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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줄거리 결말 l 그깟 날씨 따위 좋아도 나빠도 그만인걸 날씨의 아이 줄거리 결말 l 그깟 날씨 따위 좋아도 나빠도 그만인걸

날씨의 아이 줄거리 결말 l 그깟 날씨 따위 좋아도 나빠도 그만인걸

2020. 10. 12. 01:02Film

날씨의 아이 줄거리 결말 l 그깟 날씨 따위 좋아도 나빠도 그만인걸

날씨의 아이 (Weathering with you) 2019
감독 각본 제작 : 신카이 마코토
출연 : 다이고 코타로, 모리 나나
날씨의 아이 줄거리

비가 그치지 않던 여름날, 섬에서 가출해 도쿄로 온 가출 소년 호다카는 우연히 배에서 만났던 스가의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친절하고도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만났다. 히나는 일명 '맑음 소녀'로 내리는 비를 멈출 수 있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매일매일 내리는 비로 흐릿하고 채도 낮은 나날을 보내던 사람들에게 잠깐 동안의 맑은 날씨를 선물하던 히나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수록 몸이 액체화 돼서 신에게 '인간 제물'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결국 히나는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호다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히나를 찾아오겠다고 결심했다.

버릇이 하나 있다. 일종의 회귀 본능이라고 말하면 옳다. 난 현생이 답답하고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홀린 듯 애니를 찾는다. 날씨의 아이는 전체 관람가는 아니고 15세 관람가이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이라면. 더군다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라면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은 보장하니까.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을'을 만들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다. 두 작품은 닮았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그렇고 일본인이 갖고 있는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꽤나 로컬 스타일의 작품이라는 것도 그렇다. 오래전에 봐서 흐릿한 기억이지만 '너의 이름을'에선 미쓰라가 술의 발효를 돕기 위해 밥알을 씹어서 술병 안에 담는 장면이 있었다. 날씨의 아이에선 히나가 토리이(신사의 문)를 지나면서 빌었던 소원으로 비를 멈출 수 있는 맑음 소녀가 되었다.

 

날씨의 아이는 작년 기생충이 개봉할 즈음 개봉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을 보단 흥행성적이 좋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조금은 과감하게 작품을 만든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화려하고 거대한 도쿄 속에 발을 내딘 호다카도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그릇된 선택을 하려던 히나도 무척 위태위태하다. 점잖지 못한 어른이 등장한다는 점도 많은 관객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전작인 너의 이름을 에 비해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것 같았는데 내 기준으로 범작 이상은 되는 작품이었다.

 

 

※ 날씨의 아이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도쿄로 가출한 호다카


어떤 결심이 있었으니 16살짜리의 아이가 가출을 결심했고 혈혈단신으로 도쿄에 왔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일러주지 않는다. 우선 그 나이의 아이가 그 먼 곳으로 혼자 와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가정에서 부모와의 불화가 원인이 됐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선 당장 돈이 필요하니 학생증이 없는 고등학생이라며 알바를 구하는데 그것이 참 짠하다. 어린아이가 있으면 안 되는 곳에서. 무척 위험해 보이는 곳에서 지내는 것도 그렇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데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씁쓸한 기분이 일게 한다.

 

맑음 소녀 히나


맥도널드에서 며칠 동안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눈여겨본 히나는 호다카에게 몰래 빅맥을 건넸다. 이것이 그 둘의 인연이 됐다. 도쿄 한복판의 맥도널드에서 근무한다면 정말 많은 손님과 마주칠 텐데 며칠째 같은 음식을 먹던 초라한 행색의 호다카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고작 햄버거를 몰래 만들어 건넨 것이지만 이 장면으로 히나의 성정이 선하다는 걸 짐작했다.

 

나이를 속인 게 걸려 알바에서 잘리게 되자 히나는 위험한 선택을 했지만 호다카의 도움으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히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호다카는 그 능력으로 사업을 계획했다. 소소한 돈을 받고 의뢰인이 원하는 장소의 비를 잠깐 멎게 해주는 것이다. 히나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지만 그것은 점점 더 히나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히나의 능력을 보며 불안했다. 무언의 대가가 반드시 상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히나의 능력은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내어줘야 하는데 맑음 소녀는 비를 멈추는 능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액체화되며 종국엔 하늘에 인간 제물로 바쳐지게 된다. 그리고 히나는 그렇게 되었다.

