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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 결말 줄거리 스포 l 뻔하지 않은 기괴함 기기괴괴 성형수 결말 줄거리 스포 l 뻔하지 않은 기괴함

기기괴괴 성형수 결말 줄거리 스포 l 뻔하지 않은 기괴함

2020. 10. 22. 18:04Film

기기괴괴 성형수 결말 줄거리 스포 l 뻔하지 않은 기괴함

기기괴괴 성형수(Beauty Water) 2020
감독 : 조경훈
원작 : 오성대
출연 : 문남숙, 장민혁, 조현정, 김보영, 최승훈
기기괴괴 성형수 줄거리

성형수술 없이도 피부를 희석된 성형수에 담그면 자유자재로 조절해 미인이 될 수 있다는 성형수. 예지는 우연한 기회로 성형수를 통해 '설혜'라는 이름으로 예쁜 얼굴과 몸을 갖게 됐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도 하게 되지만 결국 파국에 이른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당시 네이버 스릴러 웹툰 인기 1위, 네이버 목요 웹툰 인기 1위의 기록을 안겼던 오대성 작가의 기기괴괴 중 성형수 에피소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조경훈 감독은 "외모는 결국 '껍데기'인데 이 껍데기로 모든 걸 판단하는 건 문제다. 저 역시 어렸을 때 놀림을 받았고 그때 받은 상처가 아직도 생각난다. 사람들은 껍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서열을 나누고 경제적인 부도 나눠 가진다. 비극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이런 비극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가장 먼저 칭찬하고 싶은 건 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은 꽤나 많다. 기네스 펠트로와 잭 블랙 주연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던 남자가 뒤늦게서야 내면이 중요한 것을 알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서사다. 난 이 영화 리뷰의 제목을 '식상하고 빤한 영화'라고 붙였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뻔한 교훈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예쁜 여자만 좇던 남자가 뒤늦게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단 것을 각성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손을 내밀면 너무나 당연하게 그 손을 덥석 잡아줘야 하는 걸까. 정말 껍데기가 그저 껍데기일 뿐일까. 아마 초등학생만 되어도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교육받을 테지만 정말 그럴까. 

 

 

※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기기괴괴 성형수가 빤하지 않은 이유


성형수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예지가 바뀐 외모로 한 번의 굴곡 없이 톱스타의 위치를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사랑까지 찾는 설정이었다면 이 영화의 메시지는 없었을 것이다.

 

기기괴괴 성형수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외모에 지나치게 강박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다못해 예지의 아파트 경비조차도 예지와 설혜일때의 태도가 180도 다른 태도다. 예지가 TV에서 닭다리와 피자를 뜯는 것을 보고 악플을 올려대던 그 사람들은 설혜가 SNS에서 유명 스타로 떠오를 때 예쁘다며 댓글을 쓰던 사람들과 동일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것은 타인의 외모에 대해 조금의 고민도 없이 잔인할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세태를 보여준다. 톱스타 미리의 실종 후 미리의 위치는 금세 설혜로 대체된다. 설혜 역시 또 다른 인물에게 쉬이 자리를 내줄 것이다.

 

기기괴괴 성형수에서 예지의 행보를 오직 예지만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예지는 성형수를 얻고자 부모님을 닦달해 몇억의 돈을 뜯어냈다. 살이 조금 찌자 음식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는 대신 성형수를 이용하다가 온 몸이 녹아내리기도 한다. 부모님은 그런 예지를 살려내고자 자신들의 살을 녹여내 예지에게 붙여주었다. 자신의 살이 녹아내리는 후유증을 겪자 피골이 상접한 부모에게 살을 내어달라 악을 쓰기도 한다.

 

예지는 지훈의 집에서 어렸을 때의 환영을 본다. 그저 사랑을 받고 싶었다던 예지는 부모님에게만큼은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예지가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서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식을 위해 큰돈을 어렵게 마련하고, 녹아내린 딸을 살리고자 자신의 살점도 내어줄 정도로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걸.

 

그로테스크함을 한껏 끌어올린 전개


지훈의 설정이 재밌다. 그는 외모도 뛰어나고 지적이며 매너까지 좋다. 지훈은 감자칩을 먹고 있던 예지에게 눈이 예쁘다며 그의 눈을 칭찬했다. 미리에게 모멸당하는 예지를 배려해 밖에서 메이크업을 받기도 했다. 예지가 지훈에게 반했던 건 지훈의 착한 마음씨와 외모도 한몫했겠지만 아마도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외모를 칭찬해주며 따뜻한 말을 건네준 유일한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지훈은 예지에게 프러포즈하며 설혜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해주겠다고 했다. 혹 지훈이 정말 완벽하고 선한 사람이어서 설혜가 예지였던 것을 알게 되었어도 모든 것을 포용하며 사랑해 주었다면 기기괴괴 성형수는 그저 그런 애니가 되었을 것이다.

 

지훈은 외모로 고통받아 성형수를 통해 잘생긴 남자로 변화한 인물이며 뉴스에서 스치듯 흘러나오던 20대 여성들이 실종되고 있는 이유 그 자체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스폰서이기도 했으며 수많은 여성을 살해해 가장 예쁜 부분만 채집하여 온 몸 이곳저곳에 박아두는 괴기스러운 취향을 지녔다.

 

지훈의 모습이 꽤나 그로테스크했는데 특히 지훈의 몸에 여러 눈이 박힌 모습이나, 결국 지훈에게 살해당한 예지의 보랏빛을 띠던 예쁜 눈이 지훈의 허벅지에 박혀 있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예쁜 얼굴로 남을 쉽게 무시하던 '미리'도, 그런 경멸과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성형수로 미인이 된 '예지'도, 지훈의 몸에 예쁜 눈과 코가 수집되는 결말을 낳았다. 극 중 인물들의 미에 대한 뒤틀린 욕망과 그릇된 방식은 결국 비극으로 끝이 났다.

 

기기괴괴 성형수의 성공이 반가운 이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2017)'은 우리나라에서도 370만 명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나 역시 애니를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나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작품은 흥미롭게 보았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그런 관객들의 갈증을 해갈해 줄 좋은 애니가 아니었을까.

 

토종 애니메이션인 레드슈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줬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큰 아쉬움을 보여줬다. 퇴행적인 서사에 한숨이 나오며 어린아이들에게 그릇된 미의 기준을 심어줄 수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나마 가장 잘한 것이라곤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아닌, 클레이가 연기한 허스키한 백설 공주의 목소리 뿐이었지 그 외에는 오히려 백설공주인 원 설정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외모보다 내면을 봐!"라는 고루하고 감흥 없는 교훈적인 서사보다, 이런 기괴하고 파괴적인 서사가 훨씬 더 통찰력 있으며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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