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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사 결말 후기 스포 l 연기 잘하는 배우들 데려다 이럴 것이여? 국제수사 결말 후기 스포 l 연기 잘하는 배우들 데려다 이럴 것이여?

국제수사 결말 후기 스포 l 연기 잘하는 배우들 데려다 이럴 것이여?

2020. 10. 22. 11:05Film

국제수사 결말 후기 스포 l 연기 잘하는 배우들 데려다 이럴 것이여?

국제수사(The Golden Holiday) 2020
감독, 각본, 제작 : 김봉한
출연 : 곽도원, 김대명, 김희원, 김상호
국제수사 줄거리

병수(곽도원)는 가장 친한 친구인 용배(김상호)에게 사기를 당해 빚을 졌고 용배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병수는 대천에서 형사로 일하고 있는데 아내와의 결혼기념일로 생애 처음 첫 해외여행인 필리핀 여행을 떠나게 됐다. 병수는 동네 동생인 만철(김대명)을 발견하고 용배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원수이자 절친인 용배에게 야마시타 골드에 대한 소문을 들은 병수는 가족들에게 인터폴로부터 국제수사 협조를 받았다며 거짓말하고 필리핀에서 단독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국제수사를 보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떠올랐다. 태국에서 촬영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필리핀에서 촬영했다는 국제수사는 동남아 국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과 범죄 조직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라는 것이 유사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감정 없는 냉혈한을 연기한 사이코패스 레이와, 국제수사에서 임팩트 없었던 메인 빌런 패트릭을 비교할 수 있을까. 끼쟁이인 유이가 극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영화 중간중간 웃을 틈을 주었던 것과, 시종일관 '여기 필리핀이여'라며 쉬지 않고 충청도 사투리를 던지는 국제수사의 대사와 비교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많다. 병수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 님은 곡성에서는 순박한 동네 형사로, 강철비 2에서는 쿠데타를 시도하는 북한 군인으로,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절친에게 살해당하는 남산 돈가스 김형욱으로. 어느 하나 겹치는 캐릭터 없이 오롯이 배역에 몰입하여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 왔다.

 

국제수사에서도 곽도원 님은 대천 경찰서의 시골 경찰 역할을 잘 소화했다. 허나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것 만으론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지 않나.

 

국제수사의 장르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누아르와 액션과 범죄와 코미디가 다 섞였지만 서로 융화되지 못했고 그 어느 하나 돋보이지 못하여 그저 그런 영화가 되어버렸다.

 

 

※ 국제수사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10년 만의 신혼여행


병수(곽도원)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던 용배(김대명)가 사기를 치고 필리핀으로 도주해버렸거든. 겨우겨우 마련한 집인데 집에 도착하니 부인이 결혼기념일 10주년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며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어떻게든 필리핀으로 꼭 가야겠다고.

 

병수가 필리핀으로 가야만 하는 설정을 넣어야 하는데 그것이 참 아쉽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땅바닥에 앉아야 될지도 모르는데 그걸 부인한테 얘기 안 하는 병수도 뭔가 싶지만, 국제수사에 등장하는 병수의 와이프는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으로 보인다.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남편에게 해외여행을 보내달라며 데굴데굴 구르며 조르는 것도 그렇지만, 필리핀으로 여행 갔을 때 딸아이가 종업원에게 주스를 건네받으며 '싸와디캅'이라고 태국어로 인사하자 엄마는 "야. 너 필리핀 말도 할 줄 알아?"라고 한다. 병수의 부인을 지나칠 정도로 아둔하게 만들었단 느낌이 든다.

 

병수의 부인과 딸은 국제수사에서 아주 소모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저 "병수를 필리핀으로 갈 명분을 만들어 주는 캐릭터" 딱 그만치다.

 

"여기 필리핀이여"


국제수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여기 필리핀이여" "나 대한민국 형사여" "형 복서여"와 같은 말을 질리게도 많이 한다. 병수는 영어를 할 줄 모른다. 덕분에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상황을 여러 번 겪는다. 망고 주스를 한 잔 사 먹었을 뿐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캐리어를 도난당하고 핸드폰까지 도난당한다. 하다못해 방금 구입한 망고 주스까지 도난당한다.

 

카지노에서 큰돈을 벌었지만 동네 후배와 필리핀 현지 미모의 여성에게 돈을 다 뜯긴다. 필리핀어인 따갈로그어와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니 자신을 앞에 두고 모의를 꾸미는 말을 앞에서 대놓고 해도 당할 수밖에 없다.

