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7. 23:08ㆍBook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작가
※ 개인적인 성향의 일기 같은 리뷰입니다.
김애리 작가의 책은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이후로 두 번째다. 굳이 김애리 작가의 책을 보아야지 하고 집었던 건 아니고, 보다 보니 김애리 작가의 책인걸 알았다.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와 마찬가지로 김애리 작가는 본인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듯하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저자가 얼마나 글쓰기를 찬미하는지.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서 얻은 게 무엇인지를 상세히 서술해놓았다. 그리고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의 가이드라인까지 함께 제시했다.
요즘에 글쓰기와 관련된 도서를 많이 읽고 있는데 현역 작가들이 "필사"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김애리 작가 또한 필사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필사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강조하더라. 지금은 3년째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고.
나는 번역 공부를 하느라고 영문으로 쓰인 원서를 필사해본 적은 있다. 허나 필사를 해보겠다고 우리말로 쓰인 책 한 권을 붙잡고 전체 필사를 해본 적은 없다. 필사라고 하기엔 애매한데 나는 한번 본 책을 (거의 대부분) 또 보지 않기 때문에 책에서 좋았던 글귀나 내 맘을 후벼 드는 문구는 노트에 따로 적어 정리해 놓는다. 그것도 필사의 한 종류로 보아도 되는 건가?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고 어여쁘고 섬세한 표현이 가득한 책이라고 해도 모조리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필사하는 것에 나는 좀 회의적이다. 이유는 글쎄. 경제성이랄까.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 책의 모든 문구가 내 마음을 떨리게 하지 않는데 그걸 모조리 다 받아 적을 필요가 있을까. 읽기도 좋고 쓰기도 좋고 필사도 좋지만 우리 현대인들은 필사 말고도 해야만 하는 중요한 것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전업 작가 아닌 이상에야. 이거는 독자들 본인이 각자 선택해야 할 문제일 듯.
보면서 저자의 시선이 편협하다고 느낀 것이 있었다. 명품백을 드는 여자들을 외면에만 치중하는 것이라고 묘사해놓았던데. 무슨 근거로 고가의 물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외면에'만' 치중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 사람의 내면을 무슨 수로 알아서? 그사람의 내면이 어떤 줄 알고? 누군가는 삶을 살아가는 귀중한 영감을 여행에서 찾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본인이 사랑하는 물품에서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펜시한 레스토랑에서 대접받으며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 있을 거고 또 다른 누군가는 통장에 찍힌 잔고에서 얻을 수도 있을거고 말이다. 본인이 삶을 어떻게 살고 어떤 물품을 소비하는지는 온전히 개인의 자유인데 그것마저 남에게 이건 이래서 그렇다 저건 저래서 그렇다 소리를 들어야 하나. 책을 읽다가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마치 명품백을 사는 사람들은 내면보다 겉으로 보이는 삶에만 치중한 것이라는 뉘앙스로 적혀있길래. 사실 편협한 시선을 가졌구나란 느낌을 받은 구절이 이것 말고도 더 있었으나, 세세히 적지는 않기로 한다.
글쓰기가 주는 힘과 글쓰기 자체에 치유의 역할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는 깊이 공감한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 그때는 단순히 선생님한테 검사를 받아야 했으니까 적었다고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난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물론 대단한 얘기가 있는 건 아니고. 오랫동안 일기를 꾸준히 써오면서 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됐다거나 내가 더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 숨을 트여주게 하였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남에게 내 마음 속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나는 일기를 쓰면서 그러한 욕구를 많이 해소해왔는데, 오롯이 나와 마주하여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 어떤 누구와 대화하는 것보다 나에게 가공할만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삶을 마주하는 저자의 긍정적인 태도가 좋더라. 더불어 독자로 하여금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과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허둥일 독자들을 위해 글쓰기에 지침서가 되어줄 도서 목록을 소개해주고, 방향까지 잡아주는 점도 좋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생 만다라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서술하며 포스팅을 마치겠다.
* 인생 만다라를 준비하라
만다라는 평온함과 에너지, 무의식적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포함한다
첫째, 서두르지 않는다
긴 인생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의 목록들을 신중하고 느리게 생각한다.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정으로 각각의 꿈들의 의미를 헤어리며 작성한다. 누군가는 하루가 걸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일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둘째, 재단하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에 잣대를 들이대고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 또한 지나치게 늘리지도 않는다. 나는 이것을 잘하는 사람/못하는 사람, 이것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없는 사람이라고 미리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셋째, 억압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 사회적 통용, 가족의 기대, 자신의 과거 등에서 벗어난다. 부정적 감정, 억압, 차단 등 내면의 빗장을 푼다.
꿈은 이렇게 작성하는 것이다. 병아리 눈물만큼의 노력으로도 이룰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은 별 의미가 없다. 자신을 속이며 보기 좋고 듣기 좋게 작성한 목록은 허상일 뿐이다. 일단은 평생 살면서 이루도 싶은 것들의 목록을 용기 있게 작성해보자. 그리고 '쓰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것들이 현실이 되는 루트를 탐색하면 된다. 이 목록을 가지고 매일 들여다보는 것은 나의 한계와 무능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의 출사표다. 더 좋은 나, 의미 있는 삶, 행복한 공동체를 추구하고자 하는 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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