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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의 현기증 줄거리 결말 l 호러의 탈을 쓴 스릴러 히치콕의 현기증 줄거리 결말 l 호러의 탈을 쓴 스릴러

히치콕의 현기증 줄거리 결말 l 호러의 탈을 쓴 스릴러

2020. 10. 28. 10:32Film

히치콕의 현기증 줄거리 결말 l 호러의 탈을 쓴 스릴러

현기증 (Vertigo) 1958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주연 :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 바바라 벨 게데스
현기증 줄거리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찰로 근무하는 스카티는 범인을 쫓던 중 동료 경찰이 자신을 구하려다가 추락사하였다. 그때부터 심각한 고소공포증을 겪게 돼 경찰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사립탐정이 된 그는 옛 동창의 부탁으로 그의 부인인 메들린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일을 하게 됐다. 그러다 매들린과 사랑에 빠져버렸고 가장 중요한 순간 고소공포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됐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은 이다음부터가 시작이다.

사이코, 이창, 현기증은 히치콕의 '관음증' 3종 시리즈도 불린다. 가장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은 단연 '사이코'겠지만 난 세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현기증'을 꼽고 싶다.

 

영화 '이창'에서도 촬영 중 다리를 다쳐 기동성이 없던 제임스 스튜어트는 현기증에서 동료 경찰이 지붕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바람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혼절해버리는 고소공포증에 걸려 버렸다. 건장한 남성이 아주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서 중요한 순간 무척 유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 재밌는 설정이다.

 

영화 현기증은 매들린이 사망한 그 순간부터가 진짜다. 그때까지는 관객들 역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속임수에 당해버리거든.

 

 

※ 영화 현기증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영화의 장르가 '호러'일 리 없다고 생각한 이유


아내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조선업 대표가 되었다던 그의 옛 친구 '개빈'이 늘어놓는 말이 꽤나 황당했다. 유령이니 빙의니 하는 것들이 전부 다 어이없어서. 처음엔 부인이 귀신에 홀린 게 분명하다는 말을 하는 그를 보자 얼마나 답답하면 사립 탐정을 고용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옛 친구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는 걸까 생각했다.

 

결국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 스코티가 개빈의 부인인 '매들린'을 미행하면서 정말로 그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현상을 겪는다.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증조모였다던 칼로타라는 여성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칼로타'라는 이름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분명 매들린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호텔 프런트에선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 하고.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서 "정말 유령에 홀린 건가? 정말 빙의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유령이니 귀신이니 하는 건 히치콕과 어울리지 않는다. 서스펜스나 스릴러가 어울리지 그의 필모에 '호러'는 없을 테니. 

 

현기증은 재밌게도 '로맨스'인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스코티와 매들린은 사랑에 빠져버렸고, 고학력자에 이성적이고 냉철한 스코티는 유령이니 저주니 하는 것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아무래도 친구인 개빈과 그의 부인인 매들린이 서로 협심해서 사람 하나를 바보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 예상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매들린의 죽음


억울하게 사망했다는 매들린의 증조모 칼로타의 유령이 씐 것처럼 결국 매들린은 종탑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스코티는 매들린을 구해내고 싶었지만 심각한 고소공포증 때문에 매들린을 따라 올라가지 못했고 사랑하는 이가 스스로 몸을 던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매들린을 눈 앞에서 잃었으니 얼마나 황망했을까. 더군다나 종탑을 올라가 그를 붙잡았다면 구할 수 있었던 것을 트라우마 때문에 구하지 못했으니.

 

매들린의 남편인 개빈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스코티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산다.

 

주디의 등장


주디가 스코티 앞에 나타난 순간부터가 현기증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코티은 우연히 죽은 매들린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봤고 홀린 듯 다가갔다. '주디'란 이름을 지닌 여자였는데 처음엔 어설픈 작업을 거는 건가 싶어서 경계하다가 자신을 너무 슬프게 바라보는 눈빛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그의 저녁 약속에 응했다. 1인 2역을 연기한 킴 노박은 전혀 다른 두 인물을 너무나도 잘 연기해주었다. 히치콕 감독은 그가 미스 캐스팅이라고 했지만 동의할 수 없다.

