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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 결말 줄거리 l 악녀가 돼야 했던 이유 돌로레스 클레이본 결말 줄거리 l 악녀가 돼야 했던 이유

돌로레스 클레이본 결말 줄거리 l 악녀가 돼야 했던 이유

2020. 10. 28. 20:14Film

돌로레스 클레이본 결말 줄거리 l 악녀가 돼야 했던 이유

돌로레스 클레이본(Dolores Claiborne) 1995
감독 : 테일러 핵포드
각본 : 토니 길로이
원작 :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
출연 : 케시 베이츠(돌로레스 클레이본), 제니퍼 제이슨 리(셀레나), 주디 파핏(베라 도노반), 크리스토퍼 플러머
돌로레스 클레이본 줄거리

뉴욕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셀레나는 어느 날 팩스 한 장을 받았다. 내용인즉슨 어머니 돌로레스가 살인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는 지방의 신문 기사였다. 셀레나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한다. 그의 어머니인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지방의 부자인 베라 도노반의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돌로레스와 셀레나는 오래도록 왕래하지 않았으며 오해와 불신이 가득하다. 셀레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감추어뒀던 진실을 마주한 순간, 어머니 돌로레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자주 떠올렸다. 영화 '결백'을 보고 나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을 보고 나서도, 서미애 작가의 소설 '그녀의 취미 생활'을 읽었을 때도 그랬다. 이럴 땐 제발 감응하고 사유한 것에 대해 일필휘지로 쓸 수 있을 만큼 글재주가 늘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미저리'의 주인공인 케시 베이츠가 맡았다. 나에겐 아메리칸 호러 시리즈의 메인 호스트로 더 익숙한 배우다. 그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거는 강인한 돌로레스 역할을 무척 잘 소화해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 한 '제럴드의 게임'을 무척 감명 깊게 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자매 소설인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았지만 부족한 글 실력으로 어마어마한 작품의 무게를 풀어낼 리뷰를 쓸 자신이 없었다. 요즘엔 그동안 쓰지 못했던 작품을 하나하나 써내는 중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제럴드의 게임은 개기일식과 우물이라는 공통된 심볼이 등장한다. 왜 하필이면 개기일식일까 했는데, 영화를 세 번 본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 개기일식 (Solar Eclipse)

달이 태양을 가리는 천문현상. 태양의 시직경보다 달의 시직경이 훨씬 크므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린다.

태양을 상징하는 건 남성이다. 달을 상징하는 건 여성이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것으로 아주 드문 이례적인 이벤트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선 돌로레스가 개기일식의 날 남편을 우물에 빠지게 해 실족사하게 만들었고, '제럴드의 게임'에선 제시가 개기일식의 날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그리고 난 돌로레스의 살인이 매우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글입니다.

"당신 엄마지?"


뉴욕에서 기자로 근무하는 '셀레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 엄마가 혼자 살고 계시지만 엄마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가득하다. 오직 앞만 보고 자신의 커리어만 쌓아오던 셀레나는 익명의 팩스를 받았다. 지방의 신문으로 그의 어머니인 돌로레스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라는 내용이었다. 엄마의 유일한 피붙이인 셀레나는 엄마를 돕기 위해 15년 동안 한 번도 발걸음 하지 않았던 고향으로 향한다. 

 

돌로레스가 악녀가 된 이유


돌로레스는 알코올 중독과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견디고 있다. 배운 것이 없고 평생 섬에서 나가본 적이 없는 그는 아직 어린 자녀들이 있었기에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가장 최악의 일만 저지르지 않았다면 돌로레스는 그냥저냥 남편과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제럴드의 게임에서도 돌로레스 클레이븐에서도 아빠가 아이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지만 제대로 마주 볼 용기가 없어 눈을 떨구게 한다. 매일 1등만 하던 아이가 성적이 대폭 떨어지고 잘 웃지도 않고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이상하게 생각했던 돌로레스는 아이가 몸에 손이 조금만 닿아도 경기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아이가 성폭행당하고 있는 것을 바로 알아버렸다. 그저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셀레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을 지워버린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돌로레스는 자신을 닮아 똑똑하고 영리한 세레나의 대학교 학비를 마련하려고 베라 도노반의 집에서 하녀로 일한다. 돌로레스는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동을 하고 현실적으로 돈을 모은다. 영리한 여성이다.