 

그깟 날씨 따위 전혀 상관없잖아. 좋아도 나빠도 그만인 걸.


일본 문화엔 그게 있다.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쯤은 얼마든지 괜찮다는 거.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이라는 거. 잠시 일본에 취업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한 수직적 질서와 엄격한 조직 위계에 마음을 접었다.

 

극 중 기성세대인 '스가'가 "맑음 소녀인 히나 한 명이 인간제물로 바쳐지는 대가로 이 지긋지긋한 비가 그칠 수 있다면 소수의 희생 따윈 상관없지 않나"라고 말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날씨의 아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수의 안위가 중요한 만큼 개인의 행복 역시 중요하다는 걸.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될 필요는 없다는 걸.

 

자신이 땅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비가 쏟아질 거라고 말하는 히나에게 호다카는 함께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제 됐어.

히나는 이제 맑음 소녀가 아니니까

더 이상 맑지 않아도 돼

푸른 하늘보다도 히나가 더 좋아

날씨 따위 미쳐버린 그대로 있어도 상관없어

 

그래. 상관없어. 그깟 날씨 따위 좋아도 그만 나빠도 그만인 걸. 전혀 상관없잖아.

 

날씨의 아이는 빤하지 않다. 히나가 하늘의 제물이 되지 않고 지상으로 내려오자 잠시 그쳤던 비는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 쏟아졌고 결국 도쿄의 대부분이 잠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리 낭만적이지 않은 서사다. 이 작품이 범작이라고 느끼지 않는 요소 이기도하다.

 

히나가 돌아오는 동시에 하늘이 그들의 사랑에 감명받아 비를 멈추게 하진 없었다. 호다카는 히나를 되찾아왔지만 도쿄 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기어코 도쿄가 물에 잠긴 모습을 그려내었다.

 

결국엔 다 괜찮을 거야


16세의 호다카가 대학생이 되어 도쿄에 다시 올 때까지 비는 멈추지 않았다. 줄곧 내려 도쿄의 대부분이 잠겨버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바뀐 일상에도 그 삶에 적응해 삶을 꾸려나간다.

 

호다카는 예전에 의뢰가 왔던 타키의 할머니를 찾았다. 예전에 살던 집은 비가 많이 와 잠기는 바람에 이사했다는 말을 듣자 히나를 되찾아와서 비가 그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던 건지 죄송하단 말을 건넨다. 그러자 할머니는 약 200년 전 에도 시대까지 도쿄는 원래 바다였단 말을 하신다. 사람과 날씨가 조금씩 바꾼 것이라며. 결국 원대래도 돌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신다고.

 

새삼스럽게 역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작년 말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했을 때 조금 두려웠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갈수록 퍼지고 올해 초 우리나라에도 우후죽순 퍼지자 두려워졌다. 연초에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처음엔 4월이면 잡히겠지 5월이면 잡히겠지 6월이면 잡히겠지. 기대했다. 그렇게 2020년 상반기를 보내고 알았다. "아.. 잡히지 않는 것이구나."

 

지금 난 더 이상 역병이 잡히는 걸 기대하지 않는다. 내 후년쯤 돼야 안정화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잡히길 기대하느니 이 펜데믹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보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참 신기한 건, 그럼에도 결국 세상은 돌아간단 점이다. 이럼에도 세상은 돌아가더라. 그게 참 재밌다. 시스템이 고장 나 작동되지 멈춰야 할 것 같은데 우리는 기어코 적응해서 어떻게든 살아간다. 결국은 살아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물에 잠긴 도쿄. 지금 있는 건물 1층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돼버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날씨가 미쳐 비가 몇 년 동안 쏟아져서 도쿄가 침수된다고 해도 그럼에도 꿋꿋하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히나와 호다카는 이년 반이 지나 재회했다. 이제 둘이 떨어질 일은 없겠지? 쿠키 영상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없더라. 좀 넣어주지!

 

일본이 섬나라여서 일본인들은 일본이 물에 잠기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그런 두려움이 일본 침몰과 같은 작품으로도 발현되는 것 같고. 아마 이 작품을 보고 조금은 안심하게 되지 않았을까. 설사 도쿄의 반 이상이 침수된다고 해도 결국은 잘 살게 될 거라는 걸 보았으니.

 

다음엔 그의 다른 작품인 '언어의 정원'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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