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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 리포트 리뷰 l 우리 임자 사랑해 고양이 여행 리포트 리뷰 l 우리 임자 사랑해

고양이 여행 리포트 리뷰 l 우리 임자 사랑해

2020. 12. 18. 11:29Film

고양이 여행 리포트 리뷰 l 우리 임자 사랑해

고양이 여행 리포트 The Travelling Cat Chronicles (2018)
감독 : 미키 코이치로
주연 : 후쿠시 소타, 타카하타 미츠키
고양이 여행 리포트 줄거리

도도한 길냥이 나나의 선택을 받은 사토루. 나나를 맡아 키워줄 친구를 찾기 위한 나나와 사토루의 여정. 그 과정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 첫사랑, 그리고 가족들과의 추억. 사토루는 고양이 나나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별여행을 떠난다.

고양이를 키운다. 처음 우리 집에 온 건 설아였다. 새하얀 털에 한 눈은 하늘색, 한 눈은 레몬색의 오드아이 고양이다. 꼭 털이 눈처럼 하얗고 털 뭉치 같아서 설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런 설아가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첫 출산에 여섯 마리나 낳았는데 똑같은 털을 입고 나온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 털 색깔에 맞추어 이름을 지어줬고 내가 가장 예뻐하는 고양이는 바로 우리 임자다. 털이 새까매서 흑임자라 지어줬고 줄여서 임자라고 부른다.

 

설아는 성격이 꽤나 새침해서 만약에 설아만 키웠다면 고양이가 전부 다 그런 줄로 알았을 거다. 여섯 마리 중에서 가장 크게 나와서 엄마 젖을 가장 많이 먹은 튼튼한 대장 고양이가 임자다. 부족함 없이 커서 그런지 성격도 밝고 꼭 강아지 같다.

 

고양이는 낮에는 동공이 1자고 밤이 되면 동공이 커지는데 밤에 우리 임자를 보면 새까만 동공이 눈에 꽉 차서 꼭 머루눈이 된다. 인형이 따로 없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고양이'만 보고 선택했다. 앞에 실컷 우리 집 고양이 얘기를 한 걸 보고 짐작하셨겠지만 고양이가 너무너무 좋으니까.

 

 

※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내음이 진하게 나는 영화다.

 

주인공에게 세상 모든 시련 몰빵 해서 준 다음에 "이렇게 힘들어도 힘내야 해! 그럼에도 살아야 해!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야!:"라고 자꾸만 일러주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사토루는 어렸을 때 수학여행을 간 날 부모님 두 분이 교통사고로 동시에 사망했다. 졸지에 함께 지내던 고양이 하치 하고도 이별하게 되었고 전근이 잦은 이모와 유년기를 함께 보냈다. 근데 사토루는 불치병에 걸린 모양새다. 사토루를 지나치게 경계하던 강아지가 사토루에게 저물어가는 냄새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고 사토루의 약봉지를 본 순간 굳이 이렇게 사랑하는 나나의 주인을 찾아주려던 연유가 아마도 저것 때문이었겠구나 생각하게 되거든.

 

거기에다가 사토루의 부모님은 친 부모님이 아니라고 한다. 무책임한 부모가 내버린 아이를 거두어서 키우셨단다. 그 버림받은 아이가 사토루다.

 

사토루 : 초등학생 때 부모님 두 분을 한꺼번에 여의었고 그분들은 사토루의 친 부모님이 아니며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려 사망하게 됨

 

무슨 말하려는지 짐작하셨을까?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신파다. 신파에 호소하는 장르로 지나치게 극적이다.

 

그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사토루가 밝고 올곧은 청년으로 자란 것이 퍽 대견하긴 하지만 너무나도 비극적인 사토루의 상황엔 크게 감응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고양이 여행 리포트가 좋았던 이유는 고양이 '나나'의 열연 때문인데, 이 고양이 천재 묘인지 연기를 너무나 잘한다. 무언가 어린 남자아이가 떠오르는 나나의 내레이션이 있는데 나나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게 재밌다. 특히 나나는 수염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갔는데 저런 고양이는 처음 본다.

 

내가 눈물을 한가득 쏟았던 장면은 다 나나와 관련된 장면이었다.

 

첫 번째는 평생 사토루의 고양이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따뜻한 집과 맛있는 사료를 먹을 수 있는 노리코의 집을 거부하고 사토루가 있는 병원의 근처에서 살아가는 험난한 길고양이가 되기로 결심한 것.

 

두 번째는 사토루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인지 병원 문을 열려고 문 앞에서 서성이던 것이다. 그리고 노리코가 나나를 사토루 곁에 데려가자 손가락을 핥으며 사토루가 편히 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었던 것.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워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아이들은 안다. 내가 슬플 때를 안다. 신기하게 그걸 안다. 장난을 치거나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내 기분이 좋지 않구나 싶으면 조심스레 다가와 애교를 부리고 말없이 곁을 내어주는 아이들이다.

 

사토루가 일본 전역을 누비며 일본의 예쁜 시골 풍경을 가득 담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평생 동안 만들었던 소중한 인연들을 찾아가 함께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 하치를 꼭 닮은 나나를 만나 하치에게 못다 한 사랑을 전해준 것.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분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다. 동물을 사랑하고 교감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사토루와 나나에게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연기 경력이 깊은 고양이 나나의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다.

 

리뷰를 다 썼으니 우리 임자를 한껏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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