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5. 13:01ㆍTV series
매주 챙겨보고 있는 '지선씨네마인드'
이번 주 주제는 2012년도에 개봉한 변영주 감독의 <화차>였다. 이례적으로 변영주 감독도 이번 에피소드에 참여했는데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매력적인 플롯 때문에 일본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좋아하는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구입해 읽은 기억이 난다.
개봉될 당시 개인 회생이니 파생이니 하는 낯선 단어들이 별나라같이 느껴졌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의 삶을 파고든 익숙한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화차와 비슷한 범죄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도 몇몇 보았다. 가족이 없는 사람과 의도적으로 가까워진 후 죽음으로 몰게 한 뒤 망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며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그런 범죄. 십 년 동안 남의 신분을 강탈해 살아가는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가까워진 범죄가 되어버렸다.
박지선 교수는 유튜브에서 처음 <지선씨네마인드>를 진행할 때 영화 <화차>를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10년 전 작품을 사람들이 다뤄달라고 요구한 이유가 무얼까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고.
너무나 만연하게 벌어져 이젠 타격감도 없는 개인정보 문제.
아직도 가볍게 치부되고 있는 스토킹에 대한 문제.
그리고, 나에게 접근하는 이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현상에 대해.
스스로 사람을 굉장히 경계하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며 상냥하지만, 누군가와 친밀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진의가 무엇일까를 늘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 이외에 숨겨진 마음이 무엇일까를 골몰한다. 그 모든 것엔 누군가에 대한 판단을 재빠르게 내려서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얄팍한 마음이 깔려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누군가에게 쓸데없는 감정을 소모하거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굳이 대가성 관계가 아니라면 호의를 품고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디 세상일이 그런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늘 어려운걸.
걱정 없이 온실 속 화초로 자란 문호가 가시밭길 그 자체인 삶을 살았던 선영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겠냔 말이야. 그러니까 '너로 살아'라는 말을 하는 거잖아.
지금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겠지만, 그런 피폐한 서사를 또 볼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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