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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 리뷰 결말 l 보물과 고물은 한 끗 차이 도굴 리뷰 결말 l 보물과 고물은 한 끗 차이

도굴 리뷰 결말 l 보물과 고물은 한 끗 차이

2020. 12. 25. 21:24Film

도굴 리뷰 결말 l 보물과 고물은 한 끗 차이

도굴 Collectors (2020)
감독 : 박정배
주연 :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송영창, 이성욱, 박세완, 박진우
도굴 줄거리

흙을 맛보면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도굴꾼 강동구(이제훈),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라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인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가 만나 이성계의 칼이 잠들어 있는 선릉을 도굴하기로 결심했다. 

한국 영화 중에서 장르영화를 만나기가 무척 어렵다. '도굴'이라는 것은 더더욱. 더군다나 서울 한복판 '선릉'을 도굴하겠다는 발상도 새롭다. 사람의 눈이 그렇게도 많은 곳에서 도굴을 한다는 것이. 거기에 다른 왕도 아니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칼이 잠들어 있다는 설정 역시 독특하다. 

 

미드 화이트 칼라 스틸컷

도굴을 보며 재밌게 보던 미드 중 '화이트 칼라'가 떠올랐다. 너무나 미남인 사기꾼 '닐'은 예술에 조예가 깊다. 그걸 기반으로 각종 미술품을 도난하는 것이 문제지만. 배우 이제훈이 연기한 '강동구'는 잘생긴 사기꾼이란 점에서 닉과 비슷하다.

 

다만 닉은 자신이 사기꾼으로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충분히 보여주었다면, 강동구는 어떤 것이 그를 대단한 도굴꾼으로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입으로는 자기가 훌륭한 도굴꾼이라는데. 흙을 먹으면 안다고? 글쎄.

 

※ 도굴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별로다. 100억이라는 제작비와 인기 배우들이 나온 거 치고 결과물이 너무 형편없다. 더 솔직한 말론 지루할 정도다. 시나리오는 말도 못 할 수준으로 형편없고 등장하는 캐릭터는 전부 다 공중에 붕 떴다. 가짜 같단 소리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평면적인지. 억지로 억지로 상황에 캐릭터를 구겨 넣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물 간 접점은 전연 없고 선수 입장은 또 머선 소리야? 사냥의 시간도 그랬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대사는 정말이지 참기가 어렵다. 이런 대사. 이런 시나리오. 경계해야 한다.

 

칭찬해주고 싶은 건 소품의 퀄리티가 무척 좋았고 고증을 잘했다는 점이다. 고구려 고분을 실제처럼 만들기 위해서 중국 지안시에 제작진이 실제 방문하여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했고, 가장 메인이벤트인 '선릉'을 도굴하는 장면을 위해서 실제 규모의 80%의 세트장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진 회장이 각종 불법적인 루트로 꾸려놓은 수장고 역시 무척 펜시 하다.

 

6.25 때 조선왕의 어진과 예진이 상당수 타버렸고 그때 세종의 어진 역시 불에 타 소실되었다. 진 회장의 수장고에 불 타 없어진 줄 알았던 세종의 어진이 있는 것은 흥미로운 설정이다. 근데 이것이 영화 도굴에서 좋았던 유일한 점이다. 개연성이 높아 시나리오의 퀄리티도 좋았다면, 캐릭터가 입체적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상황이 전부 너무 작위적이다 보니 누군가가 총을 들고 있어도 위압감이 없다. 긴장감이 없다는 소리다. 배우 이성욱이 연기한 주광철 역시 조금의 공포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선족인 것 같았던 그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사람 입에 낚시 바늘을 꿰서 물에 빠뜨리는데 그것이 공포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 무서워.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배우 신혜선이 연기한 윤실장이다. 윤실장은 도굴에서 굉장히 소모적인 역할로 등장하는데 윤세희라는 배역이 하이퍼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너무나도 도구화된 캐릭터였기 때문에. 조금 더 서사를 주면 어땠을까 싶다. 윤실장의 역할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쉽다.

 

도굴 말미의 장면이 조금은 의아하다. 강동구는 일행들과 함께 일본으로 가서 오구라 컬렉션으로 향하며 뺏긴 것은 도로 찾아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일본이 수많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강탈했고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간혹 한국인이 일본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를 도굴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일본인을 상대로 한 인터뷰를 보면 도난당한 문화재는 통일신라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통일신라 때 신라가 자신들에게 바친 조공품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것인데 왜 자꾸 우리 것을 도둑질하냐며 열을 낸다. 뭐 꽤 어처구니가 없긴 한데. 얼마나 도적질을 많이 했으면 우리가 너흴 왜'구'라고 불렀을까.

 

뺏긴 것을 찾아온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우리 것을 도적질 당했는데 왜 우리가 훔쳐와야 하나. 원래가 우리 것인데.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로 반환해야지 왜 도굴을 하냔 말이다. 도굴의 속편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우리 유물을 훔쳐서 되찾아오는 것이라면 그것이 좋은 시나리오인지는 벌써부터 의문이 든다.

 

도굴에서 '고물과 보물은 한 끗 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도굴은 고물이야 보물이야? 고물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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