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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리뷰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리뷰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리뷰

2020. 4. 5. 10:00Book

 

 

유럽 증권계의 대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 총서. 에세이 형식이다.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그렇지 않았고, 원서로 보았어도 좋았을 뻔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재밌다. 코스톨라니는 1906년 생으로 거의 내 증조부 벌인데, 이 책을 마치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누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마치 그의 손녀가 되어서 그의 경험담을 듣는 느낌이었거든. 코스톨라니는 1900년대의 굵직굵직한 근현대사를 직접 겪으신 분이며, 그와 더불어 세계사에 대한 조예도 깊으셔서 근 500년의 이야기와 함께 본인의 투자 경험을 고스란히 일러준다. 물론 뼈아픈 실패담까지.

 

 

난 책의 초반 코스톨라니의 돈에 대한 통찰력부터 맘에 들었다.

 

독일인들만 고지식하게 "돈을 번다"라고 말한다. 프랑스인들은 "돈을 얻는다."라고 말한다. 또한, 영국인들은 "돈을 수확한다"라고 말하고, 미국인들은 "돈을 만든다"라고 말하며, 헝가리인들은 "돈을 찾는다"라고 말한다.

국가별로 돈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역시 독일인들처럼 흔히들 돈을 번다고 말한다. 돈을 만든다거나 돈을 얻는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돈은 열심히 땀 흘려 일해야 버는 거고, 그 외에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버는 건 옳지 않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독일인 역시 검소하기로 유명하고. 코스톨라니 역시 노동으로 '버는'돈과 주식투자를 통해 '얻는'돈은 다르다고 서술하지만 말이다.

 

 

코스톨라니는 투자자로서 지녀야 하는 특성과, 어떤 사람이 투자자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서술하고 있는데, 아예 대놓고 단기 투자자는 사기꾼이라고 하시더라. 최악으로 보고 있다. 80여 년간 증권계에서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단기 투자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신다. 즉, 단기 투자자는 투자자라는 칭호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들도 장점은 있는데 단기 매매꾼들이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포지션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도 시세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유 주식을 팔지 않는) 장기투자자인데 나 같은 장기투자자만 있다면 시장이 매우 비유동적일 테니까. 코스톨라니는 이것이 단기 투자자의 유일한 존재 가치라고 말한다. 재밌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끊임없이 등장하는 두 가지 유형의 투자자 유형이 있다. 두 유형을 비교하여 서술하는데 하나는 소신파 투자자. 하나는 부화뇌동 투자자. 원래 사용하신 표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원서를 한번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떤 표현이었길래 역자가 소신파와 부화뇌동이라고 번역하였을까. 특히 부화뇌동이란 단어를 사용한 게 재밌다. 설명과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단어다. 코스톨라니는 왜 소신파 투자자가 돈을 벌 수밖에 없고, 왜 부화뇌동 투자자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지 책의 전반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직 배움이 너무나도 많이 필요한 나에게 정도를 알려주셨다. 

 

 

흥미로웠던 것을 또 소개해드리자면,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을 "행운"이라고 칭하신다.

 

물론 투자자에게는 운이 따라야 한다. 소신파 투자자에게는 돈과 생각, 인내 외에도 행운이 필요하다. 이상 네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부화뇌동파 투자자가 된다. 돈이 없거나 혹은 빚이 있다면 투자자는 인내를 가질 수가 없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전략을 짤 수가 없다. 인내가 없으면 돈과 생각 역시 도움이 안 된다. 행운이 따라 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그리고 인내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기술적 이해, 즉 주식시장이 호재성 혹은 악재성 정보에 어느 정도 반응하는가 하는 것은 단 한 가지에 달려 있다.

재밌다. 근데 세상일이 그렇다. 열심히 한다고 세상일이 다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럼 다 잘되게. 세상 대충 사는 사람이 어딨다고. 당연히, 그런 법칙은 주식시장에서도 해당되는데 자본이 있고 생각도 있고 인내도 있어도 행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거다. 코스톨라니는 신용 거래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경고하는데(본인이 신용 거래를 하다가 두 번의 큰 실패를 겪으셨다. 스스로 말씀하시길 큰돈을 벌려면 경험이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에 큰돈을 잃어본 사람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거라고 하시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돈이 우선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인데(다만, 절대로 빚내서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그럼 애초에 큰돈이 없는 사람은 생각과 인내, 행운이 있어도 돈을 벌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음.

