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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결말 후기 스포 l 재밌어 웃겨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결말 후기 스포 l 재밌어 웃겨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결말 후기 스포 l 재밌어 웃겨

2020. 10. 20. 19:43Film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결말 후기 스포 l 재밌어 웃겨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Night of the Undead) 2020
감독 : 신정원
각본 : 신정원, 장항준
출연 :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줄거리

남편을 신뢰하며 깊이 사랑하는 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편들을 토막 살인했다는 소문이 있는 세라(서영희)와 남자 친구의 외도 때문에 합류하게 된 양선(이미도) 그리고 양선의 남자 친구이자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인 닥터 장(양동근)은 만길을 해치우려 한다.
만길은 사실 사람이 아니라 기름을 먹는 외계 생명체 언브레이커블이었고, 국가 요원까지 합세하게 되면서 스케일이 커져간다. 소희가 말하길 서울의 밤은 짧다고 했다. 죽여도 죽지 않는 만길을 죽일 수 있을까.

시실리와 차우를 만들었던 신정원 감독의 작품. 기대 하나도 안 하고 봤는데 무척 재밌게 봤다. 스스로 꽤 대중적인 취향의 상업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독립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이나 이렇게 마이너한 B급 감성의 영화를 재밌게 보는 내가 재밌단 생각이 든다.

* B급 영화 (B-Film)

돈과 무관하게 특수한 표현과 양식을 지닌 서브컬처(부분 문화, 하위문화) 영화를 가리키는 용어.
A급 블록버스터는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만큼 제작사, 배급사, 스폰서의 영향이 강하여 다룰 수 있는 주제가 한정적이지만 B급 영화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재와 제작진의 의도대로 마이너한 소재나 비판적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영화란 인생의 지루한 것을 잘라놓은 것이라 말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소희가 만길이 외도를 저지르는 걸 안 순간부터 속도감 있게 서사가 진행된다. 가장 중점이 되는 건 소희와 세라, 미도가 만길을 죽이려고 작정한 단 하룻밤의 이야기다. 영화 '로마의 휴일'도 단 하룻밤의 이야기였는데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그렇다.

 

당연하게도 서사에 개연성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다른 말할 것 없이 너무 재밌다. 최근에 영화 보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을 맡아서 그런지 대본이 미쳤고 그 싸구려 병맛 코드가 나와 너무 잘 맞더라. 취향을 꽤 탈 것 같은 작품이지만, 나와 비슷한 취향을 지니신 분이라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캐릭터나 장치나 대사나 전부가 투머치인데 투머치 인대로 잘 어우러진 느낌이랄까. 난 하다못해 닥터 장 사무실에 걸려있는 써티피케이트 조차 웃겨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대한민국줄넘기협회장 이미소 대표의 직인이 찍혀있는 줄넘기 자격증 진짜 머선일이야... 실제 존재하는 자격증인가요?

 

대단한 것이 아닌대도 재밌다. 양선은 아찔한 스텔레토 힐을 신고 있는 멋 없는 멋 다 부리고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등장했는데 발을 삐끗해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아프지만 아픈 티를 낼 수 없다. 잘 나가는 배우니까. 별 대단한 것이 아닌데 이렇게 웃길 수가 없다.

 

분명 고압 전기에 감전돼서 전기 구이가 돼야 하는데 죽지 않고 살아서 부인의 친구들 앞에 맨몸으로 선 만길은 아무래도 꽤나 자신감이 있었던 건지 중요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가슴을 가리던데 거긴 왜..? 대신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세라와 양선은 만길을 보고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양선의 시선이 딱 그곳에 고정되며 아마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휘파람을 불 때 나 정말 미쳐버리는 줄 ㅠㅠ

 

서스펜스적인 상황이 연출돼도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에 금세 웃음이 터져버리고 만다. 잠시라도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생성되는 것을 신정원 감독이 못 견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경유를 벌컥벌컥 마시면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상처가 급격히 아무는 것이나, 갑자기 바람난 남자 친구를 죽이겠다고 친구 집에 샷건을 들고 나타나고, 자신이 손수 만든 트랩에 전기 구이가 되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도 다시금 살아나는 만길과 장소장 등 그저 모든 것이 그저 즐겁다.

 

이런 감성의 영화일수록 배우들의 연기가 형편없다면 영화의 재미는 급격히 감소되고 만다. 리메이크된 여곡성에서 '홀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서영희 님과 연기파 배우인 이미도 님 그리고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해오신 이정현 님은 조금의 과함도 없이 배역에 녹아들어 극을 이끌어나간다.

 

고압의 전기에 두 번이나 감전되고 땅속에 묻혔어도 죽지 않은 닥터 장은 양동근 님이 아니었다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며 경유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고량주 40병을 먹으며 병으로 블럭을 쌓고 노는 태연한 이성오 님도 마찬가지다.

 

신정원 감독의 이전 작품인 시실리와 차우를 보려 한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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