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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바 결말 스포 후기 줄거리 l 우리에게 더 익숙한 감정은 영화 디바 결말 스포 후기 줄거리 l 우리에게 더 익숙한 감정은

영화 디바 결말 스포 후기 줄거리 l 우리에게 더 익숙한 감정은

2020. 10. 16. 18:03Film

영화 디바 결말 스포 후기 줄거리 l 우리에게 더 익숙한 감정은

디바 (Diva) 2020
감독 : 조슬예
제작 : 김윤미
각본 : 유영선, 조슬예
출연 : 신민아, 이유영, 이규형
디바 줄거리

세계적인 다이빙계 여제 '이영(신민아)'은 동료이자 절친인 '수진(이유영)'과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실종된 수진을 향한 이영의 마음과 달리 동료들은 수진에 대한 의문스러운 말을 쏟아낸다. 사고 후유증과 친구의 실종에도 이영은 본인의 실력을 되찾아야만 한다.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는 욕망과, 오랫동안 절친이었던 수진에게 자신이 몰랐던 부분이 있었다는 두려움은 이영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영은 사고가 났던 날의 진실을 수진을 마주하고 나서야 떠올리게 된다. 너도 내 상황이 되면 똑같이 할 거라던 수진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여성 서사의 작품을 보면 괜스레 반갑다. 영화 디바는 여성 감독, 여성 제작진, 여성 배우가 의기투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다 보니 더욱더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가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디바를 보면서 줄곧 떠올랐던 작품은 '가십걸'이었다. 이영과 수진을 보며 서리나와 블레어가 떠올랐다. 퀸비가 둘일 수 없듯이 다이빙계의 디바 역시 한명일 수밖에 없다.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좋았지만, 서사가 아쉽다. 밋밋했다. '스릴러'라는 장르지만 크게 공포스럽진 않았다. 기억 남는 장면이라면 이영이 일련의 사건들을 저지른 후 소름 끼치게 웃어 보이는 장면 정도. 이영이 물속에서 보는 수진의 환영도 아름답기만 했다.

 

수진과 이영이 느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느낄 보편적인 감정이다. 특히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이영보다 항상 이영보다 뒤쳐지는 수진의 감정이 우리에겐 더 친근하다.

 

 

※ 영화 디바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추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답잖아."


"가까이서 보면 추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답잖아."는 다이빙에 대해 수진이가 이영에게 했던 말이다. 영화의 소재는 다이빙이다. 가까이서 보면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고 벌겋게 달아오르지만, 멀리서 보았을 땐 인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싶다. 이것은 비단 다이빙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어쩌면 수진은 이영과 수진의 관계를 다이빙에 빗대어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둘은 서로를 위한다. 오랫동안 함께 연습을 해오고 같은 목표를 바라보았다. 하나는 정상의 자리에 섰고, 하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성적으로 결국 협회에서 은퇴를 권유받았다. 둘 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는 무척 달랐다.

 

그동안 수진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이영은 그의 은퇴를 두고 볼 수 없다. 

 

수진에게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다이빙을 시작한 이영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수진이었다. 항상 1위를 놓치지 않던 수진은 경기를 앞두고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그 후 치명적인 실수를 했고 수진은 그때부터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항상 금메달을 차지하는 이영을 보는 수진의 얼굴은 묘하게 쓸쓸하다. 이영은 앞서가는 수진을 발견하곤 재빨리 목에 건 금메달을 급하게 주머니에 넣는다. 수진을 대하는 이영의 배려다.

 

성격도 좋고 실력까지 좋은 경쟁자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 친구는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커리어까지 걸면서 자신이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수진은 이영을 미워할 수 없다. 이렇게 착한 이영을 미워하기까지 한다면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니까. 견딜 수 없이 혐오스러울 테니까.

 

"너도 내 상황이 되면 똑같을 거야."


우연히 후배와의 대화를 엿들은 이영은 수진에게 약은 절대 안 된다고 자기라면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자신이 도와줄 거라고 약 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수진은 너도 내 상황이 되면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말하며 오래전 왜 엄마의 사고소식을 경기 전 알렸냐고 물었다. 코치님이 경기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왜 자신에게 이야기했냐며 원망한다.

 

그 순간이 처음이었을 거다. 수진이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스러웠던 질문을 이영에게 처음 건넨 순간이. 

