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1. 18:00ㆍTV series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
제작 : 유인식(연출), 문지원(극본)
출연 : 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진경,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줄거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서 1500점 이상을 받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에 신입 변호사로 입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사.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다채로운 성격을 지녔음에도, 노골적으로 명징하게 나뉘는 선악의 구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쭙잖게 평면적인 캐릭터로 구성된 얄팍한 각본 때문이었을 것이다.
ENA라는 신생 방송사가 내놓은 첫 드라마.
평범한 비장애인이 아닌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캐릭터.
박은빈 배우 말고는 이 역할에 떠오르는 다른 배우가 없어서 제작진이 1년 동안 슈팅을 고사했다는 작품.
궁금했다.
4회 차까지 공개가 됐을 때부터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몹시 새로웠다.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천재 자폐인인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드라마는 보통의 한국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전에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리뷰하며, 나는 착한 사람들만이 등장하는 작품을 몹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 작품은 작품이 지니는 선한 에너지로 보는 사람까지 긍정적인 기운을 갖게 한다고. 우영우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엔 두드러지는 악역이 없다. 권모술사 권민우 정도는 있지만, 보통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의 악랄함과 비견해보면 매우 귀여운 정도. 그리고,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보통 사람이 장애인에 대해 가지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캐릭터라고도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고 가장 처음 떠올린 작품은 실화를 기반하여 만들어진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영화 <템플 그랜딘>이었다. 그는 영우처럼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천재로 남들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재능을 기반으로 비학대적인 가축시설을 설계하고 종국엔 주립대학의 교수직까지 맡게 되는 서사다.
<템플 그랜딘>이 자페 스펙트럼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편견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그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보통 사람들과는 얼마나 다른지에 포커싱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물론 그것도 그런 것이지만, 자폐인이 보통의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의뢰인들은 영우가 자폐인이라는 걸 알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이상했다. 대형 로펌에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사건 의뢰를 하는데 당연히 싫을 수 있다. 그렇지. 이러는 게 당연한 반응이지라고 느꼈던 의뢰인은 3회 차에 등장한 자폐인의 아버지였다. 그는 우영우에게 너도 자폐인이면서 뭘 안다고 그러냐며 소리를 질렀다. 무척 무례했지만, 보통의 세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었다고 본다.
영미권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자폐인인 자가 대형로펌의 변호사가 된다는 것이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어떤 부분에선 이 드라마가 너무 아름다워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말 그대로 사회에 팽배한 편향적인 시선만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이렇게 예쁜 서사가 나올 수 없었을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영우보다 영우의 주변 인물들에게 더 관심이 갔다. 영우를 키우는 영우 아버지, 그리고 영우의 친구들, 영우의 직장 동료들, 상사들, 영우의 이웃들 말이다. 나는 비장애인이므로, 장애인인 영우보다도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시선과 태도에서 감화된 부분이 더 많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의 편견을 어떻게 거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 역시 제공한다고 본다. 물론 영우 같은 자폐인이 흔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악역일 거라 생각했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은 직속 후배인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걸 알고는 대표에게 어쩌려고 이런 직원을 고용한 거냐고 따져 묻지만, 영우와 사건을 해결하고 겪어가며 처음 자신이 영우를 향해 내렸던 판단이 편향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영우에게 용서를 구한다.
다들 알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은 유치원생도 할 줄 아는 것인데, 막상 그럴 줄 아는 어른이 꽤 적다는 것을.
영우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송무팀 직원 '이준호'는 첫회부터 유달리 선함이 드러나는 캐릭터였다.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영우를 선뜻 도와줬었고 영우가 신나서 말하는 고래 얘기를 재밌게 들어주는 사람이니까. 위장 예신으로 꾸민 후 영우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본 그의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아 이것은 동정도 아니고 연민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사랑이구나.'
현재 7회 차까지 공개됐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 같은데 그 둘이 사랑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궁금하다. 드라마 자체가 로맨스에 편중된 작품은 아니지만 그 둘이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될지는 작품의 묘미가 될 것 같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눈에 가장 들어오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
나는 자페 스펙트럼을 지닌 영우보단 수연이에게 더 눈이 갔다. 같은 학교 동기인 최수연은 학생 때부터 영우가 눈에 밟혀 늘 영우를 챙기곤 했는데 자신은 늘 2등을 해야 했고 1등은 영우의 몫이었다. 같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도 수연은 영우를 챙긴다. 그는 영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회전문을 잡아주고, 소근육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영우의 물병 뚜껑을 열어주고, 큰 소리를 무서워하는 영우의 귀를 막아준다.
아빠 문제로 찾아온 동그라미를 보고 영우가 '하나뿐인 친구'라고 하자 아주 잠깐이지만 토라진 얼굴을 내보였고, 자신이 맘에 들어하는 이준호가 자신이 아닌 우영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영우가 그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소한 곳에서 그의 성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수연이가 영우를 대할 때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를 돕는다기보다 그를 친구로서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라고 나는 보았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수연이는 배려가 몸에 밴 친구였다. 다른 얘기지만, 수연이가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많이 사랑받고 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넘치게 받은 사랑으로 내면이 탄탄한 수연이가 타인에게도 쉬이 사랑을 주고 손을 내밀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수연이가 누구보다도 가장 예뻐 보였다. 결과적으론 나도 수연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7화에 접어들어 영우의 친모에 대한 가닥이 잡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김밥집을 운영하며 영우를 혼자 키우고 있는 영우의 아버지는 한 번도 아이 엄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지만, 영우는 가끔 엄마를 떠올렸었다. 나는 아무래도 영우의 엄마가 사망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6화에서 백화점에서 엇갈렸던 영우와 태수미 둘 다 상품을 각 맞춰 진열하는 복선을 보여줬는데 이변 없이 영우의 어머니가 드러난 셈이다. 여태까지로 보건대 쓸데없는 신파로 번져나갈 것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한국 작품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본다. 신파가 될 여지가 다분한 소재임에도 촌스럽지 않고 예쁘게 그려주는 영우와 그의 주변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온기가 덥혀지는 느낌이다.
근 한 달 동안을 블로그를 비우면서 가장 먼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총 16부작으로 이제 중반부까지 달려왔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영우의 사랑과 우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우가 변호사로서 어떻게 성장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서사가 진행될 듯싶다.
한 에피소드에 한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인데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의뢰인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혹은 고질적인 이슈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래저래 칭찬할 구석이 많은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라면 일본인이 좋아할 소재같아서 일본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지 않을까 했는데, 미국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다고 한다. 응, 충분히 그럴만 해.
그래서 결론은,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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