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5. 20:01ㆍFilm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리뷰 l 그게 사랑이야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泣きたい私は猫をかぶる) 2020
감독 : 사토 준이치, 시바야마 토모타카
각본 : 오카다 마리
음악 : 쿠보타 미나
출연 : 하나에 나츠키, 시다 미라이, 고토부키 미나코, 오노 켄쇼
줄거리
언제나 밝고 웃는 얼굴인 중학교 2학년 사사키 미요는 예측 불가능한 언행 때문에 친구들에게 "무한 게이지 수수께끼 인간"의 줄임말인 "무게"로 불린다. 하지만 늘 웃는 얼굴인 미요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웃는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이 익숙해진 친구이다. 공부도 잘하고 무엇이든 열심히인 같은 반 친구인 히노데 켄토를 좋아해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데 히노데는 그런 미요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줄기차게 히노데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미요는 한 가지 비밀을 숨기고 있다. 고양이 가면을 쓰고 고양이 '타로'가 돼서 히노데와 함께 있는 것. 히노데는 미요가 고양이 타로였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그녀를 구하러 고양이 섬으로 떠난다.
고양이 가면을 쓰고 예쁜 고양이가 돼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플롯. 왜색이 짙은 일본 애니다운 이야기인데 이렇게 스윗한 건 뭐니. 다 큰 어른이 애니 보면서 울 일이야?ㅜㅜ
영화를 보며 아마 이렇게 스토리가 흘러가겠구나 짐작했고, 조금의 오차도 없이 예상대로 진행되었지만 상관없다. 오히려 좋아. 당연히 이렇게 끝나야지. 그렇고 말고!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미요가 고양이로 살고 싶었던 건
미요가 더 이상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고양이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좋다고 어필을 해도 좀처럼 자기를 봐주지 않는 히노데에게 사랑받으며 곁에 있을 수 있어서다. 미요는 히노데의 감정이 연인이든 고양이든 상관없이 그저 사랑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타로에게서 태양의 냄새가 난다고 했던 히노데. 근데 태양 냄새는 도대체 어떤 거야? 타로에게서 나던 태양 냄새가 미요에게도 났고, 미요의 다리에 난 상처와 같은 부위에 타로의 다리도 상처 난 걸 보면서, 어쩌면 히노데는 그때부터 조금씩 타로가 미요임을 짐작한 게 아니었을지.
가출했다는 미요를 하루 종일 찾던 히노데는 미요의 부재로 비로소 깨닫게 됐다. 미요에 대해서 사실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거.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항상 자기 곁에서 웃어만 주던 친구였으니까.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아."
세상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 전부 다 허수아비와 같고, 그런 인간관계 따위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우리 예쁜 미요는 그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사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다는 걸.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돼서 다행이야.
모든 걸 알고 싶은 거. 그게 사랑이지.
여태껏 영화 리뷰 해오면서 이런 식의 대사 소개는 해본 적이 없는데 그림체와 영상미도 그렇지만 미요와 히노데가 나누는 대화가 너무 예뻐서 전부 보여드리고 싶었다.
미요도 히노데도 닮은 구석이 있다. '진심'을 좀처럼 말하지 못한다. 감정을 숨기는 방법을 각자의 방식으로 익혀왔다. 히노데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무표정의 가면을 썼고, 미요는 밝게 웃는 가면을 썼다.
미요는 히노데가 자신의 최악의 모습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봐 두려워했고, 히노데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란 걸 미요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실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별 거 아닌 나를 들켜버려 그의 마음이 변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사랑하게 되면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그의 깊은 내면을 알고 싶어진다. 슬플 때의 모습도 지난했던 모습도 부끄러운 모습도 기꺼이 알고 싶어 지고 전부 다 품어주고 싶은 거. 그게 사랑이다.
사실 그가 어떻든 전혀 중요하지 않잖아. 대단한 사람이든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든, 최악이든 아니든. 대단한 사람이고 최고여서 좋아하는 게 아닌 걸. 당신이어서 좋은 거지.
오래간만에 정말 좋은 애니를 봤다. 해피앤딩이어서 더 좋았다. 가끔 난 이렇게 뻔하고 진부하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행복하고 반짝반짝한 결말을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의 걱정도 없이 조금의 마음 졸임도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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