 

이영이가 수진이 엄마가 혹시라도 잘못되신다면 수진이가 평생 후회했을까 봐 선한 마음으로 경기 전 엄마의 소식을 전했을 수도 있고, 수진이의 말대로 수진이의 멘탈을 흔들어 자신이 1위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약은 하지 않을 거라던 이영의 말은 보기 좋게 틀렸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수진이가 실종되고 수진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니 이영은 수진과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사이라고 해도 그 내면까지 오롯이 이해할 순 없다. 그럴 수 있다 말한다면 오만이다. 이영이 수진의 상황에 그렇게 쿨할 수 있었던 건, 이영이 수진의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깨가 축 처진 수진을 보는 것이 안쓰러웠다.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고 어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텐데 자신의 감정은 뒤로한 채 금메달을 딴 친구 앞에서 애써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 모습이 날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영이 기억하고 있던 사고가 났던 날은 이영의 위주로 보기 좋게 짜인 뒤틀린 시나리오였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된 수진을 보자 이영은 그제야 제대로 된 그날의 진실을 복기해냈다. 이영은 수진을 구해내지 않았다. 수진이 죽도록 기꺼이 도왔다는 표현이 더 옳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닥치자 자신을 꼭 부여잡은 수진의 손을 억지로 끊어내어 혼자 살아남았다. 자신을 잡고 있는 수진과 함께 물 밖으로 올라오는 대신 있는 힘껏 수진을 밀어내고 혼자서 물밖로 나오는 것을 택했다.

 

영화 디바는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든다. 그럼 '이영'과 '수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허물어지고 만다.

 

우리가 가십걸의 블레어를 사랑했던 건


가십걸을 좋아했다. 눈뜨고 보기 힘든 막장 스토리에 결국 시즌6에서 막을 내렸지만 서리나와 블레어를 모두 좋아했다. 서리나는 서리나여서 좋았고 블레어는 블레어여서 좋았다. 그 둘은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시즌을 6까지 끌어오는 동안 수많은 다툼과 화해를 겪었다. 서리나는 블레어의 남자 친구와 잠을 잤다. 패션 디자이너인 블레어의 엄마는 자신의 쇼에 블레어 대신 서리나를 세울 만큼 서리나를 예뻐한다. 블레어는 그가 평생토록 갈구했던 예일대에 떨어졌지만 서리나는 쉽게 합격했다.

 

내가 블레어를 좋아했던 이유는. 우리가 블레어를 좋아했던 이유는 블레어의 그 당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친구들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고 서리나와의 관계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설사 좋지 않다고 해도 맘 속으론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서다. 서리나가 위험에 처한다면 당장이라도 가장 먼저 나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Haven't you heard? I'm the crazy bitch around here.
얘기 못 들었어?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조지나의 부모님에게 알려서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라는 블레어 일생일대 어록을 만든 것처럼 그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크레이지 비치라고 불리는 것 따위 전연 신경 쓰지 않는다.

 

블레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 갇혀 있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온몸을 부딪혀 맞섰기 때문에 그가 좋았던 것이다. 다 가진 서리나보다, 그렇지 않은 블레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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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은 "왜 영화의 이름이 디바인가?" 하는 것이었다. 어울리지 않았다. 디바라고 했을 때 일반적인 의미인 실력이 뛰어난 여성 가수의 이미지가 떠오르니까.

 

조슬예 감독은 박찬욱 감독에게 시나리오 리뷰를 부탁했더니 지나가는 말로 툭 디바가 어떠냐고 하셨다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디바"에는 이태리어로 여신이란 뜻이 있고, 이란에서는 전설 속의 괴물, 악귀라는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여신과 괴물이라는 상반된 두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가 영화 속 이영과 수진에게 잘 어울리지만 부연 설명을 조금 더 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서사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관객들에게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게 했다는 것은 좋은 평을 주고 싶지만 서사가 고조되는 부분이 밋밋했다는 것이 아쉽다.

 

영화에서 여성의 배역이 한정된 스테레오타입의 부수적인 역할로만 소비되는 것을 보면 관객으로서 아쉽단 생각을 한다. 수진 역할을 맡은 배우 이유영 님은 영화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 역시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선택하게 되었다고.  이렇게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를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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