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0. 00:00ㆍTV series
TVN 드라마로 12부작. 며칠 전 킹덤 2를 재밌게 보고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서칭을 좀 하다가 드라마 방법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게 됐다.(방법 제작사는 스튜디오 드래곤입니다. 에이스토리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실험적인 장르에다가 부산행 감독 연상호가 극본을 맡았길래 고민 없이 보게 됐다.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하자면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10대 소녀와 과거 단짝 친구를 잃은 아픔이 있는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사람을 대량으로 학살하려는 IT 대기업 대표에 대항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컬트 장르는 곡성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다. 실제로 방법을 보면서도 곡성이 오마주처럼 떠오르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굿 하는 장면에서도 그랬고 진종현 역을 맡은 성동일이 악귀에 씐 모습에서도 그랬다.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법이라고 네이버 사전에 검색하면 일반 국어사전엔 나오지 않고 오픈사전에 등록이 되어있다. 오픈 사전은 이용자들이 직접 등록한 것으로 신조어에 해당하는데 사전에 등록된 날짜가 2003년인 거 보면 생긴 지 꽤 된 단어인데 왜 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드라마에 나오는 방법이라는 것은 정말 딱 저 의미다. 사람을 저주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진종현(성동일)과 백소진(정지소)은 방법을 할 수 있는데 방법(the way)이 약간 다르다. 진종현은 그 사람을 실제로 보면 생각만으로 그 사람에게 살을 내려 방법 할 수 있고 소진이는 그 사람의 사진, 한자 이름, 그 사람 소유의 물건으로 방법 하거나 그 사람과 신체 접촉하여 방법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순간 현타가 올 때도 있다.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같은.. 뭔가 오글거린다고 해야 하나.. 방법을 한다고? 굿을 해야 한다고? 역살을 맞았다고? 비방을 해야 한다고? 그럼에도 나는 최종회까지 다 봤으니 재미있는 드라마다.^^
주인공인 임진희 기자(엄지원)는 정의로운 캐릭터다. 여성이지만 남성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하다. 그녀가 그렇게 용감하고 정의로워진 이유가 존재한다. 회차가 지날수록 조금씩 임진희가 왜 그렇게 정의로워지게 됐는지 보여주는데 나중엔 그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사는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옛 친구와 이름이 같은 소녀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좀 의외였던 건 맨 최종화에 소진이와의 마지막 전화통화에서 소진이가 진희에게 건넨 말이었다. 난 적어도 소진이가 진희를 원망하는 말을 할 줄 알았다. 나한테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며. 넌 친구도 아니라며. 비겁하다며. 이런 종류의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왠걸.... 소진이는 그 순간에도 진희를 원망하지 않았더라고. 난 그게 의외였다. 10대 소녀가 자신을 배신한 친구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마음이 어른일 수 있는 건가.. 마지막 소진이의 말은 날 멍하게 만들었거든.
무당인지 귀신인지 허주가 씐 건지 몇 살인 건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전혀 짐작이 안 되는 진경(조민수) 보살은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세상 이기적이고 사악한 사람 같다가도 천주봉(이중옥)을 츤데레같이 살뜰히 챙기는 거 보면 아예 냉혈한은 아닌 것 같기도 했는데.. 소진이가 한 방법 때문에 죽게 된 진경의 죽음은 초반에 죽은 김주환(최병모) 보다 더 처참했다. 꿈에 나올까 봐 무섭다.
방법에서 가장 본질적인 건 포레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저주의 숲"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가 너무 싫을 때 그 사람을 저주하고 싶을 때 저주의 숲 앱에 태그 하여 올리고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서 그 저주의 힘이 강해지면 그게 정말로 강한 힘이 생기게 된다는 것. 드라마라는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너무 현실성이 없는 설정이다. 저런 앱을 누가 출시하지도 않겠지만 설사 출시한다 해도 절대 상용화되지 못할 거다. 방법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앱을 이용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주를 퍼붓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불화가 생길 때마다 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줬거나 아니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단지 그 사람이 싫어서 거짓으로 꾸며 올리는 걸 보니 끔찍했다.
소진이가 진희에게 말하길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힘은 순간적일 때가 가장 강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빠 보이는 사람이어도 막상 그 마음에 들어가 보면 별로 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나만해도 누군가가 정말 미워 죽겠을 때가 있는데 5분만 지나도 그 마음이 가라앉으니까. 그 순간적인 힘이 얼마나 강한 건지는 내 경험으로만 봐도 알 수 있겠더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가까워져 보니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세상사 다 그런 건가 보다.
가끔 물 보듯 뻔하게 흘러가는 전개나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 설정은 아쉬웠지만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혹시나 시즌2 제작 소식이 있나 찾아보았는데 최종회 시청률이 6.7%로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기도 했고 배우들도 긍정적이라고 하니 시즌2가 제작되거나 어쩌면 영화가 제작될 수도 있겠다. 방법 재밌게 보신 분들은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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