 

폭언과 폭력은 참을 수 있었어도, 셀레나에게 손을 대는 건 안 순간 그는 당장 남편에게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도록 모아놓은 3000달러를 찾으러 은행에 가자 담당 직원에게 이미 해지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셀레나의 교육 신탁 자금으로 오랫동안 모아놓은 돈을 남편이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해지해 유흥비로 사용해버렸다. 은행에서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통장 분실신고를 하고 계좌를 해지하는 동안 실질적으로 계좌를 열고 돈을 저금한 돌로레스에겐 단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

 

우린 때때로 가장 만만한 상대를 미워하곤 해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조차 만만한 상대를 선택해 미워하는 게 사람 심리라고 생각한다. 맘 편히 미워할 수 있는 존재. 죄책감없이 실컷 증오할 수 있는 존재. 셀레나에겐 그게 바로 엄마인 돌로레스였다.

 

기억은 편향적이다. 꽤나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제 멋대로 뒤틀리고 편집돼 결국 진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셀레나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 중 행복했던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남기고, 아버지가 자신에게 저질렀던 수많은 악행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다. 그가 복용하고 있는 수많은 항정신성 약들은 그때의 후유증이 기반일 것이리라.

 

셀레나는 아빠를 미워하는 대신, 엄마를 증오하는 것을 택했다. 그 편이 훨씬 쉽다. 아버지의 죽음 후 엄마가 아빠를 죽인 거라는 확신 속에서 오랫동안 돌로레스를 미워하며 살아왔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진실이다. 엄마를 미워하는 것이 훨씬 편안했을 것이다.

 

Sometimes being a bitch is all a woman has to hang onto


처음에 악녀가 되어야 한단 말을 한 건 돌로레스였다. 그다음엔 셀레나로. 그다음엔 베라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모두 저 말을 뱉었다. 처음 저 말을 한 사람은 베라였다.

 

묵묵히 일처리를 하는 똑 부러진 돌로레스가 그날따라 매우 수상쩍자 베라는 돌로레스를 앉히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날 돌로레스는 베라에게 모든 것을 꾸밈없이 고백했다. 

 

베라 노도반은 똑똑한 여성이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 돌로레스의 계획이 금세 실패할 것임을 간파했다. 그리고 더 확실한 방법을 일러줬다. 그 날은 베라 도노반과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연대했던 순간이다. 그때부터 베라와 도노반은 고용주와 고용인이지만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돌로레스의 이야기를 들은 베라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심성이 차갑고 냉정한 인물이지만, 딸아이가 남편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깐깐하고 까다로운 베라조차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사태가 얼마큼 진행됐냐고 묻자 애써 돌려 말하는 돌로레스에게 베라는 꽤나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물었다.

 

Did he f**k her 라고.

 

돌로레스는 개기일식의 순간. 모든 사람들이 태양을 삼켜버린 달을 구경하는 순간. 남편을 고의적으로 우물에 빠지게 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곳을 나가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던 남편을 보기 좋게 노려보면서.

 

돌로레스의 남편은 딸아이를 성폭행했다. 베라의 남편은 정부가 있었고 베라를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했다. 서로의 가장 큰 비밀을 공유했기 때문에 쌓인 공통분모와 유대감으로 돌로레스가 그 오랜 시간 동안 베라를 돌보았을 것이다. 베라가 죽기 8년 전 이미 모든 재산의 상속인을 돌로레스로 해 놓은 것 역시 그를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정말 믿었기 때문에 자신을 죽여달라 부탁했을 것이고.

 

돌로레스의 진심


셀레나는 뒤늦게서야 알아차렸다. 오랫동안 엄마를 미워했지만 미움의 대상이 잘못됐다는 걸. 엄마가 15년 전 고향을 등진 이후 단 한 번도 발걸음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든 기사를 스크랩해 보관하고 있었던 걸. 아빠를 살해한 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던 것도. 그 모든 행위의 이유는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던 것도.

 

엄마를 다신 잃지 않을 거라 말하는 셀레나에게 돌로레스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답했다. 다시 뉴욕으로 향하는 셀레나의 모습은 재회가 아닌 이별처럼 느껴지지만 적어도 가끔씩은 이 음습한 섬에 엄마를 보러 올 것이며 더 이상 미워하지 않을 테니.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마치 영상에 희뿌연 필터를 씌워놓은 것 같았다. 안개가 자욱하여 음울한 느낌을 풍기는 섬의 분위기를 낮고 흐린 채도를 통해 표현해냈다. 

 

드디어 밀린 숙제를 끝냈다.

 

2020/06/10 - [Film] - 제럴드의 게임(줄거리 결말 해석)_제시는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강해.

 

제럴드의 게임(줄거리 결말 해석)_제시는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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