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7. 22:07ㆍTV series
플랙 (2019-)
감독 : 피터 카타네오, 조지 케인
출연 : 안나 파킨, 리디아 윌슨, 레베카 벤슨
플랙 줄거리
연예인, 스포츠 스타, 셀럽들의 각종 스캔들을 처리하는 런던의 PR 회사에서 근무하는 로빈은 타인의 삶을 그럴듯하게 그려내고 결함을 감추는데 최선을 다한다. 정작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방관한 채로.
※ 왓챠 익스클루시브 영드 <플랙>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람에게 느끼는 동질감
나에겐 트루 블러드의 수키로 익숙한 안나 파킨. 트루 블러드 종영 이후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다. 전 작품에서 자신의 의사를 잘 피력할 줄 알고 영리한 모습을 보였던 수키는 이번 작품에선 얼핏 보기엔 똑똑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상 멍청한 '로빈'역을 맡았다.
쉽게 말해 로빈은 셀럽,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ㄸ을 치워주는 일을 한다. 로빈은 픽서다. 그들이 불명예스러운 스캔들이 터질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들이 마주할 가장 최선의 상황을 만든다. 물론 그 과정은 비열하다. 이런 일을 하면 돈이야 많이 벌겠지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술, 담배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로빈은 마약 중독자다. 그것에 큰 문제를 느끼지도 않는다. 스스로도
이 정도의 업무 강도를 견뎌야 하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흡입력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시즌 1,2를 몰아서 봤는데 지배적으로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그러고 사는 건데."
로빈의 삶은 위태롭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수완을 발휘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보지 못한다. 구렁텅이 같은 삶을 사는데 그 삶이 신기하게도 계속 유지가 된다. 로빈 같은 캐릭터는 곁에 두면 주위의 사람이 피가 말라버리는 타입이다.
그렇다고 인정이 없거나 나쁜 사람은 아니다. 분명 좋은 구석이 있고 선한 구석이 있는데도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려야 하는 사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로빈은 뭔가 제대로 정돈된 거. 안정된 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그것이 상황이든, 본인이든, 아니면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이든. 조금이라도 안정된 상황이 되면 기어코 스스로 망가뜨려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라고.
날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고 사랑해주는 동생,
날 세상에서 가장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동료와 후배,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는 연인.
로빈은 결국 모두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모두에게서 외면받았다. 그에게 목숨도 내어줄 사람들이었는데.
로빈의 삶은 외줄 타기 같았다. 발을 조금만 헛디뎌도 불구덩이로 빠질 것 같은 삶. 저렇게까지 망가뜨리며 사는데도 회사에 출근하며 대충 보기에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게 기이하게 느껴졌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로빈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내 마음은 그를 향한 연민과 경멸이 교차했다.
로빈보다 더 맘에 들었던 건 그의 친구 이브와 인턴으로 들어와 정직원이 된 멜로디였다.
이브는 '사람이 어떻게 저러지?' 싶게 겉으로 볼 때는 상종 못 할 인성인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등장 캐릭터 중에서 가장 사려 깊고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었고, 멜로디는 겉으로 보기엔 어리숙해 보이지만 등장 캐릭터 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선한 인물이었다.
로빈, 이브, 멜로디, 로빈의 동생 루스, 그의 남편 마크.
하다못해 PR회사 직원들에게 너저분한 사생활 관련 스캔들을 의뢰하는 유명인들은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다.
즉,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결함이 있고 완벽하지 않으며 마음의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산다는 얘기다. 그것이 기본 디폴트라 그들의 대화나 행동은 유별스럽지가 않다. 로빈이 꽤 과했을 뿐.
개인적으로 시즌3가 꽤 기대가 된다. 그때는 로빈이 남들의 삶을 고치는 것 말고, 자신의 삶을 고치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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