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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살인 결말 후기 줄거리 l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세 번째 살인 결말 후기 줄거리 l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세 번째 살인 결말 후기 줄거리 l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2020. 10. 23. 23:28Film

세 번째 살인 결말 후기 줄거리 l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세 번째 살인 (The Third Murder) 2017
감독,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후루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코지, 히로세 스즈
세 번째 살인 줄거리

승리만을 바라보고 재판을 진행하는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살해한 미스미(야쿠쇼 코지)의 변호를 맡게 됐다. 미스미는 살해 사실을 자백했고 이대로라면 사형을 받을 것이다. 한 번도 진실에는 관심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보통은 작품을 보고 나면 어떤 방향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윤곽이 러프하게 잡힌다. 내가 깊이 감응한 것과 사유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아쉬웠던 것과 반가웠던 것에 대해서.

 

가끔 다 보고 나서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운 작품들이 있다. 스티븐 킹 원작의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제럴드의 게임'의 자매 소설로 두 작품 모두 친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설정을 공유한다. 미루고 미루다 여태껏 돌로레스 클레이븐의 리뷰를 쓰지 못했다.

 

지난여름 개봉한 '결백'에서 주인공인 정인이 양부에게 성폭행당하는 것을 암시하는 신이 있었지만 난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부족한 실력으로 이토록 무겁고 참담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였다.

 

'세 번째 살인'은 아마 내 영화 리뷰를 꾸준히 봐주신 분들께는 매우 익숙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다. 그는 사람, 그리고 가족이라는 명징한 주제로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 허나 이번 작품은 한 남자가 앞서 가던 남자의 머리를 스패너로 내려치고 불까지 붙여 살해하고는 얼굴에 튄 피를 거칠게 닦아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가 다루는 범죄 영화는 처음 보는 것이라 평소의 작품과는 다른 층의 문제를 담아보고 싶었던 건가 생각했다.

 

세 번째 살인이 드라마가 아닌 스릴러와 범죄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지언정 영화가 함축하고 있는 본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늘 해오던 것과 결이 같다. 그의 스타일대로 이번 영화에서도 그무엇도 판단하지 않았다. 판단은 내 몫이다. 

 

세 번째 살인을 두 번 보았지만 진실은 여전히 모호하며 흐릿하다. 그래서 난 내 멋대로 미시미의 행위에 대한 진실을 정의 내리기로 했다.

 

 

※ 세 번째 살인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진실'이 중요한가


변호사 시게모리 역을 맡았던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건축가 '료타' 역을 맡았다. 가정에 소홀했던 그가 뒤늦게서야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잘 녹여냈던 배우다. 세 번째 살인에서의 변호사 '시게모리'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를 비견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비슷한 캐릭터다.

 

시게모리가 미스미에게 살인 정황을 들을 때에도 단 한 번도 "그게 진실인가요?"라고 말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는 진실에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다. 그저 변호사라는 직무에 맞게 의뢰인이 사형을 면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형을 덜 받게 하기 위해 진술을 유리하게 바꾸는 것에만 혈안이다. 너무 얄미워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부인과 이혼은 안 했지만 오랫동안 별거를 했다는데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도 시게모리는 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려 하지 않는다. 딸아이가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 눈물을 흘려도 마찬가지다. 시게모리는 지독하게도 본인만을 위해 사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이렇게도 이해타산적 인물인 변호사 시게모리가 살인범인 미스미의 의도가 무엇인지 헤아리고 파악해보려 애쓰는 과정이 백미다.

 

미스미 역시 마지막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형을 선고받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원한이 아닌 절도에 의한 살인이라고 진술해버렸다. 세상도 그렇지만 그 좁은 법정에서도 진실 따윈 없다.

 

"딱히 아빠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잖아."


가장 쓰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피해자의 딸인 사키에는 14살부터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왔다. 냉소적이고 똑 부러져 보이는 그는 부모님에게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기 위해 후쿠시마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준비 중이다.

