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8. 17:17ㆍFilm
레드 슈즈(RED SHOES & THE 7 DWARFS)
감독 : 홍성호
각본 : 홍성호
주연 : 클로이 모레츠, 샘 클라플린, 안소이, 신용우
사라진 아빠를 찾던 스노우 화이트 공주는 우연히 신으면 미녀가 되는 마법 구두를 신고 이전과 완벽하게 다른 '레드 슈즈'가 되었다. 못생긴 초록색 난쟁이가 된 일곱 왕자들은 우연히 자신들의 집에 나타난 '레드 슈즈'가 자신들의 저주를 풀어줄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물심양면 돕는다. 시들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꿈꾸는 왕비 '레지나'는 '레드 슈즈'를 쫓기 시작했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백설 공주. 빨간 구두. 슈렉. 위키드. 이것저것 잡다하게 섞은 느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다.
영상미는 좋았다. 220억 원을 투자한 국내판 애니메이션으로는 픽사나 디즈니에 버금가는 그래픽 수준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스토리다. 멋없는 스토리. 그리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캐릭터와 사랑에 빠져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레드 슈즈의 스토리는 외모지상주의로 시작해서 외모지상주의로 끝난다. 처음에 멀린을 비롯한 7명의 왕자들은 외모만 보고 요정을 마녀로 오인한 이유로 저주에 걸려버렸다.
일곱 왕자들은 실은 미남이지만 뚱뚱한 초록색 난쟁이가 되어버렸고 스노우 화이트는 실은 평범하지만 레드 슈즈를 신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녀가 되었다.
실은 미남인 난쟁이들과 실은 미녀가 아닌 레드 슈즈
극에 나오는 백설 공주(레드 슈즈)는 사랑스러운 아가씨다. 스노우 화이트일 때나 마법 구두를 신고 레드 슈즈가 되었을 때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가씨. 마법 구두를 신어서 날씬한 모습이어도 여전히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멀린의 겉모습보단 그 자체인 내면을 사랑했던 지혜로운 아가씨. 백설 공주는 마법구두를 신었을 때나 신지 않았을 때나 성격의 변화가 없다. 태도의 변화도 없다. 항상 상냥하고 밝은 아가씨일 뿐. 다른 것은 그녀를 보는 타인의 태도다. 스노우 화이트일 때와 레드 슈즈일 때의 지극히도 다른 타인의 태도. 아마 감독은 이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였겠지.
그런 그녀도 알고 있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겉모습이 아니라면 일곱 난쟁이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레드 슈즈는 위험에 빠진 멀린을 있는 힘껏 구해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들키게 되었고. 레드 슈즈는 이렇게도 용감한 아가씨였던 것이다.
레드 슈즈는 멀린에게 본래의 모습을 들키고 나서 사실은 자신이 스노우 화이트라는 것과 새엄마였던 레지나가 마녀인걸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여기서도 멀린은 저주 타령을 해대는데, 역시 똑똑한 레드 슈즈는 문제는 저주가 아니라고 하더라. 레드 슈즈의 이야기를 다 듣고도 홀로 내버려 두고 혼자 터벅터벅 가버리는 멀린은 야속하더라고.
역시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답게 예쁜 결말로 멀린은 진정으로 스노우 화이트(레드 슈즈)를 사랑하게 되었고, 엔딩 크레딧을 보니 아마 둘이 결혼도 해서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지만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아무래도 아가들이 보는 건데 처음 볼 때부터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래도 되나? 싶었다. 스노우 화이트는 레드 슈즈를 신으면 날씬해진다. 원래 날 때부터 머리는 칠흑같이 까맣고 피부는 눈처럼 새하얗고 입술은 새빨간 피처럼 붉어서 이름이 스노우 화이트가 되었다는 백설 공주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사실은 뚱뚱하지만 레드 슈즈를 신으면 마법으로 날씬해져 미인이 된다는 설정
나야 내 주관이 잡혀 있는 성인이니 상관없지만, 어린 아가들이 봤을 때 뚱뚱한 건 못생긴 거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왜 이런 스토리로밖에 풀어나가지 못했나. 레드 슈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웠지만, 그녀의 사랑스러움만으로는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좀 더 시나리오가 좋을 순 없었을까. 뻔한 클리셰를 비트는 건 좋지만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나.
클레이 모레츠가 연기한 레드 슈즈의 허스키한 음성이 좋았다. 클래식한 백설공주의 이미지대로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였어도 좋았겠지만, 클레이의 허스키한 음성으로 레드 슈즈의 매력이 배가 된 느낌. 이건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모양이더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만큼은 클리셰를 잘 깨부순 느낌이다.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외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면이 중요한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좀 더 세련되게 풀어나갈 순 없었을까. 백마탄 왕자님이 아닌 난쟁이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좋지만 그것'만' 좋으니 문제다.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내가 군소리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기대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은 본 듯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지만 다음부턴 제발 스토리에 신경 좀 써주길. 풀어나가는 방법이 아쉽다. 오히려 클리셰가 나은 지경이 되어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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