 

병수가 자꾸만 당하는 걸 보면 속이 터진다. 그와 함께 참 쉬운 설정이란 생각도 든다. 영어와 따갈로그어를 둘 다 할 줄 모르는 설정에다가 필리핀이라는 타지에 홀로 떨어뜨려 놨으니 이것만으로 병수를 바보로 만들어 어느 정도의 서사는 손쉽게 진행할 수 있지 않나.

 

노매력 패트릭


이런 범죄 영화일수록 메인 빌런의 역할이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하다. 빌런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영화 '명랑'에서 구르지마 역할을 맡았던 류승룡 님이 그랬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정우성 님이 그랬다. 그에 반해 패트릭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필리핀에서 아주 대단한 범죄 조직의 보스인 것 같기는 한데 크게 무섭지도 않고 포스가 있지도 않다. 처음 패트릭이 등장할 때 총질을 몇 번 했고 겁에 질려 있는 밴드에게 연주를 계속할 것을 부탁하였지만 오히려 코미디스럽게 느껴진다.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인진 모르겠지만.

 

내 생일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 '용배'


국제수사는 병수와 용배의 우정이 기반이 된 서사다. 그 둘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 믿고 의지하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돈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 용배는 필리핀으로 국외 도주까지 했다. 후에 용배는 자기도 잘해보려고 했단 말을 한다. 집을 잃게 생겼어도 병수에게 용배는 소중하다.

 

용배에게도 병수는 그런 친구다. 패트릭에게 병수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야마시타 골드가 묻혀있는 지도를 넘기기도 했다. 플래시백에서 그 둘이 어린 시절 얼마나 각별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다지 와 닿지는 않더라. 병수가 딸아이와 대화를 할 때도 딸아이는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아마 부인도 그럴 것 같지만 세상에 용배만큼은 자기 생일을 매년 기억하고 기념해준다고 했다. 아쉽지만 두 중년 남성의 아름다운 우정 만으론 처참하게 구멍 난 시나리오를 반짝반짝하게 만들 수 없다.

 

셋업 범죄


필리핀의 셋업 범죄라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필리핀 교민 사회에서 필리핀 현지인을 동원하여 상황을 전부 다 셋업해 놓고 맘에 안 드는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서 매장을 시켜버린다는 그 범죄. 용배(김대명) 역시 패트릭에게 셋업 범죄를 당해 살인 누명을 썼다. 덕분에 필리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병수 역시 패트릭이 짜 놓은 셋업 범죄에 당해 살인범으로 몰렸다. 병수를 이렇게도 순진한 존재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난 병수의 캐릭터에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병수는 동료 경찰들에게도 배신을 당한 꼴이고 가장 친한 친구인 용배에게도 사기를 당해 처자식이 길바닥에 내앉게 생겼다. 영어와 따갈로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설정을 제외하고도 필리핀에서 먹고 있던 망고 주스 조차 눈 앞에서 도난당할 정도로 허술하다. 자신이 살인범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고 나서도 복사본을 만들어 놓을 생각도 않고 바로 필리핀 경찰에 넘겨버린다.

 

덕분에 병수는 한참을 대기하고도 "USB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란 얘기와 함께 그대로 필리핀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됐다.

 

모름지기 사람에게 살인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감옥에 넣을 정도면 꽤나 치밀하고도 섬세한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부패가 심한 필리핀 경찰이라고 해도 범인이라고 확실시할 수 없는 사람을 어설프게 감옥에 가두진 않을 것이다. 영화 국제수사는 셋업 범죄를 치밀하고 빈틈없이 구성하는 방법 대신 쉽게 속이기 쉽고 바보 같은 병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시나리오를 구성하기에 전자는 어렵고 후자는 쉽다.

 

굳이 필리핀이 아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필리핀에서 로케이션을 80% 하면 뭐하나. 내 기억 속에 남는 아름다운 필리핀 장면은 단 한 곳도 기억나지 않는걸. 1년간 사전조사를 진행했고 필리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촬영하면 뭐하나. 그것조차 예쁘게 담아내지 못했는 걸.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날 웃음 짓게 만들었던 건 현지 필리핀 보디가드 둘이었다. 깜찍하고 세침 한 분들이었는데 국제수사에서 웃겼던 건 그 두 필리핀 배우가 등장할 때뿐이었다.

 

마지막에 결국 병수와 용배는 금괴를 발견한 것 같았는데 그렇게 고생했던 둘이 돈방석에 앉게 된 것에 별 감흥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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