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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아들과 교감하게 된 아버지의 성장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비로소 아들과 교감하게 된 아버지의 성장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비로소 아들과 교감하게 된 아버지의 성장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20. 5. 7. 09:55Film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Like father Like son) 2013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나름 영화 리뷰를 쓰기로 했으니 영화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관한 좋은 교양서가 없을까 찾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추천받았다. 르포르타주 성격의 자서전인데 그가 현장에서 겪은 경험담과 함께 어떤 것이 좋은 영상 콘텐츠인지를 서술한 책으로 영화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해서 이 영화를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나에겐 이것이 그의 첫 영화다.

 

 

일본에서 개봉한 이름은 "そして父になる(소시테치치니나루)"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이다. 원래의 제목을 그대로 옮겨왔는데 영화와 참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영제는 "Like father Like son"인데 부전자전이란 뜻이다. 영제를 부전자전이라고 지은 이유도 영화를 보며 이해가 가더라.

 

 

보통 성장 영화라고 하면 10대나 20대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온 어른들이 느지막이 비로소 성장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이 영화가 그렇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성공한 건축가 료타


료타는 성공한 건축가다. 평생을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온 것 같더라.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일"이었고 그걸 아주 당연시 여기는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일"은 중요하지 않은 일이며 자신의 업무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인물.

 

 

료타의 태도나 내뱉는 말을 보면 얼마나 가부장적인지 느낄 수가 있는데, 아내에게 하는 태도를 보면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온전히 부인의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더라.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고 해도 부인인 미도리를 탓하는 듯했다. "어떻게 네가 낳은 아이가 아닌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거야?"란 식으로. 거기서도 난 분통이 터졌는데 아이는 함께 키우는 것이지 엄마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다. 부인에게 그런 탓을 하고 싶었으면 그러는 넌 왜 네 아이가 아닌 걸 몰랐니?라고 반문하고 싶더라. 여담으로 일본은 왜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 아내가 그의 가방과 옷을 받아주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이건 좀 덜한 게, 예전에 본 일본 드라마에선 부인이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문 앞에서 무릎 꿇고 기다리기도 했다. 남편이 도착하면 두 손으로 남편의 가방을 하사 받는 것은 덤. 남의 나라 일이지만 2020년이면 2020년에 맞춰서 살자 좀.

 

 

 

료타는 도쿄 중심의 고급 멘션에 산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착하고 가정적인 부인과 경쟁심이 없고 잘하려는 욕심이 없는 자신과 닮지 않아서 불만인 케이타를 아들로 둔 아버지다. 료타는 아마 스스로 이만하면 꽤 성공한 인생이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병원으로부터 끔찍한 소식을 듣기 전까진.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다. 6년 전 낳은 아이가 바뀌어버렸다고. 항상 자신과 닮지 않아서 내심 불만이었던 케이타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니 묘하게 안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속으로 '그래. 내 혈육이 이럴 리가 없지.' 하고.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소재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클리셰일 수 있다. 만약에 신파적으로 풀어나간다면 충분히 촌스럽고 구질구질하게도 풀어나갈 수 있으나 이 영화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무심했던 아버지인 "료타"가 진정한 '아버지'로서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료타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이유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이가 뒤바뀐 이유는 병원의 실수가 아닌 한 간호사가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었는데 의붓아들이 속을 썩여서 그 스트레스를 남의 아이로 풀었다고 하더라. 더군다나 그 여자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육아 스트레스와 질투 때문이라도 그런 고약한 일을 벌인 게 의아해서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영화에서 그 간호사의 사연을 더 풀어주지는 않았다.

 

 

부모들은 서로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중엔 서로 아이를 바꾸어서 집에 보내기도 하고. 6년 동안 키운 아이가 제 아이가 아니었다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인 데다가 그렇다고 길러온 아이와 내 핏줄인 아이와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서 두 부부가 고민이 많다.

 

 

 

 

 

정 반대의 두 아버지


류세이의 아버지인 유다이는 료타와 정 반대의 인물이다. 군마현이라는 가난한 동네에서 살고 있고(서칭 해보니 많이 낙후된 지역이라고 하더라.) 전파상을 하고 있지만 수입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좋은 아버지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최대한 시간을 많이 보내주려 노력하는 아버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고하는 아버지.

 

 

반면 료타는 말할 것도 없지.

 

 

 

키즈카페에 가서도 아이들 곁에 있기는커녕 자리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료타와는 달리, 유다이는 아이들과 직접 뒹굴고 구르며 함께 놀아준다.

 

 

 

유다이는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연 날리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진 않을지라도 너무나도 행복하고 화목하게 사는 류세이네 가족들.

