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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싱 해석 결말 뜻 l 패싱에서 자유로운 삶이 있을까 영화 패싱 해석 결말 뜻 l 패싱에서 자유로운 삶이 있을까

영화 패싱 해석 결말 뜻 l 패싱에서 자유로운 삶이 있을까

2021. 12. 22. 11:55Film

패싱 (PASSING) 2021
감독 : 레베카 홀
출연 : 테사 톰슨, 루스 네가, 안드레 홀랜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패싱 줄거리

백인처럼 흰 피부를 지녔지만 한 여성은 흑인으로서 흑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던 아이린과 자신의 뿌리를 저버린 채 백인으로서의 삶을 살던 클레어는 우연히 뉴욕의 호텔에서 조우하게 됐다. 그동안은 백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지위를 한껏 만끽하며 살던 클레어는 아이린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흑인으로서 사는 삶에 대한 강한 갈망을 느낀다.

 

 

처음 패싱을 알게 된 건 즐겨 듣는 팟캐스트 '팝 컬처 해피 아워' 때문이었다. 제목답게 대중문화에 대한 콘텐츠로 채워지는데 1920년대에 출판된 넬라 라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릴리즈 됐다는 이야기였는데 30분 내외의 콘텐츠였는데도 몹시 빠져서 들었다. 특히 한 패널은 <패싱>을 이미 3번 넘게 봤다고 고백했다.

 

안 볼 수 없지.

 

먼저 패싱에 대한 설명부터.

 

패싱 뜻

다른 민족, 혹은 다른 인종, 다른 출신인 행세를 하며 혜택을 누리는 것을 뜻한다. 
영화 <패싱>에서의 패싱은 피부색이 옅은 흑인이 흑인인 정체성을 숨기며 백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패싱>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전연 다른 두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두 여성 모두 흑인이지만 피부색이 옅기 때문에 얼마든지 백인으로서 살 수 있다.

한 여성은 흑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한 여성은 백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레베카 홀 감독이 패싱을 흑백 영화로 만든 것이 무척 영리한 선택이라고 본다. 흑백 화면 속에선 누가 흑인이고 누가 백인인지 명징하게 구별하기가 어려웠으니까. 단순히 192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과 별개로 피부색에 대한 판단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흑백 영화를 만들었으리라.

 

 

※ 넷플릭스 영화 <패싱>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이린


<패싱>은 아이린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뭘 보든, 뭘 읽든,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나는 하는 수 없이 아이린에게 포커싱을 하며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몹시 더운 여름날. 아들의 생일 선물을 사러 장난감 가게에 들른 아이린은 (보통은 아니지만) 가끔씩 편의를 위해 패싱을 한다. 흑인이지만, 백인 행세를 한다는 소리다.

 

아이린이 클레어를 만났을 때, 그와 엮이는 것에 있어 조금 더 확실하게 거절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데도 끈질기게 찾아와 차츰차츰 자신의 삶의 부분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아이들, 가정부, 친구들. 급기야 남편까지 클레어의 사람이 된다.

 

남편인 브라이언과 클레어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 둘은 불륜을 저질렀다고 본다.

 

흑인복지연맹 파티가 열릴 때마다 아이린은 혼자 앉았고, 클레어와 브라이언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클레어와 브라이언이 한 프레임에, 반대편에 아이린이 혼자 있는 프레임이 굉장히 자주 등장했다. 결정적으로 시카고에 가있는 클레어와 남편이 사적으로 연락했음을 암시하는 씬이 있었다. 

 

남편은 클레어를 대변하는 말을 하고 치켜세우며, 은근히 아이린을 깔본다. 자녀와 관련된 문제에서도 아이린과의 상의 없이 아이들을 본인의 방식으로만 키우려고 한다.

 

네 남편이 알게 되면 어떡하냐고 물었을 때 클레어는 "너랑 같이 할렘에서 살 거야."라고 말한다. 그것만큼은 마지막 바운더리인데 그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을 잃은듯한 아이린의 얼굴이 선명하다.

 

바깥이 소란스럽고 남편이 찾아온 걸 알았을 때,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는 양 으스대는 표정으로 아이린의 옆에 살며시 다가가 웃음을 지어 보일 때, 이렇게 된 것이 모두 계획된 것임을 인지하며 아이린은 절망한다.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이린이 클레어를 밀었다고 본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리고, 클레어의 죽음이 나는 몹시 통쾌했다. 

 

클레어


개인적으로 클레어와 같은 사람은 곁에 두면 몹시 피곤해지는 사람이라고 본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차지하고야 마는 성미.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주는 것 따위는 조금도 문제 되지 않는 성정.

 

금융인인 백인 남편과 결혼하여 다행스럽게도 피부색이 하얀 딸아이를 낳고 백인으로서 행복하게 살던 클레어는 우연히 아이린을 보고 흑인으로서 사는 삶을 갈구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린의 삶에 스며든 클레어는 어느새 아이린의 모든 것을 조금씩 편취한다. 그것이 아주 노골적이어서 소름이 끼쳤는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클레어의 계략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아이린의 집에 찾아오고, 흑인복지연맹 파티에 참여해도 되겠냐며 조르고, 아이린의 남편에게 환심을 사고, 아이린의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고, 아이린의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자신은 흑인이라면 가정부로도 쓰지 않으면서 아이린의 가정부를 칭찬해서 마음을 얻고.

 

클레어가 차츰차츰 아이린의 자리를 차지할 셈이었다고 나는 보는 것이다.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하는 사람이니. 클레어는 파티에 남편이 자신을 찾아오게끔 계획했을 것이다.

 

그것으로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마땅히 자신을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줄 것이고, 그럼 백인 행세를 하는 지긋지긋한 삶 대신 흑인으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테니까.

 

백인으로서 사는 삶이 지긋지긋했을 법도 하다. 흑인을 그렇게도 혐오하는 남편에게 자신의 정체성이 들킬까 봐 평생을 마음 졸이며 살았을 것이다. 전부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패싱 하며 살아온 클레어에게 손가락질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자신의 선택에는 책임을 져야지. 마치 담배를 피우며 건강하길 바랄 수 없듯, 백인으로서 사는 삶을 택했다면 그로 인한 외로움과 서글픔 모두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클레어가 그날 사망하지 않았다면, 기어코 할렘으로 이사와 아이린의 삶을 갉아먹고 종국에 아이린의 자리를 차지했을 것을 나는 안다.

 

나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화려한 영화는 아니었다. 흑인의 이야기인 만큼 그들의 음악인 재즈와 브루스와 삽입되어 있었고, 마치 1920년대에 나온 영화만큼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화려한 세트장보다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두 여성은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는데 나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해보게 했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백인으로서 사는 삶이 가치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나로서 사는 삶을 택했을 것 같아.

 

패싱은 피부색뿐 아니라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단순한 민족성뿐만 아니라, 나의 출신과 지위를 속일 수도 있다.

틀린 정보를 굳이 정정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게 두는 것도 어찌 보면 패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도 패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린은 한 번도 패싱을 해본 적이 없냐는 질문에 왜 없을 거라고 생각하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We're all of us passing for something or other.
우리는 모두 패싱을 하잖아요.

 

 

두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건 모두 가졌기 때문에 행복했다고 말한다.난 그 둘 모두 거짓을 말했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혹은 편의에 의해서. 상황에 따라. 때때로 패싱을 할 것이다.

하나 조금은 비겁해지더라도, 나의 전부를 부정하며 살지는 않겠다.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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