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 18:32ㆍFilm
영화 미저리 뜻 줄거리 결말 l 스티븐 킹 원작 소설
미저리 (Misery) 1990
감독 : 롭 라이너
원작 : 스티븐 킹
출연 : 캐시 베이츠, 제임스 칸, 로렌 바콜, 프랜시스 스턴헤이건
미저리 줄거리
소설가 폴(제임스 칸)은 폭설이 내리던 날 집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꼼짝없이 죽을 뻔한 그는 자칭 그의 최고의 팬이라던 전직 간호사 애니(캐시 베이츠)에게 구출되었다. 애니는 폭설로 전화와 도로가 모두 막혔다며 폴을 정성껏 간호한다. 애니의 선의는 폴에 대한 편집증과 광적인 집착으로 변해 폴을 감금하고 성추행하며 폭행하기 시작한다. 소설 미저리의 주인공을 죽이고 다른 소설을 쓰려던 폴을 몰아붙여 죽은 미저리를 다시 살려내 완벽한 소설을 집필하게끔 압박한다.
스티븐 킹의 작법서인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아내와 영국으로 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꾸었던 악몽을 기반으로 썼다고 미저리의 탄생 일화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작가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글감이 되는구나 싶다.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무서운 악몽을 꾸어놓고도 그걸 기반으로 소설을 만들다니!
'미저리'란 단어 자체는 스티븐 킹을 잘 모르거나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대중에게 무척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애니 윌크스를 연기한 '캐시 베이츠'는 애니를 너무나도 잘 소화한 덕분인지 '미저리'란 단어는 광기의 집착과 편집증을 지닌 스토커를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미저리는 극 중 폴 쉘든이 집필하고 있는 시리즈물의 제목이다. 본래 미저리란 빈곤과 가난과 같은 정신적 고통이나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뜻하는 의미다. 소설 속 소설인 '미저리'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아에 미인인 주인공이다. 아마 미저리가 본래 지니고 있는 뜻보다 스티븐 킹의 미저리로 인해 탄생한 새로운 의미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캐시 베이츠는 나에게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메인 호스트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미저리를 보며 그의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롭더라. 그는 미저리를 통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영화 미저리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글입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현실에서도 '애니 윌크스'같은 인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인물. 자신이 하는 선의가(물론 아주 고마운 것이지만) 그 이유를 근거로 "내가 이 정도는 너한테 요구할 수 있지 않아? 내가 이렇게나 해주는데 네가 감히 나에게 이럴 수 있어?" 하는 인물들.
폴 쉘든은 지긋지긋한 미저리의 마지막 시리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주 외진 곳이기 때문에 애니가 아니었으면 그는 발견되지 못하였을 거고 아마 사망했을 것이다. 다행히 애니는 전직 간호사였기 때문에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이다.
애니는 폴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면도도 해주며 그의 똥오줌까지 손수 치워준다. 애니의 행동은 분명 고마운 것이다. 다만 애니는 그 호의를 기반으로 폴에게 지나친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얼마나 미저리 시리즈를 사랑하고 작가인 폴을 존경하는지 여러 번 밝힌 애니는, 폴이 마지막 미저리 시리즈를 탈고한 것을 보고 분노를 금치 못하며 원래 소설을 폴 스스로 불태우게 하며 소설을 새로 쓸 것을 강요한다. 시내에서 n이 없어서 값이 저렴했다던 타자기와 최고급 종이를 구입해 온 애니는 (그 나름대로) 폴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마련해준 것이다.
대충 아무렇게나 휘갈겨 소설을 마무리지으려 하자 소설을 읽은 애니는 불같이 화를 낸다. 그의 입으로 넘버원 팬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는 미저리를 작가만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는 그의 소설인 '미저리'에 굉장히 진심이다.
맥락 없는 분노
애니는 얼핏 보기에 자애로워 보이지만 굉장히 다혈질이며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보통 사람이 엄청난 화를 분출하고 있다면 그것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 애니는 "왜 이런 걸로 이렇게까지 화를 내지?"싶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가 하는 호의로 상대에게 이 정도만큼은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역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는 위협적이며 공포스럽다. 추후에 폴이 발견한 애니의 스크랩북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인물들을 죽였는지. 특히 그가 간호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기 위해 1등을 살해하였으며 간호사가 된 후에도 이유 없이 수많은 영유아를 사망케 한 과정 역시 보여준다. 애니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행해지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인물이며 어떻게든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인물이다. 폴이 미저리의 작가였기에 망정이지 그저 호감을 품은 인물 정도였다면 진작에 살해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소설 덕에 다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싹둑 잘라버리기
폴 쉘든의 실종을 적극적으로 조사한 유일한 인물은 보안관이었다. 보통 성인의 실종이라고 하면 소홀히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그는 폴의 차가 전복당한 것을 발견해냈고 그 나름대로 폴을 찾아내려 끊임없이 조사한다.
폴이 유명한 작가인 건 알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그는 폴을 구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책이라도 읽어야 하지 않겠냐며 그의 히트작인 '미저리'를 읽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애니 윌크스의 과거와 함께 폴의 어마어마한 팬인 것을 알아냈다. 실종된 작가를 찾으려고 그가 집필한 소설을 읽는다는 발상은 매우 올드스쿨이지만, 결과적으로 수사에 힘을 보태어줬다.
관객들은 보안관이 애니의 집에 똑똑 문을 두드릴 때 폴이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결국 아무 흔적도 찾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그는 폴이 낸 소리를 듣고 급하게 다시 들어간다. 하지만 킹은 여기서 독자의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싹둑 잘라버린다. 이것은 작가 스티븐 킹이 그의 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보안관은 폴을 발견했지만 애니는 그를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만다. 잠깐이라도 탈출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봤던 폴의 얼굴은 낙심이 가득하다.
애니는 폴을 작가로서 경외하고 사랑했던 것뿐이지만,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작가가 아닌 폴이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되어버리자 이렇게 된 거 함께 죽어버리려고 할 때 폴이 임기응변을 사용하여 미저리를 영원히 살게 한 후 함께 죽자고 제안한다. 애니가 소설 미저리를 광적으로 사랑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제안일 것이다.
후유증
사건 후 18개월이 지난 시점, 폴은 자신의 대리인과 함께 애니와 함께 겪었던 일을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로 어느 정도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애니를 죽였고 그가 죽었다는 걸 알면서도 레스토랑 점원의 얼굴을 애니로 볼 만큼 그는 여전히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의 대리인이 애니와의 일화로 소설을 써보라고 하자 그는 진절머리를 치지만, 아마 결국엔 소설을 집필하지 않았을까 싶다. 폴은 애니와의 끔찍한 경험이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고, 본디 작가라 하면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들을 글감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집필 방식
미저리의 배경은 폴이 누워있는 애니의 작은방이 대부분이다.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연극으로 만들기에도 알맞다. 그의 다른 작품인 '제럴드의 게임'에서도 제시가 결박되어 있는 침대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미저리'는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미저리는 크게 자극적이지 않으며 시각적으로 공포를 주는 영화가 아니다. 가장 공포스러웠던 부분은 폴의 다리를 불구로 만드려고 망치로 내려치는 부분 정도니까. 미저리는 장면적 연출을 통해 공포를 표현하는 대신, 애니가 소설 '미저리'에. 혹은 작가인 폴 자체에게 지나치게 천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사람까지 숨통을 조여 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결국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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