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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2020. 5. 6. 00:20Book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앞서 소개한 유시민의 공감 필법과 결을 같이 한다. 다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조금 더 전문적이고 정형화된 글을 쓰는데 안성맞춤인 책이다. 글쓰기 특강에서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유시민 작가는 참 겸양하다. 누구나 유시민 작가가 말을 잘하는 것을 알고 글을 잘 쓰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젠체하는 법이 없다. 관심 있는 만큼 보이는 것인지 이전에 읽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더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는 어떻게 하면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자기소개서, 논술, 학술 논문, 보고서, 제안서, 칼럼 등 다양한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재밌게 느낀 문단이 있어서 소개해보려 한다.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나 역시 글을 읽는 독자로서, 화려한 문체로 쓰인 글보다 내가 깊이 감응할 수 있고 저자의 마음이 절절이 느껴지는 글을 좋아한다. 글이 복잡하고 한자어가 많아서 무슨 말인지 바로 의미 파악이 되지 않는 글보다, 글이 단숨에 이해되어 빠르게 읽어 내려가도 글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는 글을 좋아한다. 전공자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서 내가 따로 검색해야 하는 글보다,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여 별도로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글이 좋다. 내가 쓰려는 글도 이런 글들이다. 친절한 글을 쓰고 싶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에도 몸 담았던 만큼 좋은 글쓰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신문 기사와 칼럼도 많이 인용했다. 감정적이고 기분적인 글이 아니라 싫으면 싫다고만 할 게 아니라 왜 싫은지 왜 틀렸는지 논조를 정확히 따져서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나 쟤 싫어!"라는 글은 독자에게 아무런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얼마 전 미드 빌리언스 시즌3 리뷰를 쓰면서 족 제프코트 설명을 하며 토악질 나는 인물이라고 써놨는데, 충분히 예를 들어 설명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그가 징그러운 짓을 한 게 한 두 개가 아니기에 딱 한 가지의 사례만 넣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더 논리적으로 논증이 잘 되는 글을 써야 하니까, 유념해야지.

 

 

말과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도록 쓴 글이 훌륭한 글이다.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 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한자어를 남용하는 것과 일본식 영어식 번역투는 정말 문제다. 예쁜 우리말을 오랫동안 훼손시켜온 주범. 중학생 때 공부했던 논술책에서도 그리고 오늘날의 많은 작가들도 가장 문제로 꼽는 것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남자 친구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도 오랫동안 고착돼 있어 마치 일본말인 줄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 목록을 보내줬는데 그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것보다 "금일"이라는 표현이 특히 그랬다. 우리 금년에, 금일에. 이런 말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던가. 익일이 일본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금일은 충격이었다. 오늘, 내일로 하면 될 것을. 올해 내년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우리는 금일, 익일, 금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을까. 그때부터라도 알아서 난 그 이후로는 최대한 인지하며 일본말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한자어 남용도 문제다. 무조건 순우리말을 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후에도 오랫동안 한자어를 써온 국가이므로 한자어를 쓰는 것이 당연하고 물론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남용은 문제가 된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태여 써서 글을 복잡하고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유시민 작가가 언급한 대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일본식 한자나 중국식 한자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식 한자 표기로 오염되고 훼손된 순 우리말을 되찾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한자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유시민 작가가 짧은 글쓰기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인용하려 한다.

 

글을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 똑같은 정보와 논리를 담는다면 2,000자보다는 1,000자로 쓰는 게 낫다. 이유는 자명하다. 읽는 데 시간이 덜 드는 만큼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 짧은 글이 좋은 이유는 또 있다. 같은 내용을 절반 분량에 담으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압축을 해야 한다. 압축하려면 군더더기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글의 예술성이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블로그를 하는 나는 가끔 글자 수 세기로 글의 양을 확인하는데 글 양이 많은 글은 공백수 포함 만자를 넘기도 하고 보통은 삼천자에서 오천자. 짧게 썼다 싶어도 이천자는 족히 넘더라. 내 블로그에 검색으로 유입된 사람들의 기기를 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율이 거의 80%에 가깝다. 앞으로 갈수록 모바일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 텐데 여기서 난 딜레마에 빠졌다. 구글은 긴 글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긴 글을 읽기 싫어한다. 예전에 북리뷰를 하며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난 성격이 급하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하는 것이 좋아서 유튜브 영상은 2배속으로 보고 화면이 없는 팟캐스트는 1.5배속으로 듣는다. 짧은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도 마찬가지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같은 정보를 담고 있다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가장 좋은 글은 더 더할 게 없는 글이 아니라, 더 뺄 것이 없는 글이기 때문이다. 짧게 쓰지도, 길게 쓰지도 못하겠으니 고민이다. 길게 쓰면 구글에서는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정보를 얻으려고 들어 본 분이 글 양이 너무 많아 질겁하고 뒤로 가기를 누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전의 리뷰에서 어떤 글을 블로그에 써야 할지 고민이었던 부분을 서술한 적이 여러 번이기 때문에 내 리뷰를 꾸준히 봐오신 분들은 아마 아실 것이다.

 

 

여담으로 유시민 작가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여러 가지 소개해주셨는데 진중권 작가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2015년 출판된 책이다. 최근 서로에게 날 선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혼자 피식했다. 난 유시민 작가를 좋아하지만, 요즘에 그가 하는 말들에 대해서 뭐지 싶을 만큼 동의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하는 그를 그럼에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10대 때부터 그의 책을 읽었고 오랫동안 언론에서 봐왔던 그가, 적어도 진솔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통의 난 같은 책을 두 번은 읽지 않는데 글을 잘 써보고 싶어서 유시민 작가의 공감 필법과 글쓰기 특강을 다시 읽었지 뭐야. 정말이지 글을 잘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쓴 보고서나 결재서류조차 같은 것을 두 번 읽는 걸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나인데 말이다. 사실 공감 필법에서는 캐주얼한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글쓰기 특강에서는 포멀한 글쓰기를 쓰는 방법의 차이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결을 같이 한다. 나쁜 글이 어떤 글인지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서술해주는 부분은 이 두 책에서 같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때문에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두 책을 모두 다 읽는 것을 권해드린다. 하지만 현생이 바빠 시간적 여유가 없으신 것을 알고 있으니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에스엔에스에서 사람들에게 감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은 공감 필법을, 논술이나 보고서, 논문 등 조금 더 포멀하며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은 글쓰기 특강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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