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바닷마을 다이어리 배우 결말 줄거리 l 그의 시선을 사랑하는 이유 바닷마을 다이어리 배우 결말 줄거리 l 그의 시선을 사랑하는 이유

바닷마을 다이어리 배우 결말 줄거리 l 그의 시선을 사랑하는 이유

2020. 10. 26. 18:48Film

바닷마을 다이어리 배우 결말 줄거리 l 그의 시선을 사랑하는 이유

바닷마을 다이어리(Our Little sister) 2015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작 :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주연 :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바닷마을 다이어리 줄거리

조그맣고 예쁜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모두 희미하고 흐릿하지만 새엄마에게서 자라게 될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 '스즈'에게 자꾸만 마임이 쓰인다.
사치는 스즈에게 우리와 함께 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스즈는 지금 당장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했음에도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그렇게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는 함께 살게 되었고 가족이 되었다.

좋다.. 좋다.. 정말 좋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2015년 만든 작품으로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 된 서사다. 이 만화가 너무 좋아서 반드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던 히로카즈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따르는 것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변주를 주어 그의 스타일대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척 염세적인 성격이라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때때로 회의적일 때가 있지만 그런 내 생각을 비틀게 해주는 작품이 간혹 있다. 정말 좋아하는 미드 중 하나인 'This is us' 는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낳는 것에는 자신이 없었던 나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나에게 또 한 번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탐닉하며 사유하게 만들어버렸다. 요즘에 자주 헛헛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그런 내 텅 빈 마음이 가득 채워진 것만 같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가을의 끝자락인 지금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영화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래. 맞아. 내가 이래서 영화를 좋아했던 거지."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곤 한다.

 

누군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에서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고를 것이다. 자꾸만 꺼내보고 싶게 하는 작품이거든.

 

 

※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결말과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15년 전 자매를 떠나버린 아버지의 죽음


그의 다른 작품인 '걸어도 걸어도'의 리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죽음'이라는 것이 작품을 관통하는 구심점이나 변환점이 된다고 말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15년 전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엄마와 자신들을 버렸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자매가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슬픈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왕래하고 지낸 지 15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며 이제는 그리움이나 원망 같은 사소한 감정조차 메말라버려 흐릿해질 정도로 무뎌졌기 때문이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사치는 야근이 있어 갈 수 없으니 둘째 요시노와 셋째 치카에게 너희들이 대신 가라고 부탁한다. 별로 가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버지니까 자식 된 입장에서 최소한의 도리는 하려 했던 것이다.

 

그들을 마중 나온 건 이복동생인 '스즈'였다. 아직 15살로 중학생이지만 무척 어른스럽고 의젓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까지 병환으로 잃게 돼 간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야근이 끝나고 결국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한 첫째 사치는 스즈를 보고 단숨에 알아버렸다. 사실 아버지를 간호했던 건 세 번째 부인이 아니라 이복동생 '스즈'였음을. 아버지 없이 새엄마와 살게 될 스즈가 걱정됐을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사치는 스즈에게 "스즈,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우리 집 많이 낡았지만 넓어. 우리 다 일하니까 너 하나 정도는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어. 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한다. 스즈는 문이 닫히기도 전에 설렘과 떨림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갈게요."라고 답한다. 그렇게 스즈는 세 자매의 막냇동생이 되었다.

 

배다른 동생인데 괜찮겠어?


세 자매와 함께 살게 된 스즈를 걱정하는 시선들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자의 자식인데 함께 사는 게 괜찮겠냐고. 남의 자식 키우는 게 쉬운 줄 아냐고. 이모할머니도 그러셨고, 사치의 남자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 사치는 동생들과 상의 없이 스즈에게 함께 살자 제안했고, 그 제안을 들은 요시노와 치카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이내 스즈에게 웃음을 내보였다. 세 자매와 스즈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잘 스며들었다. 언니들에게 존칭을 하고 과묵하며 표정을 잘 내보이지 않던 스즈는, 조금씩 언니들에게 장난도 치고 어른이 아닌 또래 15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가 서로가 서로의 자매가. 가족이 되면서 서로에게 스며들며 타인을 용서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존재 자체만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


