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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덕 후기 l 그럼에도 덕질은 계속 되는 거지 영화 성덕 후기 l 그럼에도 덕질은 계속 되는 거지

영화 성덕 후기 l 그럼에도 덕질은 계속 되는 거지

2022. 11. 7. 23:01Film

성덕 (Fanatic) 2021
감독 : 오세연

 

줄거리

10대 시절 좋아했던 오빠가 범죄자가 되었고 성공한 덕후였던 그는 실패한 덕후가 되었다.
그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밉고 괘씸하지만 마음 한편에 그를 믿고 싶은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오세은 감독은 자신처럼 고통받는 덕후들을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덕질은 계속되는 거지!!!


2022.09.26 - [Film] - 오세연 감독의 영화 성덕을 기다리며

 

오세연 감독의 영화 성덕을 기다리며

즐겨 듣는 팟캐스트 에 오세연 감독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99년생인 오세연 감독의 밝은 분위기가 평소에 진중한(?) 듣똑라의 분위기도 한껏 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 청자

apryllyoonj.tistory.com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를 이제야 봤다.

이런 영화였구나. 이런 다큐멘터리였구나. 이렇게 솔직하고 이토록 날것이라니.

 

먼저 말하자면 난 연예인을 덕질해 본 경험이 없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원 정도를 소비할 뿐이지 그를 위한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잘 되길 바라거나 굿즈를 사모은다거나 하는 일련의 행위는 일절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덕질로 상처받은 오세연 감독을 비롯한 인터뷰이들이 느꼈던 감정을 온전히 알 수는 없어도, 연예인 역시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나 역시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넌덜머리 난 경험은 있으니까 그들이 어떤 심정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간은 흔적이 남는다.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면 그와 함께했던 순간의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그 시간의 내가 모래같이 흩날리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그래서 마치 내 삶에서 그 기간을 칼로 도려내 들어내어 텅텅 비어버린 것처럼 느껴지잖아.

 

그들이 딱 그런 상황 같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느꼈던 설레는 감정. 그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마음. 그가 만든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았던 기억. 오랜 기간 누군가의 팬으로서 인생의 전반부에 짙게 자리한 내 아티스트의 흔적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추억이 무용하게 느껴지는 거. 더 나아가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거. 

 

내가 주었던 사랑 때문에 아티스트가 오만하고 비이성적이 되어 자신이 그가 행한 악행에 동조를 한 것 같은 느낌. 조건 없이 그저 사랑만 했을 뿐인데 자신의 행동이 마치 피해자에게 부차적인 가해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 절대 말이 되지 않는 건데도..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하면 누구든 그렇게 된다. 내가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것이 그의 껍데기뿐이고 잘 다듬어진 이미지였다는 걸 알게 되면 누구든. 누구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세은 감독의 인터뷰이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아티스트를 두둔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선 꽤 단호했다.

 

그리고, 끝까지 믿고 지지하는 팬들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은 하지 않는다. 그 마음도 알 것 같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은 무척 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 아무 연고 없이. 누가 나를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해준다면 나는 그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어디서든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같은데.

 

매력적인 외모로 만인에게 얻는 사랑이 쉬웠기 때문인 걸까. 그래서 귀한 줄 몰랐던 걸까. 팬이 돈을 갈아 넣지 않고서는 아티스트가 빛날 수 없는 구조. 본인이 누리는 모든 것들이 팬들의 지갑 속에서 나온 것이란 걸 정말 몰랐을까. 알았겠지. 근데 중요하지 않았겠지.

 

내가 좋았던 건, 그렇게 날 배신했어도 그들의 덕질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혹시 얘도 그럴까? 얘도 그런 범죄자가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든다고 해도 우선 믿고 또 사랑하는 거.

 

사람한테 한번 데이면 겁이 나서 마음을 꼭꼭 닫아버리게 되는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용감해 진짜.

 

그리고, 속임 당한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 속인 사람이 나쁜 것이지. 얼굴에 '나 쓰레기요' 써 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 시간까지 부정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의 반짝반짝한 나는 고이 간직하고, 또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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