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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리뷰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리뷰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리뷰

2020. 5. 10. 22:17Book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숨겨진 나를 발견하기 위한 1년의 기록)

하현 지음

 

 

※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같은 리뷰입니다.

 

 

 

 

하현 작가의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를 어느 날 새벽 단숨에 읽고 바로 그다음 날 이 책을 읽었다. 꾸밈없는 것이 좋았다. 진솔한 것이 좋았다. 난 예쁜 포장지로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사람보다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꾸밈없이 보여주는 사람에게 끌리니까.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에서의 뜨뜻미지근한 결말이 좋았고 그가 몇 개월 동안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같이 수업 듣는 수강생이나, 아니면 어학원이 위치한 홍대의 거리에서 사유하고 느꼈던 것을 풀어놓은 것들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그의 성품을 느꼈다. 해서 바로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를 본 것이다.

 

 

프롤로그가 재밌다. 하현 작가는 자신이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무언가를 그만둘 때마다 안락한 단어 뒤에 숨어 다음을 기약했고,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그를 변호해주었다고. 지는 걸 싫어하지만 나 역시 포기한 적이 많다. 독일에 가서 취업해 몇 년간 살아볼까 싶어 독일어 기초 책을 사놓고 1강만 하고 덮어버렸고, 하루에 5분이라도 꾸준히 해보자 하고 생각했던 소소한 것들도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 그 5분의 시간도 내지 않고 넘어갈 때도 있었다. 난 유노윤호가 아니란 말이야. 

 

 

하현 작가도 그랬던 모양이다. 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단다. 매일매일의 별 것 없는 하루를 기록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를 만났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년 동안 일기를 쓰면서 그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한 모양이더라. 1년간의 일기가 일곱 권의 노트가 되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되었다. 소중한 나날의 기록들.

 

 

나 역시 일기를 초등학생 때부터 써왔다. 성인이 되어서는 검사할 사람이 없는데도 꾸준히 썼다. 종이로 시작해 어느 순간부터는 온라인으로 일기를 적는다. 어떤 날은 별 다를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이 있기도 했고, 어떤 날은 데이트 일기가 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번민의 글이었고, 어떤 날은 꿈과 다짐의 글이기도 했다. 성격상 남에게 내 얘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일기는 내 맘속 심연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묵묵하게 받아주었다.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가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라고 한 것처럼 내 일기가 만약에 죽는다면 사리가 나올 정도로 날 견뎌주고 품어주었던 것이다. 고백하건대 이번 하현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많이 보였다. 하현 작가 나랑 참 닮았다. 내 입에서 나온 것 같은 소리가 그의 책 속에 쓰여있어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을 하나 소개해보자면, 조금이라도 삐끗하고 어긋난다 싶으면 다신 보지 않는 것. 보고 너무 놀랐던 게 내가 스스로 해오던 말과 너무 닮아서. 성격이 못되고 이기적이라 아무리 오랜 인연이고 아무리 소중한 친구여도 나한테 한 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면 그 친구를 다신 보지 않았다. 20대 초반까지 그랬다. 내 모난 성격을 보고 언니 오빠들이 다그쳤다. "ㅇㅇ야. 그렇게 너 하고 싶은 대로 사람 칼같이 잘라내고 두 번 다시 안 보면, 내 나이 되면 아무도 안 남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쳤으면 좋겠어."라고. 내가 사람을 쉬이 잘라내는 것이 친구가 많아서 아쉬울 것이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냥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굳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싫었다. 한 번이라도 내 맘에 어긋나게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정이 다 떨어졌던 모양이다.

 

 

이런 내 모난 성격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내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친구가. 매일매일 나랑 이야기하고 별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하는 친구가 어느 날 굉장히 조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조심스럽게 말하길 내 성격을 알아서 그렇단다. 10년이 넘은 단짝 친구도 내 맘에 안 들게 했다고 두 번 다시 안 보는 날 보면서 너랑 내가 그렇게 될까 봐 나랑 있을 때마다 항상 조심해왔다고 했다. 너 성격을 알고, 그리고 난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그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 같았다. 내가 진짜 잘못했구나 하고 깨달은 게 그 날이다. 내가 얼마나 나빴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날 눈치 보게 하고 살피게 했구나 하는 죄스러운 생각이 그날에서야 들었다. 지금도 관계엔 서툴지만 예전처럼 사람을 칼같이 자르지는 않는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그만큼 누군가에게 곁을 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번엔 그에게 가장 사랑스럽다고 느꼈던 것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프로 작가인만큼 하현 작가는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할 때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페이지에 꽃잎을 한 장 끼워 놓는다고 했다. 엄마가 꽃을 좋아하셔서 베란다에 꽃잎이 많다고. 책을 읽다 그 꽃잎을 발견한 사람이 조금은 놀라고 조금은 즐겁길 바라는 느낌으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담긴 페이지에 꽃잎을 다시 끼워 달라고 조심스럽게 바라본다고. 너무 사랑스럽고 다정하지 뭐야. 누군가 무심코 책을 대출해 읽다가 그가 넣어둔 예쁜 꽃잎이 툭 떨어지면 '뭐지?' 싶으면서 '누가 여기에 꽃잎을 넣어두었을까' 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현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품의 소비에 대해 기록해놓았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꼭 필요한 것만 살 필요는 없다. 꼭 해야 되는 것만 할 필요는 없다. 꼭 생산성 있는 것만 할 필요는 없다. 조금은 덜 필요한 거여도, 그렇게 우선순위에 있는 급한 일이 아니어도, 조금은 비효율적이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지. 좀 덜 합리적이고 좀 덜 이성적이면 어때.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않나.

 

 

 

 

 

 

 

하현 작가의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2020/05/02 - [Book] -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리뷰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리뷰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지음 ※ 지극히 주관적이며 일기 같은 리뷰입니다. 하현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를 이제야 알았는데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정보로 유추하건대 내 또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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