 

미시미의 말대로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사키에 아버지의 살아생전 행실을 보았을 때 분명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밀가루를 헐값에 들여와서 원산지를 속인 후 식품을 만들었고,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 전과자를 고용하는 줄 알았지만 고용이 어려운 그들을 값싸게 부릴 목적이었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해 다리를 저는 딸아이를 14살부터 성폭행했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타인이면 모를까 가정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은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안타까운 건 엄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오래전부터 알았으리라. 엄마는 공장에서 원산지를 속인 밀가루를 사용한 것이 알려지거나 남편이 딸아이를 성폭행한 것이 알려져서 밥줄이 끊기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까 봐 걱정한다.

 

가장 화가 났던 건 법정에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길래 무엇이 쓸데없는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딱히 아빠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잖아."라며 경멸하는 표정으로  사키에를 바라보던 것이다. 그걸 보는 내 마음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사키에에겐 출구가 없다. 엄마 역시 아빠의 범죄를 묵인하고 동조하였으며 피해자인 사키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사키에는 엄마처럼 모른척하고 싶지 않아서 미스미에 대한 진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원한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사키에를 구해주고 싶어 저지른 살인이었다고.

 

세 번째 살인인 이유


두 번을 보았어도 '미스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의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초반부 그가 변호사들과 면담하는 걸 봤을 때 사람을 죽이고도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 건지 싶었다. 뻔뻔하단 생각도 들었다. 오래전 살인을 저질러 복역을 한 그가 '왜' 그런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시게모리가 그의 고향에 찾아갔을 때 마을 사람은 미스미가가 텅 빈 그릇 같다고 표현했다. 목적 없는 살인이라 했다. 영화에선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술집에서 일하는 미스미의 딸에게 찾아갔을 땐 아버지가 살인범이었다는 게 알려져 동네를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더불어 아버지라면 당장이라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미스미의 딸은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주홍글씨로 유년기부터 성인에 이르는 지금의 순간까지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미스미는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을 선고받으려 작정한 사람처럼 원한이 아닌 돈에 의한 살인이라며 자신은 살인하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한다.

 

사키에가 법정에서 자신이 범행당했던 것을 복기하며 말하는 것은 힘든 과정이다. 사키에는 피해자이지만 또 하나의 낙인이 남아버릴 수도 있다. 미스미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은 그를 돕기 위해 진실을 말하려 했던 사키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도 미스미는 시게모리를 조롱하는 듯이 "(사실이) 아니지만 좋은 얘기네요."라고 답했다. 난 미스미가 범행을 부인한 이유가 시게모리가 추측한 것과 같을 것이라 본다.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며 "내 말이 맞아. 내 말이 맞아!"라고 한다던 중국의 오래된 코끼리 이야기처럼, 나 역시 내 눈을 가리고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믿기로 했다.

 

미스미는 자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스스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늘 생각했다며 시게모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행위가 살인일지언정)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

 

그는 변호사와 접견할 때 세상엔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14살짜리 딸아이를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사키에 아버지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미스미는 살인을 저지르고 복역하는 20년의 세월동안 어린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지켜봐주지 못했다. 자신의 딸아이처럼 다리를 저는 사키에에게 마음을 연 것도. 그 아이와 눈사람을 만들고 나서는 딸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오래전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사에게 엽서를 보낸 이유 역시 같을 것이다.

 

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대었을 뿐인데 시게모리가 딸 때문에 마음을 쓴다는 걸 알았던 미스미는 사키에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짐작했을 것이리라. 살인이지만 이렇게라도 한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미스미는 살인을 통해 사키에를 구해냄으로써 자신의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속죄를 대신한 게 아닐까.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을 선고받기 위해 애썼던 미스미는 앞서 두 번의 살인과 마지막으로 자신까지도 살인하는 것이 마땅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시게모리가 미스미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했음에도 그것이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끝내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에게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 조차 사치라고 여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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