 

 

유다이는 료타에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사회인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버지"로서의 역할 역시 중요한 거라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부인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료타는 아이를 바꾸기로 했다. 내심 자신과 닮지 않았던 케이타를 보내버리고 자신의 핏줄인 류세이를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핏줄이니 결국엔 자신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케이타와 류세이 둘 다 괴로워한다. 고작 6살밖에 안된 아이들은 엄마 껌딱지고 엄마랑 한 시간 떨어지는 것도 안절부절못할 시기인데 여태껏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살아왔던 부모님을 떠나서, 생판 모르는 낯선 이가 부모가 되는 상황이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더라. 6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아이를 보낸 부모의 심정도 그렇겠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이를 바꾸기로 결정한 료타는 케이타에게 저쪽 집에 가도 걱정할 것 없다며 류세이 부모님도 케이타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케이타는 "아빠보다 더 (날 사랑하신대)?"라고 물었다.

 

 

료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빠보다 류세이의 부모님이 케이타를 더 사랑한다고. 어린애 가슴에 피멍이 맺혔을 거다. 아빠랑 워낙 가깝게 지내지 않아서 그런지 얌전한 성격에 케이타는 은근 의젓하기도 하더라. 애초에 아빠의 관심을 기대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혼자 삼켜왔을 것이다.

 

 

 

류세이가 그린 엄마 아빠. 원래의 엄마 아빠 그림을 그렸다.

류세이가 료타의 집으로 가고는 딱딱하고 가부장적인 료타의 집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생이별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엄마 아빠라도 불러야 하는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을 거다. 결국 류세이는 몰래 집에서 나와 군마현의 부모님 집으로 가기도 했다.

 

 

 

료타는 조금씩 변해갔다. 육아는 철저히 부인 몫이라고 생각했던 그였는데 류세이와 함께 지내면서 진짜 아빠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총 쏘는 시늉을 하면 쓰러져줘야 하는 놀이. 비로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

 

 

 

집에서 텐트를 치고 가족끼리 함께 조촐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늦은 밤 집에서 캠핑놀이를 즐기다 류세이가 별자리를 보며 빈 소원은 다름 아니라 원래의 부모님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료타는 캠핑하며 찍었던 사진을 보다가 케이타의 사진을 봤다. 항상 자신과 닮은 게 없다고 느꼈는데. 그래서 차라리 자기 핏줄이 아닌 것을 묘하게 다행으로 여기기까지 했는데. 그는 너무 늦게 보아버린 것이다. 사실 케이타는 자신의 분신이었음을. 자기와 똑 닮은 아들이었음을.

 

 

 

사진을 찍을 때 고개를 갸우뚱 옆으로 두는 건 아마도 케이타가 아빠인 료타에게서 배운 것이었을 거다.

 

 

 

그러다 케이타가 찍은 사진도 발견했다. 6살짜리 아이가 찍은 사진 치고는 너무 잘 찍은 것 같기는 한데.

 

 

케이타가 찍은 사진 속 료타는 항상 뒷모습이었다. 한 번도 아이와 다정하게 놀아주지 않았던 아빠였으니까. 바깥일과 직업적 커리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아빠였으니까.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 같은 귀찮고 시시한 일은 전부 엄마의 몫이라고 여겼던 아빠였으니까.

 

 

 

그동안 케이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뒷모습과 자는 모습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지기 싫어하고 무슨 일이든지 악착같이 살아온 자신과 달리, 무슨 일이든 욕심이 없는 케이타가. 자신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던 케이타가.  사실은 아빠를 엄청 좋아했었지만 가까이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케이타의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계속 가운데에 두려고 했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마 중간에 두려고 해도 너무나 오래된 습관이라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었나 봐.

 

 

 

료타는 그제야 알게 됐던 모양이다. 케이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친자가 아니지만 유다이와 류세이는 많이 닮았다. 류세이의 외모는 자신을 닮았을지라도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 것과,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유다이였다.

 

 

케이타 역시 료타의 친자가 아니었지만 이렇게도 닮은 점이 많았던 것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중 무엇이 더 깊은진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도 친자가 중요하지 않냐며 늦기 전에 아이를 찾아오란 말을 하는 것은 남성이었다. 료타의 아버지, 료타의 직장 선배. 반면 기른 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여성이었다. 료타의 새어머니, 그리고 료타의 부인인 미도리와 유다이의 부인인 유카리도 그랬다.

 

 

 

케이타는 료타를 보자마자 도망쳐버렸다. "아빠는 아빠가 아니잖아." 하고 멀리 달아나버리는 케이타를 이해할 수 있었다. 6살짜리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내주고 절대 연락하지 말라는 게 어딨어.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났다. 아마도 두 부부는 원래 키우던 아이를 키우기로 합의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서로 왕래도 자주 했을 것 같고. 이 두 식구가 키즈 카페에 가면 료타와 유다이 둘 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느라 정신을 쏙 빼지 않았을까. 료타는 아마 함께 놀아주자는 유다이의 말에 더 이상 점잔 떨며 손사래를 떨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둘이 되지 않았을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를 보며 부산행의 공유가 생각났다. 료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열심히 산 건 분명하지만 남을 쉬이 무시하며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온 이기적인 인물. 아이에게도 본인처럼 살아야 한다며 다그치는 아빠.

 

 

오랫동안 자신의 방법으로 아빠를 사랑해왔던 케이타를 보는 것이 아프더라. 그 조그만 녀석이 영영 자신을 보지 않으려 하던 아빠에게 얼마나 서운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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