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추천 l 귀에 맞으신다면

귀에 맞으신다면 (2021)
제작 : 스기야마 히로키
출연 : 이토 마리카, 이게타 히로에, 스즈키 진

 

귀에 맞으신다면 줄거리

식품 회사에 근무하는 타카무라 미소노의 취미는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퇴근길에 체인점 음식을 테이크 아웃하여 혼자 입에서 먹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그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만큼은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직장동료 아리사가 팟캐스트를 해보라고 권유하자 미소노는 음식을 먹으며 팟캐스트 방송에 도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일본 드라마를 좋아한다.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잔잔하게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 기승전결 없는 서사로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알맞은 드라마.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 <안경> 등을 좋아하는 나는 같은 이유로 <심야 식당>, <고독한 미식가> 같은 시리즈를 좋아하곤 했다. 

 

<귀에 맞으신다면>은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시리즈다. 엄청 재밌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그저 일상에서 느끼는 몹시 사소한 행복 정도를 아기자기하게 그렸다고 하면 될까.

 

미소노는 천성이 착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줄 모르는 친구다. 부당하더라도 그냥 본인이 참으며 인내하는 스타일. 남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서툰 친구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은 눈이 반짝반짝해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여놓는다. 그것을 간파한 동료가 그에게 팟캐스트를 권유하게 되면서 그는 사람들과 팟캐스트로 소소한 소통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팟캐스트의 주제는 간단하다. 좋아하는 체인점 음식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수다 떠는 것. 미소노는 체인점 음식을 좋아한다. 아주 고급스럽거나 하진 않고 대체로 무난한 가격대의 무난한 맛을 지닌 음식들이다. 한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음식 하나하나는 미소노의 추억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들이다. 그렇기에 특별하지 않은 흔한 음식으로도 그렇게 맛있어하며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팟캐스트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발전한 국가다. 성우라는 직업이 보편화되어 있기도 하고, 왜 때문인지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일본은 라디오 같은 느낌으로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층이 두텁다. 유익하거나 크게 재밌지 않은 그저 편의점 음식을 음미하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맛을 설명하는 것뿐인데도 사람들은 그의 방송을 청취한다.

 

미소노 주위에 친절한 동료들이 있었는데 눈에 띄는 악역이 없기에 불쾌함 없이 볼 수 있었고, 남자 친구와의 이별이 있었지만 다른 남자를 얼른 만나는 등 굳이 로맨스로 이어가기보다 미소노 스스로가 팟캐스트를 통해 성장하는 서사로 가닥을 잡은 것이 좋았다. 총 12화 완결로 5화까지밖에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로맨스는 없을 것 같다. 맥을 끊는 로맨스는 못 참아.

 

이전에 일본 영화를 소개하며 된장국에 김구이와 밥을 먹는 것 같은 영화란 말을 했었다. <귀에 맞으신다면>도 그렇다. 이런 류의 일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일본영화 추천 l 근데 이제 음식을 곁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