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2 청사의 시련 리뷰 l 소천의 독립적인 성장기

백사2: 청사의 시련(Green Snake) 2021
감독 : 황가강
출연 : 당소희, 와이와이, 위초, 조명주, 정소박

 

백사2 청사의 시련 줄거리

언니 소백과 함께 법해를 물리치려던 소청은 '수라성'이라는 디스토피아에 떨어진다. 이곳이 어딘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 이유 없이 소천을 돕는 인물을 만난다.

 

 

작년에 백사: 인연의 시작을 무척 재밌게 보았다. 동양 고전풍의 아름다운 영상미. 서구적이지 않고 동양미가 가득하여 청아했던 캐릭터.

 

500년이 지나고 나서도, 설사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다 기억하니까 괜찮다고 했던 소백의 웃음을 기억한다. 내 최애 캐릭터가 소백이 되었던 순간이다.

 

물론 디즈니나 픽사 정도의 그래픽을 기대한다거나 정교함을 비견하기엔 부족하지만, 중국 설화를 기반으로 한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중국만의 스타일로 잘 구현해냈다고 생각한다.

 

백사: 인연의 시작을 보고 1993년에 개봉한 영화 <청사>를 구태여 찾아볼 정도로 예쁜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청사2가 넷플릭스에 공개됐으니 안 볼 수 없지.

 

약간은 악한 캐릭터.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청사 소천의 이야기다.

 

작품 속 악역 캐릭터에게 정당한 서사를 주고 매력적으로 구현해내는 작품을 좋아한다.

 

<위키드>를 좋아하고,

<크루엘라>를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청사도 좋아할 수밖에.

 

 

※ 백사2 청사의 시련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전 생의 번뇌와 집념을 잊지 못해 환생이 되기를 거부한 자들이 떨어지는 곳.

수라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가 떠올랐다. 죽고 난 후 다음 세상으로 가기 전, 죽은 자들에게 선물로 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영화로 만들어주는 이들이 사실은 그 행복한 순간을 고르지 못해서 그곳에서 머무르고 있었다는 반전 아닌 반전이 있는 영화다.

 

미련과 후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모이는 곳.

우리와 중국 일본 모두 불교의 윤회사상의 영향을 받다 보니, 비슷한 결의 플롯이 나오는 것이리라.

 

죽고 나면 이전생의 모든 기억을 잊고 새로운 삶을 부여받아 다시금 세상을 살아야 하지만, 전생의 한이 너무 강하고 집념에 사로잡힌 자들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환생하기를 거부한 채 언제든 소멸될 수 있는 위험 속 아수라 같은 '수라성'에 떨어지게 된다.

 

소천은 '강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구해주려는 남자를 만난다. 아무 이유 없이 친근하고 낯이 익어서 그냥 도와주고 싶었다는 이름 없는 그는 사실 소백이다.

 

소천은 소백을 정말 사랑한다. 남자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며, 더군다나 제 몸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이를 사랑하는 언니가 못마땅하다. 그저 언니랑 둘이 이제껏 그래 왔듯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언니는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 빠져 결국 법해에게 당하게 되었으니 속이 상할 수밖에.

 

소천은 끈질기게 도전해 법해를 기어코 물리치고, 갇혀있던 언니를 구해냈다.

 

수라성을 탈출한 소천이 마지막 뼈피리 조각을 갖다 대었을 때, 온전한 비녀가 되었고 그때 소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천의 얼굴과 들리는 목소리를 본다면 분명 소백이었다.

 

백사만큼 좋았냐고 했냐면, 그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청사만의 독립적인 성장기는 퍽 매력적이었다.

 

 

백사 : 인연의 시작 l 왜냐면.. 내가 다 기억하니까

 

 

청사 1993 l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