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_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서평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_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서평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_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서평

2020. 6. 23. 01:08Book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자서전

이지수 옮김

 

 

 

※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블로그 시작한 지 3개월이 좀 넘은 것 같아요. 제가 주 콘텐츠로 다루는 것들은 미드와 영화 그리고 책이에요. 한동안은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전문 문예인을 위한 글쓰기 도서와 작법서까지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고 지금은 영화 관련 서적으로 넘어갔어요. 꾸준히 제 서평을 봐오신 분들은 아마 아실 거예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은 2개월 전쯤에 읽었고 지난주부터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영화 리뷰를 쓰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해요. 물론 평론이라고 하기에도 우습고, 제가 영화를 보며 감응한 부분에 대해 서술하고 조잡한 제 사견을 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지만 잘 쓰고 싶어서 영화 관련 서적을 찾을 때 처음으로 접한 영화 관련 도서가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입니다. 제가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등의 영화 리뷰에서 영화의 작품관을 칭찬하거나 그의 성품을 칭찬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친한 구독자 님께선 제가 써놓은 영화 리뷰만 봐도 제가 얼마나 히로카즈 감독을 아끼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는 글에도 성품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글이라는 것도 본디 어쩔 수 없이 글쓴이의 성품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런 에세이라면 더욱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소설 작가가 편찬한 에세이는 꼭 읽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가득한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는 거예요. 저는 선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겸허하고 진솔하며 꾸밈없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히로카즈 감독은 남편을 잃은 도모코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절대 녹음기를 사용하거나 메모를 하지 않았어요. 필히 메모하여야겠다고 느껴지는 것은 잠시 화장실에 들어가 메모하는 것을 보고 그의 성품에 감복하였습니다. 남편의 죽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고 도모코 씨가 남편을 잃은 슬픔은 감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히로카즈 감독 개인으로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도모코 씨가 공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공공을 위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존경과 배려에서 나온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겸허한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는 무척이나 많았어요.

 

 

그의 작품을 전연 보지 않았을 때 읽었던 것과 작품 세 개를 보고 나서 다시 읽는 것은 제법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감독이 직접 코멘터리 하는 것만큼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도 책도 모든 문화 콘텐츠들이 세상에 발표되면 그것은 창작자 고유의 것이 아니라 대중의 것이 되니까 어떤 식으로 해석이 되고 평가받아도 틀린 것이 아니긴 하지만요. 영화를 보지 않고 책을 읽었을 땐 모호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영화를 보고 그의 에세이를 읽으니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 읽을 땐 이해하지 못하던 것들이 많았어요. 물론 두 번을 읽었어도 여전히 영화 장비, 조명, 카메라에 대한 내용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서평이 무척이나 길어질 것 같아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감응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히로카즈 감독은 "홈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말이에요. 텔레비전 감독 출신답게 그의 작품의 카테고리는 가족 드라마, 홈 드라마로 규정지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았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바다 마을 다이어리>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전부 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파비안느에 대한 진실 영화 리뷰에서 히로카즈의 대한 평을 인용한 것입니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세 개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난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따뜻한 온기와 분위기가 좋다. 어쩌면 진부하게 느껴지는 설정도 그의 손을 거치면 무척이나 아름다워지는 이유는 그가 섬세하면서도 잘 단련된 감독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그의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으로 짐작하건대 난 그가 영화의 진심을 믿는 감독이라는 것을 안다. 국적이 아닌 영화인으로 자신의 바운더리를 정하는 것도 그가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출처: https://apryllyoonj.tistory.com/92 [always the same but never stale]


제가 써놓은 글을 인용하려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요. 히로카즈 감독이 다루는 이야기는 예사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좋달까요. 저는 자극적이고 전개가 빠른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전에 프랑스 드라마인 "검은 미로"나 아이슬란드 드라마인 "트랩드"리뷰를 하며 에피소드를 절반으로 줄여도 충분했을 것 같다고 써놓았어요. 저는 전개가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저에게도 히로카즈 감독은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온전히 빠져들게 만들어 심연에 몰입하게 만들어요. 전 그것이 그의 재주라고 생각해요.