스즈의 엄마는 가정이 있는 사람을 사랑했다. 스즈의 아빠는 처자식을 버리고 스즈의 엄마를 선택했다. 그 사랑으로 태어난 것이 '스즈'다. 스즈는 스스로 말하길 자신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네 자매의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지 못했고 아버지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세 딸들을 찾아가거나 연락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서랍 속 세 딸아이의 사진을 수천번 들여다보았을 것이리라. 스즈는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타인을 불행하게 만든 원흉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스즈는 언니들 앞에서 아빠나 엄마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아빠에 대한 추억을 말할 수 없다. 언니들이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마을의 오래된 식당에서 '잔멸치 덮밥'을 먹게 된 스즈는 그것이 아빠가 자주 만들어 주곤 했던 추억의 음식이지만 언니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사치는 그의 아버지가 자신들을 떠난 것보다 엄마의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그의 엄마는 세 딸들을 보살피지 못했다. 사치는 어린 동생을 홀로 키워냈다. 큰언니의 역할에다가 엄마, 아빠의 역할까지 도맡은 것이다. 사치는 스즈에게 엄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려준 요리라며 '해산물 카레'를 알려줬다. 고기보다 훨씬 빨리 익어 조리시간이 짧아 요리를 싫어하는 엄마에게 알맞은 요리였다면서.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엄마가 유일하게 만들어주었던 카레를 가끔 만들곤 하는 사치. 너무 어릴 때라 엄마가 만들어준 해산물 카레는 잘 생각나지 않고 이모할머니가 만들어 줬던 어묵 카레가 가끔 생각난다던 셋째 치카. 아빠가 자주 만들어줬던 '잔멸치 덮밥'을 추억하는 스즈. 이 셋은 서로의 추억 속 음식을 공유한다. 

 

치카는 스즈에게 아빠 얘기가 궁금하니 가끔 아빠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치는 스즈를 꼭 껴안으며 엄마에 대해서, 아빠에 대해서 언니들에게 얘기해도 된다고 말했다.

 

서로를 배려하기에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애당초 하지 않았던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모두 다 공유하고 나누게 되었다. 별 게 아니지만 난 그것이 가족이라 생각한다. 남에게 하지 않을 이야기를 하는 것.

 

또 한 번의 장례식


영화 말미에 마을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해오셨던 니노미야 아줌마가 돌아가셔 또 한번의 장례식을 치른다. 세 자매가 어렸을 때부터 커오는 과정을 모두 봐오신 분이고 따로 반찬을 챙겨줄 정도로 예뻐하셨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니노미야 아줌마는 무척 각별했을 것이다.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스즈는 언니들에게 아빠 이야기를 했다.

 

"아빠도 (니노미야 아줌마와) 똑같은 말을 했어. 돌아가시기 전에 벚꽃을 보고 아름다운 걸 아직 아름답다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어."라고.

 

아빠와의 추억이 없는 사치는 "아버지 진짜 원망스럽지만 다정한 분이신가 봐. 이런 동생을 우리한테 남겨 주셨잖아."라고 말한다.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는 그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어른들의 일로 상처를 받아야만 했다. 영화 초반부에 스즈에게 같이 살 것을 권하는 사치를 보고 그 마음의 그릇이 대단한 인물이라 느꼈다. 29살의 성인이라 할 지라도 행복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던 기회를 박탈당하게 한 사람의 자식이다. 스즈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사치의 입장에선 스즈를 미워한다 해도 충분히 정당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는 사치는 자신의 스즈에게 스즈의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게 됐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했던 사치는 그렇게 스즈의 엄마를, 스즈를 키우게 되면서 자신의  엄마 입장을 헤아리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스즈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엄마를 용서하게 됐을 것이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네 자매를 보면 무척 흐뭇해하지 않을까. 남겨진 어린 딸이 눈에 밟혔을 텐데 사랑하는 세 딸들이 막내딸을 이렇게 잘 보살펴주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할까.

 

남들은 이복동생인 스즈를 가족으로 들이는 것에 대해 꽤나 회의적이었다. 세 자매에게 스즈는 이복동생이 아니다. 한 번도 그렇게 느꼈던 적이 없을 것이다. 스즈는 동생이다. 자매다. 가족이다.

 

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이 참 좋다. 인물들에 대해. 사건들에 대해. 그 어떤 것도 판단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정의 내리지 않고 그 어떤 편향도 없는 맑은 시선으로 연출하는 그의 작품이 너무나도 좋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