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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쓰는 법(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리뷰 동화 쓰는 법(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리뷰

동화 쓰는 법(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리뷰

2020. 5. 18. 10:52Book

동화 쓰는 법(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이현 지음

 

 

 

※ 개인적인 일기 같은 리뷰입니다.

 

 

 

 

 

정말 별의별 작법서를 다 읽는다. 이번엔 어린이 동화 작법서를 읽어 보았다. 처음에 유튜브에서 작가들 영상을 보다 보니 웹소설 작가의 영상을 보게 됐고(그 작가분의 영상으로 웹소설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날 어린이 동화 작가 유튜버에까지 데려가지 뭐야. 그분이 추천하신 작법서여서 궁금해서 한 번 보았다.

 

 

우리나라 책으로는 흔치 않은 페이퍼백이다. 얇고 작은 책이어서 군더더기를 뺀 느낌.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은 좀 다르게 다가온 것 같아. 아무래도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동화 작가여서 그런지. 성인 독자가 아니라 어린이 독자를 상대로 한 작법서는 처음이어서. 

 

 

동화 쓰는 법에서 "내포 독자"라는 표현을 처음 보았다.

 

내포 독자 :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 내포 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중에서 작가들은 소설을 쓸 때 캐릭터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연구하여 뿌리를 튼튼히 한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책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어도 그 캐릭터가 실제로 살아온 곡진한 인생과 취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엄마, 어떤 아버지 밑에서 컸는지 가정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인생의 잊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수치스러운 일을 겪었는지,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혐오하는 것들은 어떤 것인지. 버릇은 무엇인지. 소설에 디테일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작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야 캐릭터가 공중에 붕 뜨지 않는다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카메오로 등장한 박서준이 사실은 조여정과 내연 관계인 사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시나리오의 전 후 상황을 탄탄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현 작가도 비슷한 말을 많이 하더라. 내포 독자는 어떤 사람이 글을 읽을건지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것이다. 대충 초등학생 4, 5학년 정도? 이게 아니라, 과학을 좋아하고 SF소설을 많이 읽고 야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이런 식으로. 그래야 글이 써진다고 하였다. 내포 독자를 명확하게 타겟팅하고 글을 써야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는다고. "신상 털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밑그림이 될 현장 조사와 이야기 속 배경에 대한 철저한 뒷조사가 필요하다고.

 

 

얼마 전 읽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는 캐릭터에게 상황만 던져주고 그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본다고 했는데 이현 작가는 뒷조사 없이(플롯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화면이 고장 난 내비게이션을 믿고 초행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은(무진기행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 너무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기승전결의 구조가 정확하게 배치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물론 유려한 우리말도 한몫하지만) 

 

 

뭐. 소설 쓰는 방법에 정답은 없을 테니까.

 

 

난 동화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아니고 재미로 읽어본 것이니 작법에 대한 이야기보단 책에서 감응한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싶다.

 

 

도덕 교과서처럼 훌륭하기만 한 사람도, 천박한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흔치 않다. 없지는 않은 정도일 텐데 어째서인지 이야기에서는 그런 사람의 비율이 보통 사람은 넘어가는 것 같다.

작가의 안일한 선택이다. 상투적인 이야기를 쓴 거다. 이미 그런 동화가 널렸다는 걸 몰랐을까? 알았다면 뻔뻔한 거고, 몰랐다면 무능력하고 게으른 거다.

서사를 좋아하는 나는 책을 좋아하는 만큼 영화나 미드도 좋아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절대 선, 절대 악의 성격을 띤 종잇장처럼 얄팍한 캐릭터와, 적당히 웃긴 역할로 소모되는 부수적인 캐릭터뿐인 작품이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친해지면 나쁜 사람 없단 말도 있잖아. 사람들은 다 적당히 속물이고 적당히 자기 잇속을 차린다. 누구나 욕망이 있고 비열한 구석이 있다. 천사 같기만 하고 악마 같은 사람은 없잖아. 그런 멍청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을 대변하며 진짜 같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겠어. 뻔해 빠진 클리셰로 범벅된 이야기나, 기어코 신파를 집어넣은 거나, 기필코 독자나 관객들을 가르치겠다고 교훈적인 요소를 꾸역꾸역 집어넣었거나. 이런 이야기들을 난 촌스럽다고 표현한다. 이현 작가의 말대로 알았다면 뻔뻔한 거고, 몰랐다면 무능력하고 게으른 거다. 

 

 

스테레오타입의 절정이 너무 많아. 엄마는 어떻고, 아빠는 어떻고, 애들은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남자는 어떻고, 한국인은 어떻고, 일본인은 어떻고, 동양인은 어떻고, 유럽인은 어떻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다. 다양한 남자와 다양한 여자가 있다. 한국인이라고 다 놀기 좋아하고 활달한 거 아니고, 일본인이라고 다 다소곳하고 얌전한 거 아니다. 아직도 그런 상투적인 캐릭터로 뻔해빠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그렇지 않은 다수의 못난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남보다 소심해도, 남과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극복 따위를 말하지 않는다. 유진에게 장애는 결핍이 아닌 조건이다.

가끔 자기 계발서 보면 자기 자랑만 주야장천 하는 저자들이 있다.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지루할 만큼 만연하게 늘여놓거나, 어떤 작가는 자기가 열심히 산 건 자기 부모님의 영향이 컸는데 자기 아버지는 3년 만에 히브리어를 독학하셨다나.. 내가 히브리어를 접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그런 걸 떠나서 내가 이런 것 까지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꼭 캐릭터가 각성하거나 이전과 다르게 180도 변했거나 불행 끝 행복 시작 같은 대단한 결말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끝난 이후에도 굴곡 있는 인생을 살아갈 테고 뭐 하나 쉬울 것이 없겠지만, 소설 안에서 겪은 유수한 경험으로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거란 믿음을 독자에게 준다면 충분하지 않나. 얼마 전 하현 작가의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에서 뜨뜻미지근한 결말이 좋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난 감히 문학의 맛이 그것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못난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 

이런 나. 이런 너. 이런 우리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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