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4. 18:00ㆍTV series
괴이 (Monstrous) 2022
연출 : 장건재
극본 : 연상호, 류용재
출연 : 구교환, 신현빈, 김지영, 곽호산, 곽동연, 남다름
괴이 줄거리
미스터리한 귀불이 발견된 '진양'에서 저주에 현혹돼 지옥도가 펼쳐져 폭력적 성향을 띄게 되는 사람들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사건을 쫓는 고고학자의 서사.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신박한 소재. 그리고 조금은 아쉬운 연출
국내 OTT인 <티빙>에서도 거액을 쏟아부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얼마 전 종영된 <돼지의 왕>역시 연상호 연출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였는데, 이번에 리뷰할 <괴이>역시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았다.
오래전 보았던 원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무척 다크하고 딥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리즈로 만나게 된 돼지의 왕 역시 원작에 살과 가지를 붙여서 만들었지만, 특유의 음울한 톤을 그대로 유지하는지라 도저히 끝까지 보기가 어려서 3회 정도에서 하차해버렸다.
그리고 <괴이>다. 6가지의 에피소드로 한 에피소드당 30분 내외. 3시간 정도면 한 시즌을 끝낼 수 있는 분량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질질 끌지 않아서 좋았다.
연상호 감독은 연니버스라고 불릴 정도로 그만의 세계관을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 좀비 유니버스로 이어졌던 <반도>도. 드라마 시리즈 <방법> <지옥> 시리즈와 <괴이>에 이르기까지.
혹평을 많이 받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 정말 최악이었던 <반도>, 그저 그랬던 <방법>과 비견하였을 때 <괴이>는 근래 보았던 연상호 작품 중에서 꽤 재밌는 축에 속한다.
귀불.
뜻이라고 하면 쉽게 말해 귀신 들린 불상이다. 귀신과 불상.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다. 불상이라고 하면 성스럽고 고귀한 이미지인데, 귀신과 합쳐진 불상이라니. 발상이 너무 재밌잖아.
<방법> 후반부에 등장했던 소재인 '귀불' 그리고,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곳인 '진양'이 배경이기 때문에 연상호 감독의 연니버스 확장판이라고 봐도 좋을 듯싶다.
괴이한 사건을 쫓고 약간은 사짜 냄새가 나는 '고고학자'라는 직업도. 티베트어에 능통하여 문양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문양 해독가'라는 직업도. 굉장히 새롭게 느껴져 신선한 느낌을 줬다.
악이 자리를 잡았을 때 하늘이 사람들에게 경고해주기 위해서 사람 모양을 닮은 우박과 새까만 비를 내려준다는 설정도, 까마귀 떼를 부적 같은 결계를 통해서 피할 수 있었던 설정도 색달라서 재밌었다.
거대한 귀불의 눈을 보면 지옥도에 빠지게 돼서 눈 앞에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는 설정도 재밌었고. 나는 뜬금없이, 내가 귀불의 눈을 마주치면 내 눈앞에 펼쳐질 지옥도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점은 사람들이 귀불의 눈을 보고 나면 무척이나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한다는 점인데, 어떤 지옥도가 펼쳐지기에 저렇게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부족했다고 본다.
딸을 잃었던 '수진'의 경우에는 비교적 지옥도가 생생하게 보이는 편인데, 그 외의 인물들은 어떤 연유로 저렇게까지 극악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개개인의 가진 트라우마와 공포가 맞물려 어떤 환상을 보기에 폭력적으로 변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특히 파출소장과 아들 한도경의 경우 둘 다 귀불과 마주쳐 서로를 헤치려 하는데 그 둘이 갖고 있는 갈등은 끝날 때까지 극에서 제대로 풀어주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번 <반도>를 보고 지적한 것은 과도한 '신파'였다. 개인적으로 신파 영화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반도는 과해도 그게 좀 많이 과했다. 과도한 신파적 연출이 영화 전부를 루즈하게 만들어 전체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이번 <괴이>에서도 신파 요소는 등장한다. 차 사고로 딸아이를 잃게 된 젊은 부부. 아이를 잃은 죄책감에 지옥 속에 살고 있는 부부는 서로를 용서할 수 없어 따로 살게 된 지 오래다. 그리고, 두 부부를 귀불에서 구해낸 것도 결론적으로 보면 딸아이였다. 귀불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고고학자, 문양 해석가라는 부부 개인의 역량치가 제대로 드러난다기 보단, 신파적으로 결말이 나고 해결이 났지만, 이 정도 신파는 뭐 깜찍하다고 해야 하나.
귀불이라는 낯선 소재. 귀불과 눈이 마주치면 지옥도가 펼쳐진다는 설정. 개개인이 마주하고 있는 각기 다른 트라우마에 따라 펼쳐지는 환영. 새로운 공포감을 선사하는 소재를 받쳐줄 수 있는 서사였냐고 한다면 그건 조금 어렵겠지만 근래 본 연상호 감독 작품 중에서는 꽤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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