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8. 11:00ㆍBook
유시민의 공감필법
※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 리뷰를 하며 유시민 작가의 공감필법과 글쓰기 특강을 다시 읽어보려한다는 언급을 하였다. 내가 유시민 작가를 처음 만난 저서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다. 고등학생 때 읽었고 난 그가 쓰는 글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그가 집필한 책은 장르 불문하고 우선 읽고 보는 독자 중 하나다. 이번에 소개하는 공감필법 역시 출간된 2016년도에 읽었으나 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을 쓰게 되면서 새롭게 다시 읽어 보았다. 4년 전의 나는 어느 SNS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어서 남에게 공감받을 좋은 글을 쓸 이유가 전혀 없었으나 지금은 미약하게라도 남들에게 보이는 글을 쓰게 되었으므로 이 책이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거든. 전문 문예인이나 순문학을 위한 책이 아닌 보통의 사람을 위한 책이다. 즉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보통의 나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타인과 교감하는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꽤나 많은 독서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걸 제외하더라도 4년 전에 읽었던 책을 속속들이 다 기억하긴 어렵다. (난 이틀 전 저녁으로 무얼 먹었는지도 잘 생각이 안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4년 전의 내가 공감필법을 읽으며 감응했던 부분은 다시 읽어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더라. 그런 걸 보면 참 재밌다.
유시민 작가는 공감필법을 통하여 그가 감명깊게 읽었던 여러 책을 인용하였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셨으나 4년전의 나는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에만 관심이 가서 그 책을 따로 읽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그 책은 전공 서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굉장한 무게와 페이지수를 자랑한다.(공감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이 헛헛한 세상 어떻게 살아야하나 고민이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얼마나 경쟁력 있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이거든요. 저는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번엔 공감의 시대를 제외하고도 많은 책을 읽어보려고 따로 기록해두었다. 그사이에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아진 모양이다.
공감필법이라는 책 이름을 무척이나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독자가 감응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에 특화된 책이거든. 공감필서 중 한 문단을 인용하겠다.
"코스모스"를 읽을 때 오류를 찾아내겠다는 태도로 읽지 마십시오. 칼 쎄이건이라는 지식인에게 온전히 감정을 이입해서 읽으십시오. 그래야 공부가 됩니다. 그래야 그 사람처럼 타인의 감정이입을 끌어내는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낄 능력이 없다면, 타인이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난 책을 보든 미드를 보든 영화를 보든 '누가 범인일까?'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보는 사람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하나하나 보는 편이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오류를 찾아내려는 태도로 읽지 않는다. 그냥 읽는다. 작정하고 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깊게 빠져들어 그 어떤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오롯이 빠져들어 작품을 감상한다. 간혹 책을 읽다가 "뭐래?"싶은 소리를 하는 작가들도 있다. 내 리뷰를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난 그런 문단을 꼭 기록하고 내 생각을 짧게 남기는 편이다. 이건 작정하고 오류를 찾아내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의견은 다 다르니 저자의 생각이 틀리거나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이 아니고, 그저 난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 뿐이지. 얼마전 소개한 프랑스 드라마 "검은 미로"에서도 주인공 로렌에게 도무지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였는데, 로렌은 타인의 죽음에 무감각했고 무엇보다도 불륜을 저지름에 있어서도 개미 똥 만큼의 죄의식이 없었다. 난 그런 사람을 보는 것 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는데 어떻게 그런 인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예전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하였던 "썰전"을 가끔 시청하였는데 그 당시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떻게든 감정 이입을 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 되어 대통령 담화문을 어떻게든 해석하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유시민 작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어쩌면 읽는 것 조차 너무 싫을 그런 글 조차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몸소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가 공감필법에서 줄곧 강조하는것도 공감이니 말이다.
글을 잘 쓰는데 있어서 여러가지의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어휘"이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문장 공부를 해도 글이 늘지 않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을 늘리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에요.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어휘 부족과 문장의 단조로움은 지적 수준이 낮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어휘를 늘리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독서입니다.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리뷰를 하며 '고졸하다'의 뜻을 몰랐다며 고백했던 적이 있다.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으로서 한국어를 할 줄은 알지만 '잘'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난 원서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데 모르는 단어는 체크를 해놓고 그 단어가 문맥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어휘라고 생각하면 단어 뜻을 찾아보며 글을 읽는다. 노트에 따로 적어 놓고 자꾸 보아 익히려고 노력한다. 다만 내 모국어로 쓰여진 책을 읽을때는 그런 것 조차 하지 않고 읽었더라.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님이 무조건 읽으라고 해서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었는데 꼭 사전과 함께 읽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책에 모르는 어휘가 많았거든. 근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마도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많이 만났겠지만 어쩌다 모르는 단어를 만나더라도 글의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으니 어휘의 뜻을 찾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모국어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걸 매일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며 느끼고 있다. 이번에도 재미삼아 하나를 소개해 드리자면
유시민 작가는 본인이 먹물인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나는 먹물이라곤 먹을 간 물이라고 알고 있었지 3번째 뜻은 알지 못하였던 것이지. 4년 전 책을 읽을 때 역시 몰랐던 어휘였겠지만 과거의 나는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무엇이든지 하면 는다니 이렇게 하나하나 어휘를 수집하다 보면 종국엔 나도 유려한 글을 쓸 수 있을거라 믿고 싶다.
난 유시민 작가도 글이 술술 읽혀 내려가게끔 잘 쓰는 작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유시민 작가가 이것을 가장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때문일 거다.
얼마 전에 어떤 독자가 블로그에 올린 서평에서 이렇게 주장한 것을 보았습니다. "청춘의 독서"는 문장이 쉽고 간결해서 읽기는 좋은데 유시민한테서 "항소이유서"와 같은 명문을 볼 수 없게 된 게 아쉽다." 이 독자는 문장에 대해서 저와는 크게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장만 본다면 "항소이유서"는 졸작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항소 이유서를 읽어보신 분들이 많을 거다. 그 당시 너무나도 잘 쓴 글이라 판사들도 돌려볼 정도였다고. 난 항소 이유서보다 지금의 유시민 작가의 글이 좋다. 비단 좋은 글이란 잘 읽히는 글이라고 생각하거든. 가장 쓰기 어려운 글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읽기엔 쉽지만 쓰기엔 쉽지 않다. 그러니 유시민 작가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시민 작가가 소개한 글 잘쓰는 규칙 4가지를 소개하며 포스팅을 마치려 한다.
1.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진 주제를 선택
2.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가 다른 정보를 찾지 않고도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쓴다.
3.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데 초점을 둔다.
4. 문장을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쓴다.
2020/05/06 - [Book]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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