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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리뷰

2020. 4. 21. 18:08Book

 

쓰기의 말들

은유 

 

 

 

※ 개인적인 일기 같은 리뷰입니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고 얼른 읽었다. 은유 작가의 다른 산문집과 소설책도 아무래도 다 읽게 될 것 같다. 글쓰기의 최전선만큼이나 좋은 책이었다. 쓰기의 말들은 얇고 글 양이 많지 않은 책인데도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가며 글을 읽느라고 완독 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필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즘 구독자님들께서 글쓰기에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댓글을 많이 남기셨다. 나도 부족하고, 많은 글쓰기 책을 접해본 것은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부담스럽지만,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과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어보시라고 조심스럽게 권유하고 싶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어떤 글이 나쁜 글인지를 콕 집어서 얄궂게도 알려준다. 은유 작가의 책은 고작 두 권밖에 읽어보지 못해서 이 두권만 우선적으로 추천드리지만, 다른 좋은 책이 있다면 또 소개를 해드릴게요.

 

 

 

내 블로그 설명을 보면 Apryll's Me time이라고 되어있다. 에이프릴의 미타임. 말 그대로 내가 미타임을 보낸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블로그라고 보면 된다. 

 

 

캠브리지 사전에서 발췌하였다.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시간, 자신 만을 위한 시간을 Me time이라고 한다. 내 경우엔 그것이 영화, 미드, 책, 그리고 음악이다. 나한테 가장 영감을 많이 주고, 쳇바퀴 같은 지친 일상에 행복을 주는 소소한 일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미드를 보고 책을 읽고 내 리뷰글이나 추천글을 쓰는 것으로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음악은 블로그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서 우선은 보류 중. 

 

 

이제 블로그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정도가 되었는데 검색으로 유입되는 대부분은 영화나 미드이다. 영화와 미드 그리고 책에 관련된 글을 고루고루 올리고 있지만 북리뷰로 유입되는 수는 10에 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구독자님들은 북리뷰를 가장 좋아하시는 듯하다. 내 북리뷰라고 할 것 같으면 책을 요약하거나 간추린 내용이 아닌, 말 그대로 내가 책을 읽고 내 멋대로 사유한 것을 의식의 흐름대로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이다. 그런 내 글이 구독자님들에게 많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공적이지 않고 지극히 사적인 내 글을 단숨에 읽었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별 것 없는 내 리뷰글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 책은 꾸밈이 없다. 어렵지도 않다. 맘만 먹는다면 한두 시간 안에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은유 작가가 말하기를 본인은 책을 좋아하는 것 치고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으셨단다. 나와 정 반대다. 다독가라기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는 문장을 탐했다고. 은유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군데군데 여러 문장을 인용 해놓으신 것을 볼 수 있는데 두 권의 책을 읽었지만 은유 작가가 얼마나 니체와 조지 오웰을 흠모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있겠더라. 이것만 봐도 저자가 얼마 큼이나 문장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은 은유 작가가 수집하였던 104가지의 문장을 소개하고 있다. 진솔하다. 한 페이지에는 문장을, 한 페이지에는 왜 그 문장이 의미가 있는지 은유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내었다. 대체로 나는 깊게 감응하였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울컥하기도 하였다. 난 이야기를 좋아하고 서사를 탐하는 사람이지만 '문장 하나하나도 날 이렇게 흔들 수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난 사과가 좋아." 보다 "난 여름에 나는 새콤하고 아삭한 푸른 사과가 좋아."가 훨씬 더 좋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책을 읽으면서 간혹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보였다. 예를 들면 고졸한 이라는 단어이다. 

 

 

 

 

 

 

은유 작가가 한옥을 설명하면서 고졸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난생처음 보는 표현이라 검색해 보았는데 어쩜 한옥과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였지 뭐야. 부끄러웠다. 여태껏 저런 예쁜 단어를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내 북리뷰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난 남의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많은 다른 나라 언어의 어휘는 그토록 열심히 공부해 왔으면서 정작 내 모국어인 단어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바보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 말을 잘하고 싶어서 그만큼의 공을 들였으면서 왜 내 나라 말을 유려하게 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블로그로 남에게 내보이는 글을 쓰면서 내가 문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머릿속에 표현한 것을 글로써 온전히 표현할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쓰기의 말들을 읽지 않았다면 난 고졸 하다의 뜻을 모른 채로 살아갔을 것이다.

 

 

104 문장 중에는 헤밍웨이, 조지 오웰, 니체부터 김영하나 김훈 같은 국내 소설가들. 시인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한 문장도 들어가 있다.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직업 군인 사람들의 한 문장인 것이다. 그 문장을 통해서 은유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한 페이지 남짓의 짧은 공간에 녹여내었고,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어떤 글이 멋없는 글인지를 콕콕 짚어 설명해 주었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도 쓰기의 말들에서도 은유 작가가 얼마나 진솔함이 없는 글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 나는 뻔한 글은 쓰기 싫다. 남의 생각을 베껴 쓰기 싫다. 검증받은 안전한 생각을 마치 내 의견인양 쓰고 싶지 않다. 눌변에다가 뒤죽박죽에다가 비문 투성에다가 엉망진창에 보잘것없는 글이어도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오롯이 내 힘으로만 써내려 가고자 하는 이유다. 여러 작가들이 말하길 다행스럽게도 글은 쓰면 는단다. 세상에는 뿌린 대로 거두지 못하는 일이 수두룩 하다. 하는 만큼 나온다는 건 말 그대로 꿈같은 소리니까. 적어도 내 글쓰기 실력만큼은 하는 만큼 제발 늘어줬으면 좋겠다. 

 

 

104개의 문장 중에서 날 흔드는 문장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가장 와 닿았던 것을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다.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 이오덕

 

우리 구독자님들은 나처럼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 블로그로 글을 쓴다는 것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남에게 내 보이는 글이니 우리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고작 리뷰글을 써내면서 주제넘은 소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난 앞으로 내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의 방향성이 조금은 잡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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