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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 아이 결말 후기 l 미신과 점성술로 점철된 시대착오적 영화 이블 아이 결말 후기 l 미신과 점성술로 점철된 시대착오적 영화

이블 아이 결말 후기 l 미신과 점성술로 점철된 시대착오적 영화

2020. 10. 18. 14:18Film

이블 아이 결말 후기 l 미신과 점성술로 점철된 시대착오적 영화

이블 아이(Evil eye) 2020
감독 : 엘란 다사니, 라지브 다사니
제작 : 제이슨 블룸
주연 : 새리타 커드허리(우샤), 수니타 마니(팔라비), 버나드 화이트(크리쉬난), 오마르 마스카티(산디프)

※ 영화 이블아이의 스포일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에 이렇게 항마력 딸리는 영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영화라면 본디 시대상과 가치관이 작품 속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화의 배경은 팔라비가 있는 미국과 엄마인 우샤가 있는 인도를 오간다. 주인공인 팔라비와 산디프는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이지만 뿌리는 '인도'다. 애당초 민족성이 웨스턴 출신의 주인공이었다면 이런 스토리로 끌어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블아이 팔찌

'이블 아이'라는 뜻은 힌디어로 '부적'이란 뜻이다. 지독한 악의나 저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일종의 부적이다. 엄마는 이블 아이를 착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딸인 팔라비는 엄마의 성화에 마지못해 착용한다. 자식이 인도 출신이 아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설정인 것도 이런 부모와 자식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자라 미국인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딸 팔라비와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인도 델리에 정체성이 있는 엄마 우샤는 모녀지간의 정이 두텁지만 결혼문제에서 만큼은 계속 마찰을 겪는다.

 

서른이 된 팔라비는 급하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하는 것이고 없으면 안 하는 것이다. 다만 엄마는 딸아이를 얼른 결혼시키고 싶어 한다. 29살이 넘어가면 결혼을 영영 못하게 된다는 저주가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결국 팔라비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는데 엄마는 그 남자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엄마가 좋아할 만한 인도인인 미국인에다가 인도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문가 출신이다. 거기에 잘생기고 젠틀하기까지 하다.

 

엄마는 이렇게 했다.

1. 역술가에게 찾아가 팔라비와 남자 친구 산디프의 점을 봤다. 예상과 다르게 궁합이 아주 좋다고 한다. 수긍할 수 없다.

2. 사립 탐정을 고용하여 산디프의 뒤를 캤고 전에 만나던 여자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엄마는 결혼 전 자신에게 끈질기게 집착하던 남자를 살해한 적이 있다. 엄마는 팔라비가 그 남자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 그 남자가 산디프로 환생하여 딸아이 앞에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 이 정도면 광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엄마 말이 맞았고 산디프는 오래전 엄마의 연인이었던 크리쉬난의 환생이었다. 그렇게 우샤에게 집착할 정도면 왜 진작에 안 찾아갔나 싶더라. 요즘 세상에 인스타며 페북이며 이름만 알고 있으면 얼마든지 구글링 해서 사진이랑 매치해 그 사람 SNS 찾을 수 있다. 어디 사는지도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30년 넘게 그냥 살다가 이제 와서 나타나고 난리야 산디프는?

 

오천 년 넘게 인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신분제 '카스트'는 카르마와 다르마로 구성된다. 사람은 전생의 카르마로 현생에 태어나는데 현생에선 다르마를 다 하면 다음 생애에 행복하게 태어날 수 있다. 현세에 불만을 갖고 신분 이동을 노리는 것보다 그저 주어진 카스트에 따른 다르마를 따른다면 다음 생애에 더 좋은 환생을 기약할 수 있다는 걸 믿고 따르는 원리다. 크리쉬난은 전생에서도 부잣집에 인물도 좋았지만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제멋대로였다. 이럼에도 왜 후생에서도 수준급의 외모에 최고위층 신분으로 태어난 거지? 전생에도 부잣집에 잘생긴 외모였는데 그렇게 나쁘게 살았으면 후생인 산디프는 불가족천민으로 태어나야 하잖아.

 

두 모녀가 힘을 합쳐 산디프를 해치우고 난 후에 병원에서 둘이 나누던 대화도 의아했다. 그런 위험한 남자가 계속 환생해서 나타난다면 그런 남자는 어디에나 있으니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걸 네 딸에게 가르쳐줘야 한단다. 그 딸은 또 그의 딸에게 알려주고 함께 맞서야 한다고. 좋은 말이긴 하지만 1시간 30분 동안 영화에서 줄곧 해온 말과는 어울리지 않잖아.

 

차라리 "거봐. 엄마 말이 맞지? 그 남자 만나면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하는 것이 맥락상 더 맞다.

 

감독에게 묻고 싶다.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혹시 "결혼하기 전에 엄마 말 잘 들어라. 부모가 반대한 결혼은 하지 않아야 한다"인 건가?

포스터에 쓰인 Trust your mother's instincts처럼 엄마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는 건가? 

 

성인이라면. 어른이라면. 자신이 결혼할 상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엄마는 그 남자와 결혼하겠다면 널 다신 보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어머니 정말 왜 이러세요...) 더군다나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도 아니고 "내 직감이 그래. 그 남잔 무조건 안 돼."는 정말 아니지 않나.

 

우샤는 지나칠 정도로 미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시는 신이라도 있는 것처럼 광적으로 믿는다. 신 모시는 무당도 이렇게까진 안 한다. 그가 겪었던 불행했던 삶을 감안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딸아이의 결혼과 저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보며 아마 엄마의 말처럼 산디프가 크리쉬난의 환생일 거라고 짐작했다. 당연히 긴장감은 없었다. 고루했다. 

 

우샤 역할을 맡았던 새리타 커드허리는 영국 출신 배우로 홈랜드에서 사울의 부인으로 출연했었다. 이블 아이에선 미국에서 살긴 했지만 인도에서 태어나 20살 넘게 자란 설정이기 때문에 인도식 영어를 무척이나 잘 구사하더라. 배우들의 연기에 무슨 흠이 있겠나.

 

미신에 점성술에 저주로 범벅된 시대착오적인 시나리오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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