 

 

저자는 이왕이면 장기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면서도, 중요한 변수가 생기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라고 말하는데,

 

투자자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은 신념이 있다면 계속 견뎌내야 한다. 오직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내가 탄 배가 잘못된 배라고 생각되면 가능한 한 빨리 뛰어내리라는 말이다. 요건데, 투자자는 단단하기도 하고 유연하기도 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어떻게 전개 과정을 이해하여 판단을 해야 할까. 저자 말대로 큰돈을 잃어 보아야 그 흐름이 보이려나. 저자는 여론을 주의하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한다. 더불어 시세 변화도 관심 가지지 말라고.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친구는 나에게 기사를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하였다. 그 대신 책을 더 많이 읽으라고 했다. 친구는 내가 여론에 휩쓸려서 잘못된 투자를 하는 걸 막고, 본질적으로 나 스스로 충분히 훈련이 되어서 주관을 갖고 투자하길 바라서 그랬을 거다. 저자 역시 여론에 의해서 소신이 꺾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정보에서 떨어져 있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증권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면 얽히고설킨 나무줄기에 어쩔 수 없이 발이 걸리게 된다고 하시더라. 

 

 

저자는 약세장에서 돈을 무지무지하게 벌었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이 부분은 꼭 소개를 하고 싶었다. 

 

나는 이제 수단을 갖게 되었으므로 편안한 삶을 즐기고자 했다. 그러나 나는 내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가 없었다. 나의 철학적 현실주의와 뛰어난 증권 감각 덕택으로 나는 갑부가 되긴 하였으나 그 대신 다른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내 소원은 성취되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너무도 슬펐다. 내가 좋아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파멸했다. 그들은 공황을 거치면서 돈과 지위를 잃어버렸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내가 꿈꿔 왔던 호화스러운 것을 모두 가질 수 있었다. 멋진 호텔, 레스토랑, 자동차,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내 지갑은 항상 두둑했다. 그러나 그것을 같이 즐길 사람이 없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식었고, 즐거운 웃음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고통과 음침한 분위기만이 자리했다. 나는 정말 외톨이가 되었다. 어디든 살 수 있는 것 천지였지만 난 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친구들이 단 한 잔의 커피로 만족해야만 할 때 나는 샴페인과 귀한 상어 알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행복을 주지 않음을 그제야 알았다. 내 상황은 그전보다 훨씬 나빠졌다.

쇼타임의 빌리언스에서 비슷한 유형의 에피소드가 있다. 기술 산업 기업 대표가 우주 정거장에 도킹하면 주식 가격이 엄청나게 치솟을 텐데, 엑스 캐피털의 CIO 테일러는 그 회사를 상대로 엄청난 규모의 공매도를 주문한다. 그녀의 부하 직원은 아무래도 공매 규모를 줄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공매 규모를 더 늘린다. 근거는 이전에 있었던 세 번의 발사 취소, 그러나 기존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였음. 하여 이번에도 취소하게 되면 주가는 하락함. CEO는 굉장히 매력적이며 사람들은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음. 하지만 CEO의 직접 탑승으로 기업이 부담하여야 할 리스크는 더 커지게 됨. 그러면서 말한다. 나도 그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그녀는 실제로 그 회사의 굿즈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CEO의 팬이다) 하지만 자신은 저 사람의 비전이 아니라 사업 실패에 돈을 걸었다고. 결국 그녀의 예상대로 실패하였고, 엑스 캐피털은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녀도 인간이기에 이렇게 돈을 버는 게 맞나 하는 회의감을 느끼더라. 스스로 환멸감도 느낀 것 같고. 여담으로 저자는 헤지펀드 자체가 이름만으로도 사기라고 말한다.

 

 

비슷한 이야기는 영화 빅쇼트에서도 등장한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터지고 브래드 피트는 미국이 망해서 돈방석에 앉게 된 동료들에게 국가가 망하는 것에 배팅을 해서 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걸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질지, 거리로 내몰리고 직장을 잃을지 아냐며, 적어도 춤은 추지 말라고 한다.(빌리언스와 빅쇼트에 대한 리뷰는 추후에 포스팅 하려고 한다)

 

 

저자는 약세장으로 돈은 벌었지만, 그 행복을 같이 누릴 수 없는 친구들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할 수 있고(물론 본인이 훨씬 더 많이 벌겠지만) 같은 강물에서 헤엄치는 것을 선택하신 듯 하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이 통곡하는데 혼자 웃고 있을 수는 없겠지. 그래. 이왕이면 다 같이 잘 사는 게 좋지.

 

 

마지막으로 저자가 알려준 10가지 권고 사항을 소개하겠다. 

 

1. 매입 시기라고 생각되면 어느 업종의 주식을 매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라.
2.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3. 모든 일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반드시 인내하라.
4.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라.
5.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6.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즉시 팔아라.
7. 때때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리스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역시 샀을 것인지 검토하라.
8. 대단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라.
9.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역시 항상 염두에 두라.
10.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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