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6. 19:39ㆍTV series
이시코와 하네오 - 그런 일로 고소합니까? -
감독 : 아라이 준코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나카무라 토모야, 아카소 에이지, 오이데야스 오다, 사다 마사시
줄거리
도쿄대 출신인 이시코는 사법 시험에 4번 낙방하고 단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아있다. 시험을 응시하는 대신 법률사무소의 사무보조원으로 근무한다. 반면 고졸 출신 변호사 하네오는 사진을 찍듯이 한 번 본 걸 모두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방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한 팀이 된 그 둘은 다양한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며 점차 성장한다.
※ 스포일러 포함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런 일로 고소합니까?
딱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답다. 교훈적인 말을 내뱉고, 불공정함이나 불의에도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일러주거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변호사와 사무보조원이 주인공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의뢰인에 맞춰 서사가 진행된다. 각기 맡는 사건들은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것 같았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법률 드라마란 점에서 얼마 전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이시코와 하네오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의뢰인들의 사정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진 느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해서 그런 건지 이웃나라여서 그런 건지 그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한국에서도 문제점으로 몹시 자주 인식되던 것들이었다.
1화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
2화는 미성년자 앱 캐시 환불에 대한 문제.
3화는 쇼트 무비에 대한 문제.
2화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부모 뽑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를 뽑기에 비유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누구는 뽑기에 성공해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모든 걸 누리고 사는데, 누구는 뽑기를 잘못 뽑아 불행한 삶을 살게 됐다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낳음 당했다'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부모 뽑기나 낳음 당했다는 표현 모두 결국 비슷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3화다.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는 쇼트 무비에 대한 이슈.
의뢰자는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학도인데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친구들이 꼭 봤으면 하는 마음에 비밀 계정에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의 편집본을 올려왔다. 근데 영상 중 하나가 실수로 비공개가 아닌 공개로 올라가게 되면서 말 그대로 떡상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제작사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었지만, 그는 하나도 반성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은 편집본 영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며 자신의 편집본을 보고 이 영화라 좋으니 꼭 봐야겠다고 말하는 댓글이 많았는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잘못을 알아차리고 피해 감독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지만, 그 감독은 끝내 용서를 받아주지는 않았다. 갓 개봉한 영화의 편집 영상이라니 너무 하긴 했다.
쇼트 영상이라면 나도 본 적이 있다. 2시간 내외의 영화, 혹은 에피소드당 1시간 정도가 되는 드라마를 10분에서 20분 사이의 영상으로 짧게 요약해서 만든 영상은 이미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의 경우엔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를 요약 영상으로 보았다. 그 드라마가 좋다고는 해서 보고는 싶은데 24시간을 들여서 보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본 영상들은 일종의 유료광고로 제작사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이기에 이러한 이슈에서는 자유로울 테지만, 영화 리뷰 채널의 경우에도 결말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저작권 위반으로 영상이 내려가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을 보면 쇼트 영상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제작사가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영상을 2배속으로 시청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배속을 높이는 수밖에.
작품의 디테일을 중하게 여기기보다 곁가지는 됐고 중심 서사만 파악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쇼트 무비만큼 최적화된 것이 없다. 보기 좋게 편집된 10분짜리 영상엔 1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벌어진 모든 일을 손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 영상이 좋은 의도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싶어 하니까 앞으로도 쇼트 무비가 공급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제작사가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내포 청자를 끌어올 수 있게끔 쇼트 영상을 유튜버와 협업하여 내보이는 것이 똑똑한 선택이 될 수도 있고. 나처럼 쇼트 무비로 끝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 서사에 매료되어 드라마의 전 시즌을 기꺼이 감상할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남아있는 에피소드가 다룰 문제도 일본에서 이슈 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다룬 것일 테다. 아마도 나는 또 그 속에서 우리의 상황에 빗대어 감상하게 될 것이고.
주인공인 이시코와 하네오는 똑똑하고 선한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 트라우마와 상처가 있는 자들이다.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하게 되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 에피소드 즈음이 되면 그들도 꽤 많이 성장하게 될 테다.
일본 특유의 드라마. 그리고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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