면서 프레드에게 "어떻게 세레나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걸 보고만 있었어요?"라고 했겠어.

 

 

 

 

문화충격이었던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드리고 싶다. 길리아드는 핸드메이드를 수출하고 그 대가로 오렌지를 수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른 국가에서도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적은 게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치 반질반질하고 예쁜 과일을 전시하듯 핸드메이드들을 예쁘게 치장시켜서 타국의 손님들에게 선보이더라. 정말이지 구역질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세레나가 눈 하나가 없는 핸드메이드는 그들 앞에 내보이지 말라고 하면서 "굳이 흠집난 사과를 손님들에게 보일 필요는 없죠."라고 하는 게 압권이었지. 

 

 

 

"HOPE"


희망이 없어 보인다. 서로가 서로의 감시자며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저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날씨 얘기를 하거나 under his eyes(하나님이 보고 계시지), praise be(하나님 덕분이지) 따위의 언어뿐이다. 입을 잘못 놀렸다간 바로 벽에 목이 걸리기 때문이다. 심심찮게 곳곳에서 매달아놓은 시신을 볼 수 있다. 본보기 용, 입막음용으로. 마치 효시하는 것처럼.

 

 

 

사방에 무장한 군인들이 있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무슨 짓을 해서 탈출해 보려 해도 자꾸 잡혀오게 된다. 형벌은 너무나도 가혹해서 다신 탈출을 꿈꿀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그렇게 핸드메이드들이 알게 모르게 지옥의 삶에 적응해버려서 체념한 상태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암암리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있었다. 이건 핸드메이드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의 권력자인 사령관이나 고위층에서도 드러난다.

 

 

 

길리아드 밖에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집단 지성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그런 무지막지하고 비상식적인 국가가 등장하더라도.

 

 

 

난 핸드메이즈 테일이 페미니즘보다도 모성애가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느꼈다. 준은 운 좋게도 그곳을 탈출할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생지옥에서 탈출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남편보다, 그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그녀의 딸 "한나" 그녀를 지옥에 두고서 혼자 다른 국가로 망명해 편하게 살 수 없었던 것이다.

 

 

 

승자가 없는 드라마


얼핏 보면 여성만이 참담한 상황을 겪는 것 같지만, 남성도 다르지 않다. 최고위층을 빼고는 남성들도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과 비교할 수 없게 비참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메이드들의 이야기이고 단지 여성의 서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지 여기에서 모든 걸 누리며 사는 사람들은 쿠데타를 성공한 아주 극소수의 사령관들 뿐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자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를 탐하는 것을 가장 죄악이라 하였으나 자신들의 욕구와 유흥을 위해 그들만의 비밀클럽을 만들었다. 다 빛 좋은 개살구일 뿐. 본인들도 알고 있다. 그들이 만든 세리머니가 전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난 종교가 없으나,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아마도 너네 같은 놈들을 가장 먼저 지옥불에 넣으실 것이다.

 

 

 

스핀 오프 시리즈로 길리아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의 남성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좋은 스토리가 나올 거다. 예를 들어서 자신의 사랑하는 와이프를 국가에 핸드 메이드로 뺏겨버리고 예쁜 자식들도 사령관의 집으로 보내져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게 된 남자. 쿠데타가 나기 전 원래의 직업은 변호사였지만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고, 국가로부터 할당받은 일인 나무를 베어 공납하는 일만 하는 남성. 이 드라마에서는 승자가 없다. 

 

 

 

준의 남편인 루크는 원작 소설에서 캐나다로 도망갈 당시 잡혀서 사망하였지만, 드라마에서는 살아남아 캐나다로 망명하였다. 망명 과정을 담은 스핀오프 드라마를 제작해도 재밌지 않을까?

 

 

 

이전에 소개해드린 홈랜드나 디 아메리칸즈처럼 재밌는 드라마가 아니다. 기독교 극우세력의 쿠데타가 성공해서 미국이 전체주의가 돼버리고 특히 여성 인권이 말살된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므로 보면서 괴로울 때가 많았다. 그러나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고 작품성이 굉장히 높은 작품이다. 하지만 정말 불편한 드라마라는 걸 말씀드린다. 나 역시 시즌 파이널까지 계속 챙겨볼 테지만, 꽤나 무거운 마음으로 핸드메이즈 테일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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