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7. 14:30ㆍFilm
신데렐라 (Cinderella) 2021
감독 : 케이 캐논
출연 : 카밀라 카베요, 빌리 포터, 이디나 멘젤, 니콜라스 걸리친
신데렐라 2021 줄거리
계모와 언니 둘과 살고 있는 엘라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왕자님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와 결혼하여 큰 성에 갇힌 왕비로서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의 꿈인 디자이너로서 세계를 여행하는 것을 택한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디즈니 애니를 사랑하고 있다. 대학생 땐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마다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를 반복하여 보고 또 보곤 했다. 공주들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공주가 '자스민'이었는데(친구들이 어느 공주가 가장 좋냐고 하면, 고민 없이 자스민을 말하곤 했다. 에이프릴=자스민이었다), 그 많은 공주들 중에서 가장 주체적이었고, 지혜로우며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에 실사화된 <알라딘>을 몹시 재밌게 봤다. 모든 요소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있었고, 디즈니가 시도했던 과감한 시도 역시 거부감 없이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름은 알라딘이지만, 알라딘은 거의 병풍에 가까웠는데, 자스민에 포커스를 맞춘 서사가 난 꽤 맘에 들었다. 원작에도 드러난 자스민의 영리함은 실사화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1994년부터 방영을 시작했던 '프렌즈'의 주인공은 모두가 백인이다. 잠깐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백인이다. 2007년 첫 방영을 시작한 '빅뱅이론'은 주인공 넷 중에서 한 캐릭터가 인도인, 한 캐릭터가 유대인이다. 2016년부터 방영된 How to get away murder에선 흑인 여교수를 원탑으로 하여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등장한다.
백인만이 세상을 살아가지 않듯이, 작품 속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것이 나는 반가웠다. 성소수자 캐릭터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그랬다.
쿠바 출신 가수인 '카밀라 카베요'의 신데렐라는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받았다. 스페니시 신데렐라라니..!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신데렐라는 아쉽다. 너무너무 아쉽다.
※ 신데렐라 2021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신데렐라의 원작은 1950년에 개봉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년도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어쩔 수 없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데,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받던 부엌데기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 They lived happliy ever after 했다는 이야기로, 지금도 다양한 작품 속에서 신데렐라 클리셰는 사랑받는다.
자그마치 70년이다.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이만큼이나 성장한 만큼, 세상의 가치관과 진리 역시 괄목할 만큼 변화했을 테다. 그때는 옳았던 것이 지금은 틀리다. 그것을 작품에 얼마만큼 세련되게 잘 녹여내 구현해내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데렐라는 고민 없이 만든 영화 같았다.
파란 눈에 금발인 신데렐라가 아닌 까만 눈에 까만 머리인 신데렐라라고 해서, 그것 만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정 대모가 흑인 게이라고 해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거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건 너무 쉽다.
그것은 너무 쉽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다양한 피부색의 배우가 출연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카밀라 카베요가 연기한 신데렐라는 이전의 신데렐라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왕자와 결혼해 왕비가 되는 대신, 디자이너라는 꿈을 좇으려 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남자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 왕비로서 커다란 새 우리인 성안에 갇혀 있는 대신, 세계를 여행하며 시야를 넓히고 싶어 한다. 여성으로서 비즈니스를 하길 꿈꾼다. 아주 적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멋진 여성이다.
그렇지만 큰 울림은 주지 못한다. 너무 뻔해서다.
다른 여성 캐릭터 역시,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딸이지만, 국세 정세에 관심이 많고 퀸이 되고 싶어 하는 그웬 공주.
백성들 앞에서 왕의 말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왕비.
왕이 죽고 스스로 퀸이 되어 전 세계를 손수 이동하며 외교 하는 퀸.
여성 캐릭터의 성향은 노골적이었다.
촌스러웠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눈에 훤히 보여서 매력적이지 않았다.
충분한 고민 없이 만든 플롯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통적인 클리셰만큼이나 고루해서, 서사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디즈니에서 실사화할 인어공주의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낙점했다. 대중의 반발은 엄청났지만,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흰 피부에 빨간 머리가 아닌, 까만 피부의 검은 머리의 인어공주가 궁금했다. 만약 신데렐라처럼, 단순히 캐릭터의 인종에만 변주를 두고, 고민 없는 플롯으로 그럴듯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무척 실망스러울 듯싶다.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세상의 가치관을 현현하게 드러내는 일은, 단순히 다양한 출신 배우들의 등장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뮤지컬 영화여서 화려했고 볼거리도 많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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