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8. 19:24ㆍFilm
높은 풀 속에서 해석 결말 l 스티븐 킹 원작
높은 풀 속에서 In the Tall Grass (2019)
감독 : 빈센조 나탈리
원작 : 스티븐 킹, 조 힐의 동명소설
주연 : 레이슬라 데 올리베이라, 에이버리 휘테드, 패트릭 윌슨, 윌 부이 주니어, 해리슨 길버트슨
높은 풀 속에서 줄거리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든 베키와 그의 오빠 칼은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중 높은 풀의 숲 속에서 한 소년이 구해달라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높은 풀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풀 속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베키와 칼은 풀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
뒤틀린 시공간 속에서의 타임루프
※ 높은 풀 속에서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공포영화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다. '높은 풀 속에서'라는 이름은 그다지 구미를 당기는 제목이 아니었는데 스티븐 킹과 그의 아들인 조 힐이 공동 집필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서.
기대하던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었다. 이 영화의 이름이 높은 풀 속에서인 이유가 있는데, 정말 2m에 해당하는 높은 풀 숲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거든.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이 짙은 녹색 풀은 시간을 뒤틀고 공간을 왜곡하여 한 번 그 풀 숲에 발을 들이면 절대 살아서는 나갈 수 없게 가둔다. 고작 풀이 이렇게도 무서울 수가 있나. 아주 거대한 풀도 아니고 사람의 키보다 조금 더 큰 2m의 높은 풀이다. 그 풀은 꼭 귀신이 들린 풀 같다. 귀신이 든 풀이 맞기도 하다.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 출구를 짚어낼 수 없다는 점이 높은 풀 속에서가 지니고 있는 공포의 근원이다. 마치 미로와 같다. 더군다나 이 풀들은 산 자의 위치를 변경하여 서로 찾을 수 없게 한다.
영화를 보며 가장 처음 공포를 느꼈던 순간은 이것이었다. 베키와 칼이 분명 근처에 있는 게 분명한데 높은 풀에 가려져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서로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둘 다 동시에 점프를 해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려 했는데 첫 점프에는 분명 근처에 있었는데 다시 점프를 하니 지척에 있었던 서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숲이 공간을 왜곡한 것이다. 산 자를 옮긴 것이다.
높은 풀 속에서는 '타임루프' 물이다.
타임루프(Timeloop)
고리처럼 특정한 시간 속에 갇힌 것을 뜻한다. 벗어나려고 해도 같은 상황이나 사건을 반복해서 만나게 된다.
처음 베키와 칼을 풀 속으로 부른 것은 '토빈'이다.
토빈의 가족을 풀 속으로 부른 것은 '트래비스'다.
트래비스는 몇 달 전 실종되었던 베키를 찾아 나섰고, 베키의 차를 발견했다. 근처에서 베키의 이름이 쓰인 책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높은 풀 속으로 들어갔다.
높은 풀 속에서가 보여주는 순차적인 시간대로라면 트래비스는 가장 나중에 풀숲에 도착한 것이 돼야 하는데 시간상 맞질 않는다. 꼭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누가 먼저 높은 풀 속에 발을 들인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타임 루프에 갇혀버렸고 로스에게 끊임없이 죽임을 당해야 한단 것이다. 부단한 타임루프 속에서 타임 패러독스 역시 발생한다. 마치 평행 세계 같기도 하다.
토빈이 말하길 풀들은 산 자는 옮겨도 죽은 자는 옮기지 않는다 했다. 서로가 보았던 서로의 시체 또한 그간의 수없이 반복되었을 타임루프 동안 끊임없이 죽임 당한 시신일 것이다. 높은 풀은 죽은 자들은 이미 죽었으니 구태여 옮기지 않는 것이고, 산 자는 산 존재끼리 서로 마주할 수 없도록 농간을 부려 공간을 뒤틀어 왜곡하는 것이다. 절대 풀 속에서 나갈 수 없도록.
토빈의 아빠인 로스가 갑자기 자기 부인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사람을 죽이기에 혈안이 된 건 그 문제의 '바위'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고 또 죽이는 로스는 그 풀에 영원히 갇히게 됐다. 베키 일행에게 이 풀에서 나가는 방법을 안다고 했던 건 진실일 것이다. 풀 속에서 내보내 주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겠지만.
베키가 사망한 것을 본 트래비스는 베키를 구해내기 위해 바위에 손을 댔고 토빈을 풀 속 바깥의 세상으로 보냈다. 토빈은 높은 풀 속에서 토빈의 구조요청을 듣고 풀 속으로 들어가려던 베키를 막아섰다. 베키는 다행스럽게도 트래비스가 토빈에게 건네주었던 자신의 유품을 보고는 상황이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 다행스럽게도 셋은 그 풀숲에 들어가지 않았고 뱃속의 아이를 입양 보내려던 베키는 샌디에이고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트래비스는 바위에 손을 대어 스스로를 높은 풀에게 내어줌으로써 지독한 타임루프의 고리를 끊어냈다. 그 덕에 베키와 칼과 토빈을 구해냈지만 트래비스 자신은 풀 속에서 절대 나오지 못하겠지.
스티븐 킹은 다른 작가와 여간해선 공동집필을 하지 않는다. 높은 풀 속에서는 그의 아들인 조 힐과 공동 집필한 두 번째 작품인데 기존의 스티븐 킹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난해한 감도 없지 않아 있고. 호불호를 많이 탈 것 같은 작품이다.
컨저링 시리즈로 익숙한 패트릭 윌슨이 아내의 머리통을 깨 부셔 살해하는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이 새로웠다. 늘 선한 역할만 맡던 배우인데 악한 역도 무척 잘 소화하는구나.
<스티븐 킹 원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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