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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뜻 줄거리 l 그 시절은 지나갔고 화양연화 뜻 줄거리 l 그 시절은 지나갔고

화양연화 뜻 줄거리 l 그 시절은 지나갔고

2022. 9. 30. 19:52Film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감독 : 왕가위
각본 : 왕가위
출연 : 양조위, 장만옥

 

줄거리

1962년 홍콩.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된 첸 부인과 차우는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자신의 배우자와 똑같은 상품이라는 걸 알고는 그 둘의 관계를 알게 된다.
배우자의 불륜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를 생각하던 그들은 어느새 비밀스러운 만남을 지속한다. 영화 속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라던 그 말처럼, 그들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 영화 화양연화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그 시절은 지나갔고


왕가위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중경삼림>이다. 정리되지 않은 특유의 습작 같은 느낌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곳에 등장하는 양조위의 모습을 그 어떤 작품의 양조위보다 좋아한다.

 

그리고, 화양연화다.

 

중경삼림과는 대비되는 절제미. 치밀하게 계산된 미장센. 고혹적인 영상미. 개봉 연도가 2000년도임을 고려하고도 너무나도 세련되서 감탄이 나왔다.

 

배경은 1962년의 홍콩.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첸 부인과 차우. 그 당시 홍콩의 사회상을 잘 알 순 없지만,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젊은 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보였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몹시 조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웃에게 친절하지만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주인집 내외는 체면이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예의처럼 보였다. 

 

첸 부인과 차우는 배우자와 갈수록 소원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하필이면 나와 똑같은 넥타이가. 나와 똑같은 가방을 메는 이웃을 보며 짐작을 했던 모양이다. 

 

허탈한 마음. 그리고 연민의 마음을 나누다 그들은 더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지게 된다. 

 

한편으론 분한 마음도 들었다. 그들의 배우자는 보란 듯이 거짓말을 해가며 남 눈치 안 보며 타국에서 외도를 저지르고 있는데, 그저 마음을 나누는 첸 부인과 차우가 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나 싶은 것이다.

 

집주인 내외가 친구들을 불러 밤새도록 마작을 하느라 꼼짝없이 갇힌 이후로 그들은 동방호텔의 2046호실에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은 남편에게 출장을 좀 덜 가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이렇게 늦게 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며 첸 부인을 힐난한다. 남편이 있는 젊은 여성의 행실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차우의 형편도 다르지 않다. 동료들에게 소문이 났다며 곧 싱가포르에 있는 지부로 이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나누던 그들이 서로에게 깊이 빠졌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너무 후였다. 그들은 자주 만나던 골목에서 이별 연습을 하고는 북받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서로를 끌어안는다. 

 

첸 부인은 자신의 행위로 집주인의 힐난을 받거나 회사 대표에게 곁눈질을 당하는 것에서 수치심을 느낀다. 차우 역시 자신이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기혼자로서 다른 이를 탐하는 자신을 인정하기엔 그 둘이 너무나도 올바른 품성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1년이 지난 1963년. 싱가포르에서 첸 부인은 차우를 찾아갔지만 둘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3년이 지난 1966년. 홍콩으로 귀국한 차우는 이전에 세 들어 살던 그 집을 찾아가지만 이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1966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방문한 차우는 벽에 난 구멍에 여전히 첸 부인을 잊지 못했고 영원히 사랑할 것임을 고백한 후 풀을 뽑아 구멍을 매운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꽃처럼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뜻한다.

 

서로의 화양연화였던 그들은 엇갈렸지만, 가슴속 영원히 서로를 품고 살 것이다.

 

화양연화의 명대사로 꼽히는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보다도, 나에겐 "그 시절은 지나갔고"라고 말하던 내레이션이 더욱 내 마음을 건드렸다. 그 시절. 사랑하는 이와 마음을 나누던 시절. 함께 국수를 나눠먹고 무협 소설에 대해 대화하던 그 시절. 서로에게 화양연화였던 그 둘.

 

타국의 돌더미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행여 새어나가기라도 할까 염려되어 풀을 뽑아 매워버리는 그 마음. 차우는 싱가포르에서도, 홍콩에 귀국한 순간에도, 그 이후에도 첸 부인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첸 부인으로 등장한 장만옥이 너무 매혹적이었다. 장만옥이라는 이름 석자가 장만옥이란 사람의 버프를 받아 장만옥이란 이름이 너무나 고혹적으로 느껴질 만큼 말이다.

 

스무살 즈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둘의 절제된 감정선을 읽어내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기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보고 싶은 영화다. 나중에 결혼을 한 뒤 본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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