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3. 20:30ㆍTV series
2017년 방영한 프랑스-벨기에 스릴러 시리즈. 시즌 2 파이널이며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청할 수 있다.
벨기에의 외딴 마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들이 계속 발생한다. 헌병대 소위와 새로 부임받은 검사가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어두운 숲 속으로 향한다.
편의상 미국 드라마 카테고리에 넣었다. 미드 관련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이왕이면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를 직접 보고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지난번 아이슬란드 스릴러 드라마인 트랩드(trapped)를 본 이유도, 이번에 프랑스 드라마인 검은 미로(black spot)를 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트랩드도 검은 미로도 도시가 아닌 동떨어지고 고립된 마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좁은 마을에 비밀은 왜 그렇게 많은 것이며 왜 그렇게 살인 사건은 계속 일어나는 것이며 그놈의 정치인들은 왜 항상 비리가 있는 것인지. 이제와 생각해보니 두 드라마의 플롯이 상당히 유사하다.
※ 스포일러 없습니다.
우선 시즌1까지 시청하였다. 많은 유럽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원래 이렇게 전개 느린 건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3부작이나 4부작으로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극의 중심이 되는 로렌. 마을 토박이이기도 하고 헌병대 소속 소위이다. 왜 경찰이 아니라 군인이 경찰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여 서칭 해보았는데 프랑스는 헌병 병과가 부대가 아니고 육군, 해군, 공군처럼 분리된 별개의 '군' 개념으로 일부 헌병 조직을 독립 군종화 시켜서 민간 치안도 담당한다고 한다. 이유는 대도시가 아닌 지방 자치 단체인 경우는 닫힌 사회가 되기 쉬운 환경이어서 지역 범죄를 탐지하기도 처벌하기도 어렵고 최악의 경우 경찰과 지역 범죄 조직이 유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군인은 연고지와 무관하게 배치되고, 한 부대에 계속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주기로 근무지를 옮기는 헌병들은 유착 가능성이 훨씬 낮다고. 이유를 듣고 보니 어느 정도 공감이 가네. 시골에서 조그만 왕국을 만들고 경찰과 마을 사람들이 유착하여 범죄를 덮어주는 사건은 우리도 꽤 있지 않았나.
로렌은 10대 때 시장과 연애를 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지금도 그 관계가 이어지는 것 같더라.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데도 손톱만큼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고.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고집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너무 태평했다. 마을에서 끊임없이 살인 사건이 나고 딸아이 친구가 실종이 됐는데도 너무 태평했다. 사람이 죽어도 태평했다. 마치 사람이 죽은 게 파리 한 마리 죽은 것 정도의 일로 느껴질 만큼. 감정의 변화가 없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난 도무지 로렌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감응하지 못하였다.
처음 에피소드에서 지루하다 싶을 때, 로렌이 과거에 숲에서 있었던 사건을 보여주더라.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해 로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로렌은 숲에서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시종일관 숲에 비밀이 있다고 말하고 다니고(검사는 추후에 숲 타령 좀 하지 말고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범죄는 숲이 저지르는 게 아니고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보고 나니 로렌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이 아니었다.
사건이 너무 많다. 강간, 자살, 실종, 가출, 살인, 시신 훼손, 유기, 방화. 불륜. 그리고 갱단까지 등장한다. 다 합쳐 인구가 100명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마을에 뭔 사건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 싶다. 그리고 숲에 관련된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갱단이 등장해서 총을 두두두두두 쏘면 이게 뭔가 싶은 거다. 조금 더 마을에서 일어나는 부수적인 사건을 축소하고 본질에 집중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로렌의 말대로 숲에 뭐가 있긴 있더라. 환각 물질이 가득했던 동굴도 그랬고, 숲도 그랬고. 검은 미로에선 까마귀도 등장하고 늑대도 등장한다. 대체로 도움을 준다. 까마귀는 곡성에서도 그랬지만 신가물이 있는 영물 같은 느낌인데 블랙 미로에서도 까마귀는 사건의 해결을 돕거나 아니면 구체적으로 악한 인간에게 해를 가하기도 한다. 경고를 주기도 한다. 마치 네가 한 짓을 모두 다 알고 있어.라는 듯이. 늑대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해하려는 게 아니라 도움을 준다. 숲은 취할 건 취하고 도울 건 돕는 것이다. 숲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도시와 떨어진 외딴 시골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왜 그리 많이 일어나는 건지. 얼마 되지도 않는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왜 그렇게 또 많은 것인지? 왜 시골마을에서 정치인들은 그리 문제가 많은 것인지.
시골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들은 수도에서 근무하며 잘 나가다가 한직으로 물러나서 징계받아 온 공무원이 꼭 등장하더라. 트랩드에서 경찰 역할을 맡았던 안드레도 그랬고 검은 미로의 검사도 그랬다. 그리고 가장 이성적인 것도.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사건에 엮여 있긴 했다. 얌전히 시험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녀가 왜 까마귀를 두려워했는지 알았다.
프랑스 드라마 보고 싶으신 분, 그리고 스릴러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린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로렌이 20년 전 보았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마 난 추후에 시즌2를 볼 듯 싶다. 넷플릭스가 좋은 점은 제3 국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TV se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모든 것(YOU)_젠틀하고 순수한줄만 알았던 남자의 광기 어린 집착 (38) | 2020.05.04 |
---|---|
어쩌면 협력할지도 모를 바비와 척 "빌리언스(BILLIONS)" 시즌3 리뷰 (50) | 2020.04.24 |
디스토피아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il)" (33) | 2020.04.14 |
레이건 집권 시대의 고정간첩 미드 "디 아메리칸즈(The Americans)" (34) | 2020.04.13 |
화이트 칼라 범죄물 미드 "빌리언스(BILLIONS)" (26) | 2020.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