 

사실은 주디가 바로 매들린이다. 개빈과 매들린이 짜고 스코티를 바보 만든 게 아니라, 개빈과 주디가 스코티를 바보 만든 것이다. 자신의 부인과 많이 닮은 주디를 찾아낸 개빈은 일처리를 잘하면 돈을 주겠다 약속하고 미리 죽여둔 부인 매들린을 종탑에서 떨어뜨렸다. 개빈은 스코티가 심각한 고소공포증으로 주디를 따라 종탑 끝까지 절대 올라오지 못할 것을 알았다. 스코티를 매들린의 자살을 증언해주는 목격자로 이용하려던 목적이었다.

 

스코티와 우연히 조우한 주디는 도망가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먹고 그와 저녁을 함께한다. 주디 역시 그를 사랑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으니까. 당연하게 스코티와 주디는 서로에게 반했지만 스코티는 얘기가 좀 다르다.

 

네크로필리아


스코티의 태도가 가면 갈수록 가관이다. 스코티는 주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주디와 닮은 '매들린'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들린과 스타일, 말투, 화장법이 전부 다른 주디를 매들린으로 바꾸어놓으려 혈안이다. 매들린이 입었던 똑같은 옷과 구두를 사서 입히고, 매들린의 머리색이었던 하얀 백금발로 주디의 머리색을 바꾸고, 명랑한 반 묶음을 즐겨하는 주디의 머리를 올림머리로 바꾸어 놓는다.

 

주디에게 매들린을 투영하여 사랑하기 위함이다. 주디는 매들린이 아닌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애원하고 스코티가 원하는 모습대로 해준다면 종국엔 그의 마음이 변해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 그의 부탁을 그저 들어준다. 스코티는 강박적으로 환상 속 매들린의 모습을 주디에게 끊임없이 구현한다.

 

주디가 매디아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완벽히 바꾼 모습

현기증이 '네크로필리아'인 이유는 이것이다. 주디는 산 사람이지만, 스코티가 사랑하는 건 죽은 '매들린'이다. 생전 매들린이 입던 옷과 구두, 매들린의 머리색과 헤어스타일을 똑같이 하고 나타난 주디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푸르고 흐린 잿빛의 시체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아니라 유령 같은 느낌을 준다.

 

* 네크로필리아 (Necrophilia)

정신 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이 만든 범죄 심리학 용어로 시체 애호증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시신이나 유골에 애착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뜻한다.

스코티는 주디와 키스하고 있지만 주디가 아닌 매들린과 키스하고 있는 것이다.

 

스코티는 죽은 매들린을 다시 살려내려는 강박증과 편집증에 완벽히 종속되어버린 인물이다. 스코티는 우연히 주디가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로 주디가 매들린이란 걸 눈치챘다. 어디서 용기가 나왔는지 왜 자신을 속였냐며 윽박지르고 매들린을 종탑까지 끌고 올라갔다. 스코티는 그 순간 옥죄어왔던 지긋지긋한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 다만 진짜로 주디가 사망해버려서 문제지만.

 

'현기증'이 기념비적 작품인 이유


히치콕의 작품은 전부가 대단하지만 '현기증'이 단연 으뜸인 이유는 그가 선호하고 자주 보여줘 왔던 스릴러와는 전연 다른 틀을 지니고 있어서다. 고소공포증의 트라우마에 갇힌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잃게 되면서 강박증을 보이고 비이성적이 되며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을 보면 보는 나까지 예민해지며 답답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당시 획기적이었던 줌 트랙 아웃, 트랙 줌인 기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마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볼 때 현기증을 느끼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시나리오 역시 파격적이다. 보통의 그의 작품과는 다르게 '로맨스'이지만 히치콕은 '서스펜스 스릴러 로맨스'를 만들어 냈다. 영화가 좋아서 대학생 때 아무것도 모르던 채로 하나둘씩 보던 그의 작품을, 다시 보는 재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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