 

 

다음으로는 그가 자성의 목소리를 낸 도쿄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히로카즈의 에세이를 읽기 전에는 도쿄에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도쿄 영화제가 반드시 각성해야 함을 일갈하며 세계 유려한 영화제에 비해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리고 아시아 영화제에서는 비교적 자리를 잡고 인정받고 있는 부산 국제 영화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였습니다. 우리도 일본도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입니다. 그래도 자국민이 1억인 일본은 우리보다 내수시장이 훨씬 탄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감히 말하건대 우리 한국은 문화 콘텐츠 강국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척박한 환경도 한몫하겠지만 그것보다 우리는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일본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국에서만 소비되는 것을 "우리는 내수시장이 탄탄하잖아. 수출 안 해도 된다고."라고 생각하는 건 자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규모가 거대한 메인 스트림인 미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그렇기에 히로카즈 감독이 내는 목소리는 저에게 울림이 컸습니다. 저야 타국민이니 "너네 것은 후져. 갈라파고스화 돼서는."이라며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일본 영화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개인의 발언과 일탈을 죄악시하며 존중하지 않는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그런 발언을 하여서 더 놀랐습니다. 히로카즈 감독은 도쿄 영화제를 벤치마킹할 영화제로 토론토 영화제를 꼽았어요. 사실 토론토에서 영화제가 하는 것도 그 때문에 알았는데 세계 3대 영화제와는 달리 독특한 형식의 영화제여서 꼭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와 생각을 달리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한국에 오셨을 때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가셨던 모양이에요. 책의 내용을 아래에 인용하였습니다.

 

한편 한국 서울 교외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일제 강점기 때 민족 독립운동에 몸을 던져 체포당한 정치범들이 투옥되었던 형무소 유적인데, 전쟁의 비참함을 전하는 시설로는 그다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지하 고문실에서는 형사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일본 경찰 인형과 애국 열사 인형이 나무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일본 경찰이 열사의 손톱 밑을 송곳 같은 것으로 찌르는데 스위치를 켜면 비명을 지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리얼하지 않습니다. 인형의 만듦새가 나쁘다거나 컴퓨터 그래픽이 더 리얼하다는 뜻이 아니라 보는 쪽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신발로 쌓은 산을 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사고의 깊이를 촉구하지 않습니다. 이는 제가 가해자 측인 일본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일본인은 지독하구나'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피해의 극심함을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걸로 문제없을지도 모르지만, 전쟁을 어떤 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설명할지를 결정할 때 피해자 쪽으로 기울어진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 거기서 사고가 멈추어 일종의 배타주의와 적대주의만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요. 이는 입장을 바꾸어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151p)

저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서대문 형무소는 몇 년 전에야 갔습니다. 근데 참 다른 게, 히로카즈 감독이 이야기했던 일본 경찰 인형과 애국 열사 인형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저와 전혀 다른 것을 기억하고 계셔서 재밌다고 생각하였어요. 제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볼 것은 다 보았는데도 조잡한 인형을 전연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별로 저에게 대단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다름 아닌 정치범을 감시했던 야외에 있는 건축물이었습니다. 일본이 건축을 잘하는 건 유명하죠. 그래서 우리나라 유수한 건축가들 중에서도 일본에서 유학을 하신 분들이 많고요.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 많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건축물이었어요. 잠시 쉬는 시간 조차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간수라고 하나요? 전 그 자의 자리에 서고는 가슴에 멍울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마 제가 피해자 입장인 한국인이어서 그랬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훌륭한 재주를 생산적이고 이로운 곳에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였거든요.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인이 지니고 있는 "전쟁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도 '가해를 망각하기 쉬운 국민성'이라고 지적하였어요. 지금도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생각하길 스스로가 전쟁의 피해자이며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이에요. 이렇게 자국민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일침 하신 걸 보면 서대문 형무소가 "전쟁이라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 아쉬웠단 발언을 하신 것은 피의자인 일본인의 입장이라기보다 중립적인 자세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인으로서 자신의 스탠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치려고 합니다. 저는 영화를 한 지 20년이 넘은 그지만 앞으로 그가 만들 영화도 꽤나 기대가 돼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스스로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며 운이 좋았다고 평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운이 좋았다고 믿는 모든 것은 순전히 히로카드 감독 본인이 이룬 성과입니다.

 

지금의 저는 제 생활이 무엇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그리고 싶습니다. 시대나 사랑의 변화를 뒤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제 발밑에 사회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외부와 마주하고, 그 좋은 점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에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습니다.(420p)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리뷰>

 

2020/05/07 - [Film] - 비로소 아들과 교감하게 된 아버지의 성장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비로소 아들과 교감하게 된 아버지의 성장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Like father Like son) 2013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나름 영화 리��

apryllyoonj.tistory.com

 

2020/05/30 - [Film] -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La vérité) 201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 이선 호크, 뤼디빈 사니에, 마농 끌라벨 순전히 히로카�

apryllyoonj.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