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 12:49ㆍTV series
장애인과 비 장애인의 사랑에 대해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회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지난 주말 밀린 우영우를 봤다. 10회는 꽤 민감하고도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더라고. 제작진 역시 논란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도 만들었으리라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니까. 10회를 보며 공명하는 바가 많아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조심스러운 주제라 망설였다. 그렇지만 그래도 써보기로 한다.
10화는 지적 장애인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비장애인 남성의 이야기였다. 얼핏 보면 피고인 남성은 정말로 장애 여성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피고인은 봉사활동을 위한 온라인 지적장애 모임에 나갔다가 장애 여성을 보고 반했다고 했다. 둘은 서로를 혜모바, 양모바라고 부르고 관계를 한 다음 달에도 여느 연인 같은 다정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반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남성이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은 꽤 모순적이었고 불순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어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어려울 여자 친구에게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해서 수백에 달하는 데이트 비용을 결제하게 한 것이나 여자 친구와 관계를 가진 것 모두,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기보다 자신의 사사로운 욕구를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처럼 보였다.
피고인이 악의적인 사람을 판단하는 능력이 비장애인보다 부족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약한 비장애인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도 더더욱 악의적이다. 비슷한 전적이 있는 것을 차치하고서도 그는 "제비"가 맞았을 것이다.
영우가 굳이 피고인의 변호를 맡아준 것은, 스스로도 믿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예전에 아버지와 대화할 때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남들처럼 결혼을 하는 등 평범하게 사는 것은 아마도 어려울 것이리라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고, 그 남자 역시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니 더더욱 믿고 싶었을 것이다. 피고인의 사랑이 진심이었을 것이라고.
에피소드 10회를 보면서 영화 오아시스가 떠올랐다. 장애인에 대한 소재로 영화가 많이 개봉되었지만, 사랑에 대한 영화라면 이것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작품도 없었던 것 같아서.
종두는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를 사랑한다. 그것은 진심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지만 점차 그의 진심을 느끼는 공주 역시 종두를 사랑한다. 하나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사랑이라 인정하지 않는다. 비장애인인 종두가 장애인인 공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손쉬운 관계를 맺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뇌성마비인 공주가 종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장애인이기에 무력하게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거진 20년 전의 영화인데, 그때와 지금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아쉽게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이준호와 우영우가 사랑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초반부에 했었다. 이준호는 누구에게도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영우를 향한 그의 호의를 보면서도 사랑으로 이어지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둘의 로맨스 라인이 굳혀진 뒤에는,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준호의 대학 후배와 동기들이 등장했다. 워낙에 착하고 봉사활동도 자주 다녔던 준호이기에 그들은 준호가 영우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고 지들 멋대로 정의 내린다. 아무리 '변호사'여도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과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냐는 것이다. 준호가 차라리 보통 사람만큼의 성정을 지닌 친구였다면 덜 했을 텐데, 워낙에 친절하고 성품이 바른 친구이기 때문에 친구들의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준호는 연민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숙한 친구가 아니다.
그는 영우를 사랑하면서도 무척 조심스럽다. 영우가 비장애인이었다면 벌써부터 다가갔을 것이다. 그가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혹여라도 더 큰 상처를 주게 될까 봐 많이 주저하고 고민하다가 겨우 시작한 사랑이었을 테니.
세상엔 준호처럼 장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도 있고, 피고인처럼 장애인을 도구로 보며 이용하는 피고인 같은 이도 있다. 아마 후자의 경우가 전자보다 수백수천 배는 많을 것이리라고도 생각한다.
영우가 피해 여성에게 장애인이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가 있지 않냐는 것에 대한 워딩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세상엔 저런 나쁜 놈들이 득실득실하고 이런 로맨스 범죄에 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은 당연히 징역형을 받았다.
이제 영우와 준호의 사랑만 남았다. 그 둘의 사랑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앞으로 드러날 태수미의 태도보다 나는 훨씬 더 궁금하다. 준호와의 사랑이 잘 되건 잘 되지 않건 간에 결과적으론 영우를 성장시키는 요인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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